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주 덴버의 외곽도시 오로라는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대형 한인마켓과 은행, 대형 한인교회, 한인운영 스몰 비즈니스가 있는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오로라시 타운센터의 센추리 16극장에서 지난해 8월20일 남가주 출신으로 콜로라도주 의과대학을 휴학중이던 제임스 홈스가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희생되고 58명이 부상당한 참극이 발생했다. 사건 현장에 영화를 보러왔던 한인 유학생 1명도 당시 총격사건으로 부상을 당했다.
지난 2월 중순께 덴버를 방문했을 때 사건이 발생했던 오로라시의 영화관을 들른 적이 있었는데 언제 그런 사건이 있었느냐는 듯 평온하기만 했다. 한때는 이 샤핑몰에 사건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세우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하지만 희생자와 유족들을 배려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고는 지난 1999년 덴버 남부 지역 리틀턴시의 컬럼바인 하이에서 이 학교에 재학중인 12학년생 에릭과 딜란이 무차별 총기난사로 13명이 사망한 이래 콜로라도주에서 발생한 두 번째 대규모 참극이다.
또한 2007년 4월16일 버지니아 공대에서는 영어를 전공하던 조승희가 총기를 난사해 32명을 죽인 후 자살했다. 특히 지난해 12월14일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아이 20명(5세~10세), 교직원 6명, 피의자 아담 란자의 모친과 피의자까지 포함해 총 28명이 목숨을 잃어 미국이 충격에 빠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즉각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애도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눈물을 보이며 “어린이들의 미래가 없어진 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난 2월19일에는 오렌지카운티 새들백 칼리지에 재학중인 파트타임 대학생 알리 사이에드가 3명을 ‘묻지 마 총격’ 식으로 살해한 후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남가주 일대를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겉으로 봐서는 유복해 보이는 미국의 청소년들이, 우리 자녀가 도대체 왜 이런 괴물로 변했을 까? 대형 총기사건이 발생하면 으레 주류 언론에는 총기규제에 열을 올리는 행정부와 수정헌법을 토대로 이에 반대하는 총기옹호론자의 갑론을박이 지면과 화면을 가득 채운다. 총기규제 입법을 위한 법안이 상정되고 행정부도 이번에는 기필코 엄격한 총기규제를 실현하겠다며 발 벗고 나서지만 몇 달 지나면 김빠진 맥주처럼 그 열기는 온데간데없고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일상생활을 살아가기에 바쁘다. 과연 2억5,000만정이 훨씬 넘는 총기가 유통되는 미국에서 총기를 규제한다고 총기난사 사건이 사라질까?
물론 총기규제 법안을 엄격하게 시행하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기 문제의 본질을 짚어봐야 할 때가 왔다.
총기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느슨한 총기규제,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 등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올바른 자녀교육에 달려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문제 청소년 뒤에는 문제 학부모가 있다고 한다. 총기 난사범들은 문제가정에서 자란 외톨박이 컴퓨터 게임 중독자로 사랑받지 못한 외로운 청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부모들이 훌륭한 인격을 가진 성인으로 키우기보다는 유능한 인재로 키우려는 욕심도 총기사건의 한몫을 차지했다고 본다. 오로라 총격사건의 용의자 홈스도 UC 리버사이드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장학금을 받고 콜로라도 주립대 의대에 입학했었다. 아담 란자는 대학을 조기에 입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해 집에서 컴퓨터 게임 등으로 소일했으며 어머니가 총에 집착해 자폐증이 있고 수줍음을 많이 탄 아들을 사격장에 정규적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사격을 가르쳤다고 한다. 어머니가 가르친 사격으로 아들은 어머니를 쏘고 26명을 사살한 뒤 자살한 엄청난 비극이 발생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총기사고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학교에 총이 더 많으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아이디어까지 내어놓고 있다. 해마다 어이없는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해 여러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지만 개인에게 자동소총까지 판매하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지난 1992년 대선에서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economy, stupid)라는 선거구호로 난공불락처럼 여겨지던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을 물리친 적이 있다. 총기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는 교육이야, 바보야’라고 외치는 해결사를 기대해 본다.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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