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이 아무리 바르게 살아보려 하여도 바르게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환경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옳고 바르게 살아갈 수 없는 처지라면 그대로 세상을 따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도덕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이 있는데 세상이 도덕적이지 못하다면 이 사람은 그대로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야 하나.
모두가 한쪽 눈만 가지고 살아가는 나라에선 두 눈 가진 사람은 병신이 된다. 제아무리 두 눈 가진 사람이 정상이라 소리쳐도 먹혀들어갈 리가 없다. 오히려 두 눈 가진 사람은 왕따가 되어 처절하게 버림받거나 정신병자 취급을 받게 된다. 두 눈 가진 사람이 살아남는 길은 두 눈은 정상이 아니고 한 눈이 정상이라고 외치며 사는 길이다.
신학자요 목사인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1892-1971)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를 저술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회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순을 파헤쳐보려 했다. 그는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특권층의 위선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이 사회를 비도덕적으로 이끌어 간다고 파악한다.
국가권력에 의해 전쟁에 동원된 순수하고 도덕적인 청년들이 무고한 사람들까지도 죽여야 하는 비도덕적인 인간으로 변한다고 한다. 장애인을 도와야한다던 사람들이 자신의 주거지역에 그들이 들어와 사는 것은 반대한다. 집값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니버는 사람들의 이런 이중성이 집단이기주의인 비도덕적인 사회를 만든다고 한다.
니버가 남긴 기도문이 그의 고민을 대변한다. “하나님 저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니버의 고민은 니버만의 것이 아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줄 알고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바꿀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지난 14일, 뉴욕대 법과대 교수로 현대법철학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었던 로널드 드워킨 교수가 백혈병으로 타계(81세)했다. 그의 대표작엔 <법과 권리>가 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법은 도덕적 가치에 근거를 둬야 한다. 도덕적 권리를 침해하는 법은 준수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그에겐 법보다도 도덕적 가치가 우선한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다. 소크라테스가 사약을 받아 마시기 전 한 말이라고 한다.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지만 드워킨교수의 말대로라면 지켜야 할 도덕적 가치가 없는 악법은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죄 없이 수백만이 희생된 히틀러의 나치 법, 칼 막스의 자본론에 의해 집성된 공산주의의 변형된 법 등등. 가치상실의 법들이다.
하지만 이런 도덕적이지 못한 상황 속에 있는 도덕적인 사람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무엇일까. 맹종 아니면 타협, 아니면 개혁일 것 같다. 맹종은 무조건 따르는 행위요 타협은 수그리고 들어가는 행위요 개혁은 혁명을 뜻한다. 독일의 본 훼퍼목사는 나치에 항거해 히틀러를 죽이고 혁명하려다 오히려 체포돼 히틀러에 의해 교수형을 당했다.
그렇지만 오래 가지 않아 히틀러는 전쟁에서 지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연합군의 승리는 양심과 도덕이 인류를 지배하고 있음의 증표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 라마는 세상에 널려있는 불평등, 부정부패, 불공정, 가족해체, 가정폭력,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우울증과 고독 등은 모두가 도덕불감증으로부터 오는 것이라 갈파했다.
그는 “오늘날의 세상 현실은 종교에 바탕을 둔 도덕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고, 종교를 넘어선 영성과 도덕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종교는 더 이상 미래를 이끌 수 없어 새 대안은 바로 현세적 도덕인간과 기본적 내적가치를 개발해야 한다”며 종교지도자로서 종교를 초월한 깨달음을 말하여 종교계에 각성을 일으켰다.
비도덕적 사회에 살고 있는 도덕적 인간이 살아남을 길은 없을까. 비도덕적 사회가 도덕적으로 바뀌든가 도덕적인 인간이 비도덕적으로 바뀌든가 둘 중 하나다. 눈이 둘인 세상에서 눈이 하나는 병신이다. 눈이 하나인 세상에서 눈이 둘은 병신이다. 그러나 눈이 셋인 세상에선 눈 하나와 둘은 둘 다 병신이다. 도덕의 잣대와 표준이 문제다.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 곱씹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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