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뿐만 아니라 이곳 동포사회 언론에서도 1.5세대와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인 역할모델인 김종훈 벨 연구소 사장 이야기가 대서특필되고 있다. 사실 한국계 미국시민이 한국의 장관 후보가 된다는 것이야 당연히 큰 뉴스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가장 중요시 여겨 새로 만들기로 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장관 자리에 말이다.
어느 한국 언론은 김 후보자를 소개하면서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우리나라’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한국’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 후보자가 스스로를 “바깥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비록 미국 국적을 소유했지만 마음은 한국에 두고 간 사람이라는 뜻이었다고 했다.
중학교 때 가난한 이민자로 미국에 와 공부하고 성공해 미 주류사회에서 자타가 인정해 주는 위치에 다다른 그는, 비록 국적은 법률상 미국이었으나 실제로는 한국사람이었다는 뜻이다. 그의 모국 사랑은 그로 하여금 여러가지 손해를 감수해 가면서도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모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김 후보자의 후보 지명에 대해 그의 업무수행 자질보다는 국적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리고 그가 과거에 맡았던 역할들을 놓고 과연 한국의 장관이 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 비판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비판적 의문 제기에 미국의 한인동포 지도자들은 한 목소리로 가당치 않은 비판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고 한다. 재미동포도 능력이 되면 당연히 고국 발전의 중요한 부분을 맡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김 후보를 직접 만나 본 적이 없다. 그에 대한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1998년 자신이 50% 정도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유리시스템이라는 회사를 루슨트 테크날로지 회사에 10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는 기사를 미국 신문을 통해 읽으면서 였다. 지금부터 15년 전 겨우 38세의 나이로 그렇게 기술개발과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은 경이로웠고 같은 한국계 이민자로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었다.
특히 기술개발 시작 시 자본이 넉넉지 않아 집을 2차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았고 집의 차고를 작업실로 개조해 사용할 정도였다고 한 얘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번에 그의 장관후보 지명과 이에 따른 논란 보도를 대하면서 1998년 나에게 있었던 한 일이 생각났다. 나는 그 당시 1995년 11월의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의 교육위원 선거에서 당선됨으로 주 최초의 동양계 선출직 공직자로 활동 중이었다.
그러면서 지역의 한 로타리클럽에 가입하게 되었고 클럽의 새 회원들이면 누구나 해야 하는 자기소개 발표를 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그때까지 이민자로서 걸어 왔던 삶의 길을 나누었다. 이민자로 살아가는 나의 큰 꿈 하나가 미국에서 태어난 나의 두 아들이 피부색이나 부모의 출신 배경에 구애 받지 않고 자기 뜻을 펼칠 수 있는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로 약 20분 정도에 걸친 나의 소개를 매듭짓자 장내의 모두가 기립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그런데 얼마 후 솔직한 마음 전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한 회원이 나에게 전해 준 얘기는 나로 하여금 두고두고 생각나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내 소개 발표를 전체적으로 감명 깊게 들었으나 그 가운데 적절치 못한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내가 고등학교 때 떠나 온 한국을 “my home country”라고 지칭한 것이 바로 그 것이라 지적했다. 미국 시민이며 선출직 공직자이기도 한 나에게 더 이상 한국이 “home country”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지적은 자신뿐만 아니라 클럽의 여러 다른 회원들도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한국이 내가 태어난 곳이고 아직도 나에게는 소중한 나라라는 뜻이었지 한국은 ‘나의 나라”이고 미국은 ‘너의 나라”라며 선을 그으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한 기억이 난다.
이번 김종훈 장관 후보 지명 논란을 보면서 그 때 내가 로타리클럽 회원에게 받은 지적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의 장관직 후보 지명을 미국인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이 찾아 들었다. 어느 나라라도 필요한 곳이면 가서 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줄까, 아니면 미국의 해군장교로 복무하고 미국서 사업을 성공시키며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맡았던 미국 시민이 다른 나라의 정부 요직을 책임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할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김 후보와 어떤 면에서 흡사한 배경을 소유하고 있는 성 김 주한미국대사가 생각났다.
김 대사도 김 후보와 마찬가지로 중학교 때 미국에 이민 와 한국계 미국 시민으로서 최초로 미국의 대사가 되어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돌아가 미국 대사로 활약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이다음에 그가 만약에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의 외무부 장관직을 맡게 된다면 일반 미국인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궁금해진다.
어쨌든 이제 앞으로 있게 될 장관 후보 청문회를 김 후보자가 통과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장관이 된 후에도 김 후보는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한 번 정리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그를 역할 모델로 여겨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바라볼 많은 사람들, 특히 한인 동포 젊은이들에게 쉽게 공감이 가는 명쾌한 설명을 기다려본다. 이는 나를 비롯해 그를 아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고 있는 책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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