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머에서 여섯 살짜리 소년이 까딱하면 죽을 뻔한 경험을 했다. 앨라배마, 미드랜드에서 지난달 29일 아침 베트남참전 전역자인 65세의 무장 괴한이 스쿨버스에서 아이들을 납치하겠다고 총을 휘두르던 중 운전사를 쏘아 죽이고 소년을 납치해 자기 집 지하 벙커로 숨어버렸던 사건 때문이었다. 납치범이 자진해서 아이를 석방시키도록 FBI와 주 경찰 등의 인질 협상 전문팀이 전화로 계속 설득했지만 실패하자 FBI가 벙커를 급습하여 아이를 구출한 것이 지난 4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납치범은 사살되었다.
그런데 앨라배마에서 발생한 사건에 왜 연방수사국이 개입했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왜냐하면 연방 법규를 어겼거나 군사기지 같은 연방 관할권 지역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 아닌 범죄들은 범죄 발생지의 관할권을 가진 주 정부 경찰이나 군 경찰의 소관과 조사 아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납치만은 다르다. 그 이유는 1927년 대서양 최초의 횡단 비행으로 미국의 최대 영웅이 되었던 찰스 린드버그의 두 살짜리 아들이 1932년 3월에 납치 살해된 사건 때문에 연방의회가 채택한 연방납치법이라고 알려진 형법 때문이다.
1927년 5월 당시 25세였던 린드버그는 뉴욕에서 파리까지 3,600마일을 무착륙 비행함으로써 미국과 프랑스의 최고 훈장을 수여받았을 뿐 아니라 뉴욕의 시가행진 등 미국의 가장 유명한 인사로 혜성처럼 나타난다. 그리고 재벌급으로 멕시코 주재 대사를 하던 모로가의 사위가 되어 그의 앞길은 승승장구일 것으로 보였었다. 그러다가 20개월 된 그의 아들이 자기 집 이층방에서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납치범은 아이 방에 5만 달러의 돈을 요구하는 편지를 남겨 두었다.
뉴저지 경찰이 주로 수사를 담당하였지만 수사과정에서 린드버그의 의견이 많이 존중되었었다는 게 정설이다. 예를 들면 납치범과의 연락을 자처하고 나선 어떤 퇴직 교장이 신문 광고의 암호 등을 사용하여 여러 차례 납치범과 만났을 뿐 아니라 5만달러를 뉴욕의 어떤 묘지에서 전달하는데 경찰의 미행이 전혀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납치 2개월 후 린드버그 집에서 불과 4, 5마일 거리에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두개골에 가해진 충격으로 보면 납치 당시나 직후에 피살되었다는 것이 검시 결과였다.
납치범에게 지불된 5만 달러 중 상당 부분은 금과의 교환이 가능한 10 달러짜리 20달러 짜리 지폐들이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명령으로 FBI가 뉴저지와 뉴욕 경찰을 돕기 시작한다. 은행들이나 식료품점 그리고 주유소 등에 금 교환 지폐의 일련번호들이 찍힌 전단이 배부되었지만 2년 반 동안은 별 효과가 없었다. 뉴욕의 어떤 주유소 종업원이 10달러짜리 금 교환권을 받고 미심쩍어 그 지폐 위에 그 돈을 지불한 사람의 자동차 번호를 적어놓은 게 사건이 풀리는 단초가 된다. 경찰이 부르노 하프트만을 바로 다음 날 체포한다.
그는 독일에서 목수 일을 하던 중 사다리로 이층집에 들어가 절도를 한 전과자로 미국으로 건너와서도 목수 일을 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집에서 1만3,000달러의 몸값이 발견되었지만 그는 계속 결백을 주장하다가 사형을 당한다.
미국 공영방송의 과학 프로그램인 노바에서 최근 보도한 바로는 하프트만이 범인이지만 공범이 꼭 있었다. 왜냐하면 린드버그의 주택은 당시 신축 중이라서 가족들이 주로 처갓집에 머물면서 가끔 오곤 했는데 그 스케줄은 가족과 가정부 운전수 등 내부 사람이나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럿거스 대학의 한 역사학 교수의 추측이다. 그의 주장은 아이를 납치하도록 한 내부자가 바로 린드버그 자신이란 것이다. 나치의 우생학에 심취되었던 그가 아들이 약간 지체장애가 있게 태어나자 아이를 납치하게 해 어느 요양소에 집어넣으려던 것이 납치 과정에서 죽는 불상사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그러면서 노바는 린드버그의 우생학적 행각이랄 수 있는 예를 든다. 2차 대전 종전 후 린드버그는 독일에 자주 가서 세 여자에게서 아이들을 낳게 하고는 절대 비밀에 부쳤다는 데 그 자녀들의 유전인자 조사를 통해 린드버그가 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만약 린드버그 연관설이 사실이라면 린드버그는 희대의 위선자일 것이다. 좌우지간 그 사건 이후로 납치 사건은 연방 범죄로 취급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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