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즈음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이 쓴 ‘Beloved’라는 소설을 읽고 있다. 토니 모리슨은 1931년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난 흑인여류 작가인데 이 소설로 1988년에 퓰리처 상을 받았다. 그 후 1993년에는 노벨문학상, 그리고 2012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영예로운 대통령 자유메달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상했다.
토니 모리슨은 1953년 하워드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그리고 1955년에는 코넬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텍사스서던대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해 모교인 하워드대학교, 뉴욕주립대학교, 예일대 등을 거쳐 프린스톤대를 마지막으로 2006년에 교직에서 은퇴했다.
그의 첫 작품은 단편소설 ‘The Bluest Eye’로 1970년에 발표되었다. 이 소설은 파란 눈을 갖고 싶어 하는 한 흑인 소녀 얘기를 다루었다. 그리고 내가 현재 읽고 있는 ‘Beloved’도 흑인에 관한 내용이다. 미국의 남북전쟁 직전 실존했던 마가렛 가너(Margaret Garner)의 이야기를 픽션화한 것이다.
마가렛 가너는 흑백 혼혈노예로서 노예제도가 인정되던 켄터키 주에서 남편과 어린 네 자녀와 같이 살았다. 그런데 자유를 찾아 전 가족이 60년만의 최고 추위로 얼어붙은 오하이오 강을 건너 자유의 땅인 오하이오 주로 도망한다. 그러나 당시 노예들의 도주를 방지하는 연방법에 따라 주인은 체포 팀을 보내 추격한다. 결국 체포를 당하는데 마가렛 가너는 체포당하기 직전 자신의 2살짜리 딸을 칼로 죽인다. 마가렛 가너는 그 후 재판을 받는다.
그리고 과연 노예가 “사람”인가 아니면 “물건”으로 간주할 것인가에 대한 법리논쟁이 있게 된다. 결국 물건으로 간주되고 켄터키 주의 주인에게 돌려보내진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반노예제도 활동가 한 명이 마가렛 가너가 자신에게 했었다는 가슴 아픈 얘기를 진술한다. 마가렛 가너는 자기 자식들의 황갈색 피부를 가리키면서 여자 흑인노예들은 주인의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 자신의 딸들이 그러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자기 딸을 죽였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얘기가 소설 Beloved의 소재인데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된 동기는 전혀 다른 데에 있다. 이 책은 현재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 주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 AP 영어 과목 학습교재로 허용된 책들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어느 학부모가 이 책을 교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부모는 이 책 여러 부분에서 성관계가 묘사되어 있는데 고등학교 11학년생들에게는 적절치 않은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그 가운데에는 남자 흑인노예들의 동물과의 성행위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학부모와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학교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 주민도 가능하다. 학부모가 제기한 이의는 일단 학교장이 검토를 한다. 그리고 교장의 결정여하에 따라 담당 교육청 부처와 교육감 차원의 검토를 거친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될 경우 교육위원회가 최종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요즈음은 과거에 비해 횟수가 적지만 교육위원들이 논란이 되는 책을 읽고 그 책들의 적절성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 중에는 마크 트웨인의 작품인 ‘허클베리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과 제이 디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도 있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 이민 왔을 때 ESL선생님의 적극 권유로 읽어보게 된 첫 번째 영어소설이었다. 남자 틴에이저에 관한 이야기로 당시 사전을 뒤져가면서 아주 재미있게 때로는 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기에 이 책이 학부모의 이의제기 대상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었다.
부모들의 이의제기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성행위에 대한 묘사나 폭력적인 언어사용 그리고 인종적 문제 때문이다. 때로는 종교적 이유가 제기되기도 한다.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는 이유를 막론하고 자신들의 자녀에게 주어진 교재물이 적절치 않다고 여길 경우 다른 교재로 대체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자녀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할 경우에는 소정의 이의제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리고 때에 따라 교육위원회가 그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내가 읽고 있는 ‘Beloved’에 대해서는 현재 초기 검토를 자원한 교육위원들 중 4명 이상이 계속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전체 교육위원회에 회부되게 된다.
2006년 뉴욕타임스가 작가들과 문학평론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5년간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픽션으로 선정된 이 책에 대해 오는 월요일이 그 의사표시의 마감일이다. 어떤 결과가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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