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브리얼 기퍼즈. 미국 뉴스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기억하실 이름이다. 애리조나주 출신으로 남가주에서 대학을 다닌 연방 하원의원이었는데 2년전 자신의 지역구인 애리조나 투산의 샤핑몰에서 주민 대상 행사를 하다가 총기난사범 제러드 러프너의 흉탄에 머리 총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당시 생명을 구한 대수술을 한인 의사가 집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피격 후 기적적 생환’이라는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기퍼즈는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참사 이후 총기 규제 강화의 선봉에 선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우주조종사 출신의 남편과 함께 총기규제 강화를 위한 로비 단체를 만들고 직접 총기 규제 강화 TV 광고에도 출연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녀가 뇌 손상으로 인한 어눌한 말투로 “우리 사회에는 총기 문제가 엄존한다. 이를 위한 대책에 의회가 행동에 나서야 하고 모두가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기퍼즈 전 의원보다는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최근 총기 규제 논란과 관련된 인물 중 팀 도널리라는 이름도 있다. LA 동부 인랜드 지역의 샌버나디노를 지역구로 둔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이다. 그도 샌디훅 참사 이후 잠깐 뉴스를 탔다. 학교 총기 사건 방지책이라며 교사와 교직원들을 총으로 무장시키자는 법안을 주의회에서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교육구의 예산을 사용해 교사와 교직원들에게 총을 지급하고 사격 훈련도 시켜서 샌디훅에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도널리는 현재 주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몇 가지의 총기 규제 강화 법안들이 연방 헌법상 보장된 총기 소지 자유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교사들을 오히려 무장을 시키고 누가 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도록 하면 교내 총격 시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당장 이러한 방안이 본질을 빗겨간 어이없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교사들이 경찰과 같이 전문적인 총기 관련 훈련을 모두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문제 학생들이 교사들의 총기를 빼앗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등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도널리가 현역 의원의 신분으로 총알이 장전된 권총을 휴대하고 LA 동부 온타리오 공항에서 항공기를 타려다 적발돼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까지 문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권총을 갖고 비행기를 타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아는 규정인데, 이같은 기본적 법규를 위반한 주의원이 헌법적 권리를 논하며 교사들을 무장시키자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컬하다.
총기 옹호론자들이 내세우는 합법적 총기 소유권은 ‘총기 소지 및 휴대의 자유’를 규정한 연방 수정헌법 제2조에 기인한다. 이는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광활한 땅을 개척해야 했던 건국 시대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장이 필요했던 역사적 배경은 물론, 미국 건국 이전 영국의 관습법 전통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어린이 20명을 포함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샌디훅 초등학교 참극이 일반인의 총기 소지가 금지돼 있는 한국이었다면 과연 일어났을까 생각해본다면 총기 규제 강화가 정답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총기 소유권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확고한 미국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뻔히 보이는데 이에 속시원히 대처를 할 수 없다는 데에 답답함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전직 해고 경찰관 크리스토퍼 도너의 도주극으로 인해 세계 최고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한 평화로워야 할 스키 리조트 마을이 총알과 연막탄이 난무하는 전쟁터의 최전선같이 변하는 장면도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아무리 총기 소지가 헌법적 권리라지만, 무고한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희생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 속된 말로 ‘사이코’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 불안하기만 하다.
현실적으로 그많은 총기들을 당장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현재 연방의회에서 논의되고 총기구입자 신원조회 강화안 등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민주국가의 특성을 배우면서 들은 ‘권리에는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작금의 미국이 가장 새겨야 할 말 경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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