민병임 논설위원
다우존스산업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경제 회복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지만 지금 먹고살기 힘든 사람에게는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는다. 빈부의 차이가 심해지며 빈민층으로 주저앉고 있는 중산층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두 작품이 있다. 1977년 브로드웨이에 초연된 뮤지컬 ‘애니(Annie)’가 작년 11월 8일 브로드웨이에 컴백, 현재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또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영화 ‘아르고(Argo)’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뮤지컬 ‘애니’는 1929년 대공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1933년 뉴욕시가 배경이다. 11년 전 다시 찾으러 오겠다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고아원에 버려진 애니는 언젠가는 부모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부모를 찾아 번번이 고아원을 탈출하나 실패하는 애니는 길에서 실직자, 길에서 사과 파는 사람, 드럼통에 불 피워서 음식을 끓여먹는 노숙자, 개 샌디를 만난다.
원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원장 미스 해니건은 이런 애니를 싫어하고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고아 한명을 찾으러 온 여비서에게 애니 대신 “얘는 한국말도 해요” 하고 동양아이(5000대의 1의 오디션에 의해 선발된 한인소녀 주나 장이다)를 추천한다.
결국 애니가 화려한 저택으로 초대받아가고 돈만 알던 재벌과 친해지고 급기야 그는 애니를 입양 하려하나 돈을 노린 원장이 사기를 치고...밝고 매사 씩씩한 애니는 그 성격 덕분에 집사, 가정부, 억만장자, 대통령의 마음까지 얻는다.
여기서 애니는 엄청 운이 좋다. 대통령이 자신의 집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여하는 억만장자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고 더구나 친구가 되는 일은 희귀하다. 애니가 부르는 ‘투모로우(Tomorrow)’, 마지막 장면에서는 출연배우 모두 ‘투모로우’를 부르는데 사실 그이후가 아메리칸 드림의 전성기였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은 고용창출, 복지강화, 노동자 보호와 부자 증세 등을 안정시켜 소득 격차가 낮아짐으로써 든든한 중산층이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그들에겐 내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겐 어떤 내일이 있을까?
그리고 ‘아르고’ 이야기를 해보자. 벤 애플렉이 감독·주연한 영화로 1979년 일어났던 이란인질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다. 이란의 지도자 리자 팔레비가 독재와 부패로 인해 축출 당하며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고 받아들여지자 과격파 대학생들이 테헤란 미 대사관을 점령했다. 외교관들이 인질로 잡히는 와중에 6명은 탈출하여 캐나다 대사관저로 피신한다. 신분이 탄로 나는 것은 시간문제.
이에 CIA구출전문요원 토니 멘데스가 홀로 투입된다. 그는 영화 ‘혹성탈출’에서 힌트를 얻어 이들을 이란에 장소 헌팅을 간 캐나다 영화제작팀으로 만들기로 한다. 할리웃으로 가서 특수분장 제작자와 제작자를 만나 ‘아르고’라는 가짜 SF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를 세우고 기자회견까지 하여 세계적으로 소문을 낸다.
그 후 그는 이란에 들어가 외교관들을 만나고 그들을 감독, 제작자, 제작 지휘, 로케이션 매니저, 시나리오 작가, 카메라맨 등으로 위장시킨다. 그러나 ‘아르고, 엿이나 처먹어’ 작전은 이란 군인들이 미국 대사관에 실제 인원의 숫자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채고 파쇄된 대사관 직원들의 사진을 끼워 맞추는 작업을 하며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공항으로 가는 순간, 순간......조용하게, 긴박감 가득한 이 영화는 외교관의 무사 탈출을 기원하게 하고 ‘미국 나라, 좋은 나라’라는 애국심을 자극한다.
이란 입장에서 본다면야 미국을 등에 업고 사치와 허영으로 나라를 막아먹은 팔레비 독재왕정은 공공의 적이었고 망명을 받아준 미국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12일 AP뉴스통신은 이란 당국이 영화 아르고가 사실을 왜곡 묘사했다며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현지 언론을 인용보도 했다. 가진 것 없어도 열심히 살고 노력하면 언젠가 꿈을 이루는 아메리칸 드림이 희미해져가는 요즘, “미국은 아직도 건재하다, 다시 아메리칸 드림을 꾸어도 된다”고 권하는 뮤지컬 애니와 영화 아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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