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지사를 8년 동안 역임한 72세의 제리 브라운이 2010년 다시 주지사 출마를 선언했을 때 미디어건 유권자건 모두가 묻고 싶은 첫 질문은 한 가지였다 : “도대체, 왜, 두 번이나 해본 주지사를, 편안히 은퇴할 나이에 또 하려고 합니까?”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아들로 캘리포니아 정계에서 수 십 년 잔뼈가 굵어 속속들이 캘리포니아 산(産)인 그는 “파산지경에 처한 사랑하는 나의 캘리포니아를 되살릴 노하우를 알고, 능력을 갖추었으며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었다.
재정 파탄이 최대이슈였던 그해 주지사선거에서 성공한 억만장자 여성 기업가인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그는 당선 다음날부터 시계제로의 암담한 예산전쟁에 돌입했다. 지출삭감을 절대 반대하는 민주당과 세금인상을 절대 반대하는 공화당이 으르렁대는 주 의회를 달래고 위협하며, 새크라멘토를 절대 불신하는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경고하며, 민주당 예산안에 거부권까지 행사하며 ‘예산’에 전력투구해온 브라운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
금년 드디어 ‘균형예산’을 실현시킨 것이다. 취임한지 불과 2년 만에 최대공약을 지킨 것이다.
지난 주 행한 새해 주정연설에서 브라운 주지사는 자신있게 선언했다 : “캘리포니아는 되살아났다”
실패한 정부의 본보기로 사방에서 매도당했던 캘리포니아의 지난 몇 년을 기억하며 그는 말했다. “2년 전 그들은 우리의 부음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우린 죽지 않았다. 캘리포니아는 되살아났다. 균형예산은 실현되었고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24일의 주정연설은 박학다식한 브라운이 직접 작성한 역작답게 구약성경 중 요셉의 꿈 해몽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 몽테뉴, 스페인의 탐험가,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 프랭클린 루즈벨트, 동화책 ‘할 수 있는 작은 기차’에 이르기까지에서 다양한 인용구절이 동원되면서 캘리포니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비전이 풍성하게 펼쳐졌다.
새로운 정책은 별로 없었지만 낙관적이며 열정적이고 활기가 넘쳐났다. 2년 전 ‘예산균형’ 단 하나의 주제로 “모든 주민의 고통과 희생분담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던 짤막하고 어두웠던 취임 첫 주정연설과는 많이 달랐다.
10년 가깝게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다 흑자로 돌아서고 있는 재정 회복의 메시지로 시작된 이번 연설에 대한 첫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었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도 박수를 칠만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균형예산 실현을 자축하고 장밋빛 미래를 낙관했지만 위험과 불안은 여전히 상존한다면서 “수입한도 내에서 살고, 가지지 않은 것을 쓰려고 말라”고 경고하며 재정적 보수의 면모를 드러낸 주지사는 또 너무 많은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주 의회를 못마땅해 하며 그것은 “위협적인 정부파워의 끊임없는 확대”라면서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공화당을 기쁘게 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 오바마케어 시행을 위한 주 의회 특별회기 소집촉구로 진보진영도 흡족하게 했고, 각 지방의 교육행정권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약속으로 보수진영의 박수를 받았으며 프로포지션 30 통과로 얻어질 세수입 사용에 대해 빈틈없이 감독할 것을 거듭 약속하며 여전히 불안한 유권자들을 안심시키려 애썼다.
지난 1월11일 브라운이 공개한 976억 달러 규모의 2013~14년도 예산안은 지난 몇 년 빠짐없이 자리했던 적자 대신 7억8,500만 달러의 예상 흑자가 비축기금으로 포함되었다. 기대보다 빠른 균형예산 실현이다. 지난 2년간 주지사와 주 의회가 이를 악물고 단행한 230억 달러의 지출삭감과 지난 11월 유권자가 주민투표로 승인해준 한시적 증세 덕분이다.
언제 다시 주 안팎의 어떤 요인에 떠밀려 저자의 늪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아직은 불안정한 균형이다. 그래서 여전히 검약과 절제를 촉구했지만 주지사는 한편으로 미래를 위한 과제도 빼놓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남북을 관통하며 탄환열차가 달릴 고속철도와 북가주에서 남가주로 물을 운반할 지하수로 건설 - 둘 다 수백억 달러 기금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다. 반대와 논란을 모르지 않는 브라운은 “대담한 플랜인 것 맞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모든 것이 다 대담하다…너무 큰 규모인 것도 맞다. 그러나 문제 자체도 너무 크다”면서 수백년 지속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흑자예산’에서부터 의구심을 표하고 ‘달빛 주지사’의 비현실적 환상으로 깎아내리는 이견과 비판도 물론 제기되고 있다. 주 재정의 최대 난제인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말 몇 년 만에 들어본 새크라멘토 발(發) 희소식인가. 매년 가난한 노인과 아이들을 향해 어떤 삭감의 칼날이 다가올까 마음 졸이게 하던 것이 이맘때인데 뜻밖에도 훈훈한 봄 편지가 날아든 것이다.
근래 어느 주지사보다 탄탄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한 브라운은 새해에 들어서면서 순풍 속에 임기 후반을 시작했다. 그가 다시 2년 후 “골든 스테이트의 옛 명성을 되찾았다”고 선언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린 77세 주지사의 재선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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