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퍼보울 경기는 참 재미있었다. 후반 초까지 볼티모어의 일방적 우세여서 싱겁게 끝나나 싶었는데 정전사태 이후 속개된 게임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무서운 추격이 있었다. 형제 코치들 사이의 게임이라는 진기록도 남기고 수퍼보울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플래코 쿼터백의 실력이 돋보이기도 했다.
수퍼보울 열기 가운데 버지니아 주의회에서는 플래코 선수가 아닌 다른 쿼터백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뉴욕 제츠에 적을 두고 있는 팀 티보우(Tim Tebow) 선수이다.
티보우 선수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플로리다 대학에서 쿼터백으로 활약했다. 그 사이 이 대학은 두 번씩이나 전미 대학 풋볼 챔피언이 됐다. 티보우 선수는 2007년 대학 2학년생으로는 처음으로 대학 최우수 풋볼선수에게 주는 하이즈맨 트로피를 받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덴버 브랑코를 거쳐 뉴욕 제츠로 이적했다.
티보우 선수의 이름이 버지니아 주의회에서 회자된 이유는 그의 특이한 교육 배경 때문이다. 그는 대학교 입학 전까지 학교의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집에서 교육(홈스쿨링)을 받았다. 한 때 침례교 선교사였던 부모가 집에서 자녀들에게 기독교 정신이 담긴 교육을 했다고 한다.
그런 티보우 선수가 공립고교에서 풋볼 선수로 뛸 수 있었던 것은 플로리다 주에서 1996년에 제정된, 그리고 이제는 티보우 선수 이름을 딴 ‘티보우 법 (Tebow Bill)’ 때문이었다. 이 법은 홈스쿨링 학생도 거주지역의 공립학교에서 운동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티보우 선수가 그 혜택을 보았던 것이다.
버지니아 주의회에서도 작년부터 티보우 법안이 상정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하원을 통과 했으나 상원의 교육보건위원회에서 한 표 차이로 부결되었다. 올해도 하원에서 통과되어 현재 상원에 계류되어 있다. 올해는 상원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홈스쿨링 학생이 공립학교에서 운동선수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물론 우선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소정의 실력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이외에 기존 공립학교 학생들과의 형평성 유지 차원에서 적어도 2년 이상의 성공적인 학습 성과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선수로 활동 시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학칙을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이 법안에 의하면 홈스쿨링 학생이 공립학교에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운동뿐만 아니라 토론, 연극, 뮤지컬, 학교 신문과 방송, 모의 법정 등을 포함한다.
법안 지지자들은 모든 학생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공평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홈스쿨링 부모들도 똑같이 내고 있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의 특별활동에 그 자녀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홈스쿨링이 공립학교 재정부담을 덜어 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정도의 기회 제공은 아무 것도 아니고, 홈스쿨링 학생이 소수인 만큼 그들 때문에 기존 공립학교 학생들이 빼앗길 선수 자리는 얼마 되지 않아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홈스쿨링 학생들 가운데 티보우 선수처럼 훌륭한 재질을 가진 학생들이 있다면 사회적, 교육적 차원에서라도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키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내가 의장으로 있는 훼어팩스 교육위원회는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선, 홈스쿨링 학생들도 언제든지 공립학교에 정식으로 등록해 다른 학생들과 같은 상황에서 경쟁할 수 있다. 즉, 같은 시간에 등, 하교를 하고 같은 분량의 공부를 하면서 운동이나 다른 활동도 하는 조건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립학교 학생들이 특별활동을 해야 하기 위해서 철저히 적용되는 여러 규율을 홈스쿨링 학생들이 준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없기에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불공평하다. 예를 들어, 수업 출석 기록이 불량한 학생들은 시합 참여에 제재를 받는데 홈스쿨링 학생들은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티보우 법안은 현재 미 전체에서 27개주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법안이 과연 버지니아 주에서는 어떻게 될지 앞으로 곧 있게 되는 주 상원의 심의를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게 바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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