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워너 케이블 방송사의 획기적인 아이디어 덕분에 이번 NBA 시즌에는 LA 레이커스 TV 한국어 중계방송 해설자 헤드폰까지 끼고 있다. 기자이기 전에 스포츠팬으로서 또 하나의 꿈을 이룬 셈이다.
미국 스포츠가 재미있는 건 그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미국 중계방송은 또 어떤 별미인지 영어가 불편한 한인 팬들에게 항상 알려주고 싶었다. 특히 LA는 2002년에 세상을 떠난 고 ‘칙’ 헌 전 레이커스 아나운서와 빈 스컬리 LA 다저스 아나운서 등 ‘전설’적인 목소리들의 고향인데, LA에 사는 스포츠팬이면서 그 맛을 모른다는 건 문학을 좋아한다면서 헤밍웨이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참고로 ‘슬램덩크(slam dunk)’ ‘에어볼(air ball)’ ‘핑거롤(finger roll)’ ‘트리플 더블(triple double’ 등 지금은 일상용어인 농구 단어들이 모두 칙 헌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리고 스컬리(85)는 63년째 다저스 중계를 맡고 있는 메이저리그 네트워크 공인 역대 최고 ‘스토리 텔러’다.
그밖에 잔 매든도 열광적인 NFL 해설로 은퇴하기 전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마브 알버트(특히 NBA와 복싱)와 뉴욕 양키스 아나운서 잔 스털링의 아나운서 중계도 ‘명작극장’이다. 또 남가주 경마장에 가면 남아프리카 출신인 트레버 덴맨 장내 아나운서의 레이스 중계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예술’이다.
물론 그들과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착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맛은 살짝 보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탈리아-독1’(월드컵 때), ‘中大 사건 터졌다’(중국계 하버드 출신 NBA 가드 제레미 린 돌풍 때), ‘빅 Choo-러블’(추신수 음주운전 체포), ‘Farewell to Arms’(무기여 잘 있거라·박찬호 은퇴), ‘힐링 켐프’(켐프 홈런으로 다저스 역전승) 등 본보 스포츠 섹션 제목이 최소한 다른 한국 신문에 비해서는 좀 색다르고 독특한 식이다.
예를 들자면 “레이커스는 지금 공격보다 수비가 문제인 것 같은데… 프린스턴 오펜스만 있고 프린스턴 디펜스는 없나요?”(이영돈 아나운서)
“LA 시간으로 오전 10시에 시작된 경기여서 그런지 레이커스는 아직 덜 깬 모습이네요. 드와이트 하워드, 테크니컬파울 2개로 전반도 끝나기 전에 퇴장당한 김에 얼른 라커룸에 들어가서 곧 들어올 동료들을 위해 커피나 끓여놓으면 되겠습니다.”
“얼 클라크… 갑자기 좀 얼빠진 모습인데요.”(이상 유지승 아나운서) “그래도 NBA에 들어와서 첫 4년 동안 거의 뛰지도 않던 선수가 올해 갑자기 이만큼이나 해주는 건 ‘얼’씨구 좋은 일 아닙니까.”
“르브론 제임스는 홈경기 때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신다는 데…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브론! 저기 가는 저 노인, 코비랑 노인… 출발이 더딘 레이커스, 더 이상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 일 납니다.”
“메타 월드 피이스, 3점슛 좀 그만 쏘고 패스 좀 하세요. 메타 월드 패스!!!”
여하튼 많은 한인들이 이 같은 ‘서비스’를 애용, 내년부터는 타임워너에서 류현진이 뛰는 LA 다저스 경기 한국어 중계도 제공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타임워너는 지난해 20년간 3억달러를 내는 조건으로 레이커스 방송권을 따낸데 이어 최근 다저스와는 25년간 7~8억달러 규모 중계권 딜을 성사시켰다.
레이커스와 계약 당시 타임워너 고객은 170만여명으로 다른 케이블 방송사와 디렉TV 등 위성 방송까지 합치면 지역 고객이 모두 37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미국인 고객이 가장 많고 히스패닉 시장도 어마어마하다.
그 다음으로 큰 시장이 그 중 70%가 영어에 능통하지 못하다고 대답한 코리안 커뮤니티란 조사결과에 따라 타임워너는 멜린다 위트머 총괄 부사장의 아이디어로 미셸 김, 제니퍼 전 부사장과 함께 SAP(Secondary Audio Programming) 기능을 통해 한국어 중계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스패니시 방송은 시장 규모가 워낙 커서 영어 방송이나 다를 게 없다. 스튜디오 시설도 기가 막히다. 히스패닉 커뮤니티에서 애용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는 셈이다. 결국에는 다 사업이기에 그 관심에 따라 서비스가 계속되거나 수준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