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애니 내글러, 10년간 ‘부채 탈출기’ 책으로 펴내 소개
빚 갚는 것만큼 어려운 일을 없다고 한다. 크레딧 카드빚은 더하다. 갚아도 끝이 없이 늘어나고 결국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난다. 그러나 슬기롭게 대책을 세워 갚아나가면 해결될 것 같지 않았던 카드빚도 바닥을 들어내게 된다. US뉴스&월드리포트는 크레딧 카드에 쌓인 8만달러 부채를 10년 만에 조금씩 갚고 그 경험담을 책으로 엮어낸 조애니 내글러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과소비가 주범” 씀씀이 줄여
지출 목록별 저금통 만들어
한때 별거·상실감 어려움도
▲과소비는 부채의 어머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해변도시인 벌링게임에 거주하는 내글러(42)는 ‘소비가 미덕’인줄로만 알았다. 마켓을 가면 닥치는 대로 샀다. 미술가인 그녀는 요가도 하고 지압도 자주 받으러 다녔다. 마켓을 가면 언제 이 많은 음식을 다 먹나 싶을 정도로 카트를 가득 채웠다. 수입은 적은데 흥청망청 쓰다보니까 크레딧 카드빚만 계속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내글러의 과소비 행렬도 10년 전 어느 날 크레딧 카드 청구서에 적힌 8만달러의 빚을 보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내글러는 “집에 쌓여가는 불필요한 물건과 외식, 카트를 가득 채운 음식들이 크레딧 카드 부채를 늘리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무엇이던지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글러는 재정계획에 관련된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불행하게도 책속에서 씀씀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
내글러는 스스로 조절방법을 만들기로 했다. 지출 목록별 저금통장을 여러 개 만들었고 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일일 지출액을 최소화했다. 결국 그녀는 지난해 말 8만달러의 빚을 모두 청산했다. 씀씀이를 줄여 남는 돈으로 카드빚을 조금씩 갚아 나가는 방법이었다.
▲카드빚은 불어난다.
25세에 첫 크레딧 카드를 발부 받은 내글러는 카드빚 무서운지 몰랐다. 남편과 함께 내글러는 생활에 필요한 것같이 보이는 물건은 마구 사들였고 외식을 자주하면서 둘이 벌어오는 수입 이상을 지출했다. 그리고 뒷감당은 크레딧 카드가 맡았다.
크레딧 카드빚은 점점 늘어났고 이로 인해 부부 간의 관계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한때 별거를 했다. 당시 내글러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했는데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항상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싫은 일을 억지로 하려니까 힘은 배로 들었다. 그때마다 남편은 내글러를 달래준다며 함께 외식을 나가곤 했다.
결국 과소비 문제로 남편과 잠시 떨어져 LA로 이사했지만 빚은 계속 따라다니며 내글러를 괴롭혔다. 그때서야 남편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신 역시 과소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꼭 필요한 지출만 해라.
남편과 재결합한 후 소비를 줄이자고 단단히 약속했다. 음식, 자동차 개스, 드라이클리닝, 가정 용품 등 매일 필요에 의해 구입해야 할 용품과 각종 고지서를 잘 분류해 놓고 저금통을 여러 개 만들었다. ‘여행 저금통’ ‘자동차 수리비 저금통’ 비상시를 대비한 ‘단기 저금통’ ‘음식 구입비저금통’, 또 크리스마스와 연휴 등에 쓸 저금통을 만들었다. 그리고 매달 조금씩 돈을 떼어 항목별 저금통에 저축했다.
빚이 많은 사람들은 아무생각 없이 매일 물건을 사들인다. 비싼 와인을 박스로 사들여 하루에 300달러를 써 버릴 때도 있다. 무책임한 행동이다. 지출 계획을 잘 세우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순위를 정할 수 있다.
▲보상 프로그램 이용.
물건을 사면 일정액을 돌려주는 보상 프로그램도 절약 방법이다. 처음에는 5달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쌓이면 큰돈이 된다.
내글러는 지압을 좋아 했고 요가를 가르치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몸을 잘 가꾸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지압소를 가는 대신 지압을 가르치는 학원을 찾아 직접 배웠다. 돈 지출이 3분의1로 줄었다. 내글러의 남편은 하루에 5번씩 커피샵에 가서 비싼 라테를 먹는 대신 단순 커피를 주문한다. 1주일에 3번은 도시락을 가지고 출근한다.
▲재정관리 서적을 읽어라.
빚은 개인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글러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책들을 구입해 읽었다. 그러나 부채를 탕감하는 방법과 돈이 들어올 때 이를 어떻게 나누어 써야 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어떤 책들은 소비패턴을 분석해 주는 것도 있었지만 내글러 같이 빚을 왕창 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내용은 없었다.
고민하던 내글러는 아주 쉽고 간단한, 하루 5분간의 지출전략을 마련했고 매일 소비를 줄이고 절약하는 방안을 짜내 한 달 만에 씀씀이를 고쳐 잡을 수 있었다.
많은 부채를 갚아 나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내글러도 상실감에 빠져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만약 씀씀이를 줄이면서 스스로 실망에 빠져 자신감을 상실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몸에 익숙해 질 때까지 몇 개월을 기다려라. 그리고 카드는 최소 페이먼트만 하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들어오는 수입만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내글러는 결국 여러 개의 저금통장으로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카드 사용은 없었다.
▲부부가 함께 해야 효과.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소비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다. 부부가 밖에 나가 돈을 쓸 때는 상대방이 쓰는 돈을 서로 감시하고 조절해 주는 방법도 좋다. 내글러 부부는 한자리에 앉아 매일 꼭 필요한 부분에만 지출하는 계획을 세웠다. 자연스레 부부의 공통의견에 따라 결정되며 부부 간에 사이도 더 좋아지는 이중효과를 볼 수 있었다.
남편과 내글러는 재결합하면서 다시는 무분별하게 돈을 쓰지 말자고 약속했다.
남편과 별도의 은행구좌를 만들었고 청구서는 나눠 낸다. 또 남편이 책임지는 것과 내글러가 책임지는 지출명세를 만들었다. 부부가 책임 있게 지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쓰기는 쉽지만 갚기는 어렵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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