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립대학(UVA: University of Virginia)은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설립한 대학이다. 미국서 세번째로 세워진 대학으로 미국 전역에서 가장 우수한 주립대학들 중에 하나이다. 상위권 사립대학들과 비교해도 절대로 손색 없는 실력을 자랑한다. 그런 UVA가 작년에 총장의 반강제적 사퇴 논란으로 홍역을 치룬 것은 이미 언론의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바다. 이사장을 비롯한 소수 이사들의 주동으로 이사회로부터 퇴임을 강요당한 총장이 사표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알려지자 교수들이 집단으로 반발했고 이에 동창들과 학생들까지 거센 항의에 가세했다. 버지니아 주지사도 문제가 해결이 안될 경우 이사들을 교체할 것이라며 압박을 가했다. 결국 이사회가 총장을 복귀시키기로 했다. 그 와중에 UVA가 입은 상처는 작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아직도 이사회와 총장 사이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총장이 작년에 복귀하면서 금년 학년도 말까지 달성할 목표가 담긴 계획서를 이사회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에 총장이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이에 대한 이사회의 대응이 논란되고 있다고 한다. 총장과 이사회가 다시 한번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장의 계획안에 정확하게 몇 가지의 목표가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사회가 대학 총장에게 제시하는 목표들이 일반적으로 약 6-7개 정도라고 총장이 언론에 언급한 것을 보면 아마도 그 정도가 아니었겠나 추정해본다. 그런데 이사회가 조정해 총장에게 돌려 보내온 계획서에는 자그만치 65개의 목표가 담겨져 있다고 했다. 이에 총장은 이는 이사회의 월권행위로 총장의 역할에 대한 간섭(micromanagement)이라 볼 수 밖에 없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이사회가 총장을 감독하고 지시할 권한은 있지만 어떤 계획을 세울 때 총장과 긴밀한 협의 하에 성취 가능한 선에서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리한 목표는 실패가 자명하기에 그러한 지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총장의 반발에 대해 이사장은 이사회와 총장 사이에 어느 정도의 긴장 유지는 건강한 대학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평했다고 한다.
UVA가 겪고 있는 이러한 내홍을 접하면서 내가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의 교육위원회와 교육감 사이의 관계가 떠올랐다. 미국의 대부분의 학군들과 마찬가지로 훼어팩스 카운티도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고용한다. 그리고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지휘, 감독하며 업무를 평가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교육전문가인 교육감과 달리 교육위원들은 사실 교육 행정면에서 문외한이라 할 수도 있기에 교육감과 마찰이 있기도 한다.
교육감 입장에서 볼 때 교육위원회는 학군이 지향해야 할 교육목표에 대한 큰 그림만 그려주고 목표 달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취해야 할 사항은 교육감에게 맡겨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교육위원회와 교육위원들 개개인이 교육감의 고유영역까지 침범해 너무 세부적인 사항까지 지시하는 우를 범할 때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교육위원들은 주민들에 의해 선출되고 주민들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부분을 교육감에게 전달하고 때로는 교육감에게 이를 실행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교육위원회나 교육위원들 개개인이 직접 간여하여도 괜찮은지는 아마 정답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정답이 있다도 하더라도 그대로 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기에 교육위원들과 교육감이 수시로 만나 서로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다. 각 학군이 교육 계획을 수립할 때도 교육위원회와 교육감 서로간에 밀고 당기는 어느 정도의 긴장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또한 상대를 일방적으로 무시한 결정은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다음 주부터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이번 6월말로 은퇴하는 교육감 후임을 선정하는 인터뷰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1차 라운드에서 6-8명의 후보자들을 면접하고 그 중 약 3명 정도를 4월 초에 2차 면접을 하게 될 것이다. 2차 면접 대상자는 소수의 교직원, 학부모, 지역 사회 대표, 그리고 학생들로 구성되는 패널과 만날 기회도 있을 것이다. 2차 면접 후 최종 후보를 정해 계약 협상을 벌이고 원만히 계약 협상이 끝나면 4월말까지는 후임 교육감이 누군지 발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감 후보 면접에 들어가면서 교육위원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다시 한 번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이 교육위원회와 교육감의 관계이다. 이는 후임 교육감도 확실히 알아야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육위원회는 이에 대한 논의를 오는 월요일에 하기로 했다. 12명의 교육위원이 모두 조금씩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아니 교육위원들 각자 자신의 역할에 대한 소신과 추구하는 목표 여하에 따라 극명한 의견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논의를 통해 좀 더 건강한 교육 정책 수립, 그리고 적절한 교육위원회와 교육감의 관계 설정을 이룰 수 있다면 약간의 불쾌함은 모두 감수하더라도 서로 감춤 없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였으면 좋겠다. 또한 교육위원회의 모든 결정은 다수결 원칙을 따르는만큼 일단 다수결로 내려진 결정에 모든 교육위원들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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