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우상숭배나 영웅숭배는 스포츠와 연예계를 발판으로 한다. 미국 축구 시즌이면 교회 좌석들이 텅텅 비는 현상과 아울러 수퍼 스타들에 관한 관심과 존경도는 숭배에 가까운 사례들을 보면 그 점이 분명해진다. 자기가 따르는 가수들이나 배우들의 사진으로 벽이 도배가 되다시피한 청소년들의 방에서나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팀과 선수들의 기념품을 사는데 가계 예산을 아끼지 않는 어른들에게서도 거의 종교열이나 광신의 섬뜩함을 느낄 수 있다.
유럽이나 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축구팬 깡패 현상(Soccer hooliganism)도 역시 종교제도의 대중 장악력이 약화된 현대사회에서 자기 팀에 대한 거의 종교적인 지지가 승리로 도출되지 못하면 적대팀이나 그쪽 응원자들에 대한 보복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상의 위치는 승리와 정비례 한다.
따라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선수들은 자기들의 체력이나 기량의 발휘에 있어 보탬이 된다는 것은 무엇이라도 해보고자하는 유혹에 빠진다. 최근의 예로 투어 드 프랑스라는 자전거 경기를 일곱 번이나 우승했었던 랜스 암스트롱을 들 수 있다.
더군다나 고환암으로 투병을 해서 이긴 다음에도 그 힘든 자전거 주행 코스를 1등으로 완주한 철각의 사나이로 알려졌었던 암스트롱에 대해서는 금지된 약물 사용이나 수혈을 몰래해 왔었다는 풍문이 많이 돌았었다. 그리고 그의 팀 동료들마저 암스트롱의 불법 행위에 대한 증언을 하고 나서게 되자 국제 사이클연맹 등이 그의 상패들을 빼앗아가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가 영구적으로 스포츠에 참여할 수 없는 조처를 취하게 된다.
암스트롱은 오랫동안 자기의 불법적 약품 사용을 폭로하는 신문들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사건으로 적반하장과 같은 뻔뻔스러움을 보여오다가 얼마 전에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타나 이실직고(以實直告)는 하면서도 자전거 경기에 임하는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자기도 경쟁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암스트롱은 그의 스폰서였던 미 우편공사로부터 후원금 반환소송을 당하게 될뿐더러 연방 검찰의 조사내지 기소 대상이 될 상 싶다.
아마도 암스트롱은 시드니 올림픽 때 금메달 셋을 포함한 다섯 메달을 땄었던 육상 선수 매리온 존스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존스는 여러 번 거짓말을 한 까닭으로 메달만 취소된 게 아니고 위증죄로 감옥엘 간 역사가 있다.
거짓은 거짓이로되 덜 심각한 것으로는 노트르담 대학의 풋볼선수 맨티 티오의 경우가 있다. 자기 애인이 교통사고로 치료받던 중 패혈증임이 발견된 데다가 그 자신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시간 만에 숨을 거두었기 때문에 자기가 분발하여 자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떠들어대서 대서특필 되었었지만 다 거짓임이 드러났다. 죽었다는 애인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가공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몇 동계 올림픽 전에는 토냐 하딩이란 유망주 선수가 자기의 호적수인 낸시 캐리건의 승리를 방지하기 위해 사람을 시켜 그의 무릎을 내리치도록 한 사건도 있었다. 지금 러시아의 문화계를 진동시키고 있는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감독 세르게이 필린에 대한 염산 공격도 일등지향주의의 철저한 경쟁과 질투심의 발로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외신의 보도다.
크레믈린 궁전에서 겨우 500야드 떨어진데 있는 볼쇼이 발레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니까 발레에 있어서 주연인 프리마도나는 예술적인 성망에 있어서나 보수면에서도 최고의 자리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또 남자 무용수들도 주연급이면 세계적인 명성과 융숭한 대우를 받는 것은 소련 시절 미국으로 망명한 뉴레예프와 바리시니코프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볼쇼이 단원이 되었다고 다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예술감독의 프리마도나와 남자 스타 선정을 둘러싸고 경쟁이 여간 치열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 어쨌건 예술 감독의 얼굴에 염산을 뿌려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는 중상을 입혔을 뿐 아니라 실명이 될 위기에 이르게 한 범인이 단원들 중 하나일 수 있어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되었다는 외신이다.
발레리나 중에서도 경쟁자들의 신발에 유리 가루를 집어넣는 사례도 있었다. 정말 일등이 되려는 노력이 공명정대하면 괜찮지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경쟁자들에게 해코지마저 서슴지 않는다면 그것은 탐욕이고 욕심 자체도 우상숭배가 될 수 있다. 십계명의 마지막은 이와 같다.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지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지니라.”
한걸음 더 나가 이웃 또는 동료가 일등이 되는 것이 정당한 경쟁의 당연한 결과일진대 수긍하고 부러워하지 않는 게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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