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1년에 시작된 미국의 ‘인디언 보호정책’은 원주민들로 하여금 일과 사냥을 하지 않아도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필요한 모든 것을 정부가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 당신들은 보호구역 안에서만 지내라”는 정책을 믿고 따른 원주민들의 삶은 세월이 지나면서 마약ㆍ술ㆍ도박 중독에 찌들었고, 교육과 취업을 향한 의욕 부재로 가난에 시달렸다.
본래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농업ㆍ토목ㆍ의학 기술을 지니고 있었으나,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수동적인 생활에 익숙하면서 모든 것에 의욕을 잃고 외부 도움에만 의존하는 비참한 존재로 전락했다. 인디언 보호정책은 교묘한 말살정책이다.
숙제를 대신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학과 취업 정보를 대신 알아보러 다니고, 진학이나 취업 후 학점과 직장생활 관리까지 도맡아 자녀의 필요한 모든 것을 알아서 정리하고 처리해주는 ‘헬리콥터 부모’도 무의식적으로 ‘보호정책’을 펴고 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최상의 조건을 마련해주려는 노력은 순수하고 애틋하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결과가 기다린다는 사실에는 마음이 닫혀있다. 즉 아무것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력한 인간, 리모트콘의 지시에 따르는 TV, 손과 발은 있지만 그것을 창의적으로 사용치 못하고 상대를 흉내 내는 도구로 사용하는 원숭이처럼 된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헬리콥터의 날개 짓에 시달리는 자녀는 부모와의 충돌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부모의 주문대로 자아 성찰 없이 따라간다. 이런 무비판적 순종이 자녀를 나약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는 첫 강의가 시작 되겠구나”라며 동부 대학으로 유학을 보낸 어느 부모는 한국에 살면서도 자신의 모든 스케줄을 동부 시간대에 맞춰 살고 있다. “수시로 너의 표정과 목소리를 파악할 수 없기에 항상 걱정 한다”는 것을 귀 따갑게 들어온 대학 3학년인 그 유학생은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보고 하며, 남들 따라 부모가 원하는 전공을 해야 하는 제가 혹시 인간 불량품이 아닐까요? 남 흉내나 내다 사라지는 원숭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며 울먹였다.
인간은 TV도 원숭이도 아니다. 극단적으로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삶에 빠진 인간 앞에 놓인 옵션은 두 가지다. 몰락 아니면 초월.
영화 <쇼생크 탈출>에 등장하는 브룩스는 50년 동안 감옥의 룰에 철저하게 길들여진 인물이다. 어느 날 그에게 출소 명령이 내려지지만 브룩스는 오히려 어쩔 줄 모른다. 감옥이 일러준 삶 외에 그 어느 삶도 상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바깥 세상에 나와 그 삶에 적응해보려고 시도해보지만 철저한 무력감에 눌려 결국 실패하고 자살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몰락이 아닌 초월의 길은 무엇일까. 인간의 삶은 필연적으로 위험을 동반하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는 인간은 말 잘 듣는 착한 인간이 아니라 자주적 의지로 무장된 자유로운 인간이다.
홀로 겪는 시련ㆍ실패ㆍ분투 없이는 인간이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은 헬리콥터의 날개가 접히고 엔진이 꺼지고 보이지 않는 탯줄이 끊어질 때 가능하다. 특히 탯줄은 끊으라고 존재하는 것이지 영원히 붙들고 있으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탯줄에 마냥 묶어둔다면 그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원숭이로 전락시키는 일이다.
풋사과는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붙어 있다. 하지만 성숙한 사과와 나무는 안다. 때를 기다려 떨어뜨리고 떨어지는 것이 사과의 가치교육칼럼 를 높인다는 것을. 집착 때문에 때를 놓치면 무엇이 남을까. 썩은 사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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