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 캐릭터가 등장했다. 미니스커트 차림의 걸 그룹이 선보였다. ‘선군’(先軍) 대신 ‘선경’(先經)이란 말이 나돌았다. 그리고 꽤나 세련되어 보이는 퍼스트레이디의 모습도 공개됐다. 김정은의 등극과 함께 달라진 북한의 모습이었다.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다행증이랄까, 기대감이라고 할까. 그게 그런데 1년이 채 못 가 무너져 내렸다. 결국 그 본색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면서 되풀이 되고, 또 되풀이 되는, 그래서 이제는 친숙해진 각본이 또 다시 펼쳐지고 있다.
미사일을 쏴댄다. 그 무모한 도발에 전 세계여론이 들끓는다. 유엔안보리가 소집된다. 우여곡절 끝에 규제안이 나온다. 그러자 더 펄펄뛴다. 마치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이나 벌이겠다는 듯이.
듣기 거북할 정도의 욕설에, 피에 굶주린 듯 섬뜩한 어휘를 총동원한 비난성명과 함께. 그리고 또 위협이다. 핵 실험 위협이다.
“미국과 괴뢰패당의 북침 핵전쟁과 반공화국 소동에 따라 조선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사문화 된지 오래다.” “제재는 전쟁이며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다. 남조선 괴뢰역적패당이 유엔제재에 직접 가담할 경우 강력한 물리적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지난해 12월12일. 그러고 나서 한 달도 더 지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결의 2087호를 채택하자 김정은 체제가 보인 반응이다. 미국을, 한국을 싸잡아 비난하고 협박을 한다. 여기까지 각본은 과거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 중국의 태도다. 15개 이사국 전원의 만장일치로 제재안이 채택됐다. 거기에 중국도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천안함 사태 때도, 연평도 포격 때도 북한만 감싸온 중국이다. 그 중국이 북한 제재안에 선뜻 찬성을 한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달라진 것인가.
“언론의 초보적인 체모조차 갖추지 못한 쓰레기 언론들이 불순 적대세력과 함께 반공화국 모략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관영 중앙통신의 공식논평이다. 무엇 때문에 또 이처럼 열을 올리고 있을까.
한동안 ‘설’(說)로만 나돌았다. 할아버지 김일성을 빼닮은 김정은의 외양. 그것은 성형수술을 한 탓이다. 그 소문을 중국의 한 지방 TV방송이 진실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을 방문했던 한 중국 외교관의 전언을 소개하면서 이 방송은 북한 외교관이 수술사실을 확인해준 것으로 보도한 것이다.
북한 중앙통신의 그 보도태도에 워싱턴포스트가 주목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수준이다. 그걸 가지고 명색이 관영매체가 그토록 흥분을 하다니. 그리고 중국의 언론을 전례 없이 신랄한 어휘를 구사하며 비난을 한 것이다.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한다. 아직도 중국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공식적으로는 혈맹관계다. 그런 두 나라 사이에 뭔가 틈새가 일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워싱턴포스트지는 바로 이점을 지적한 것이다.
평양은 중국에 부담만 될 뿐이다. 중국인들이 점차적으로 보이고 있는 북한관이라는 것이다. 이 같이 북한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조-중 동맹에는 단층선이 형성되고 중국의 언론들은 부지부식 간 그 사실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관측을 한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면 중국은 (대북)지원을 줄이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논평이다. 북한제재안을 찬성한 중국에 대해서도 비난성명을 냈다. 비열한 처사를 하는 겁쟁이로 비유하면서. 그 북한에 대해 중국이 경고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인민일보로, 경솔한 행동은 긴장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뒤이은 것이 환구시보의 논평으로, 중국의 무마노력에 감사할 줄 모르는 북한에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정책의 변화라기보다는 한 때의 단순한 으름장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관측통들은 놀라움과 함께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후 중국내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놓고 논의가 분분했다. 대북 지렛대를 활용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신세대 전략주의자(strategist)와 북-중 동맹관계를 최우선시 해야 한다는 노장층 전통주의자(traditionalist)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은 전통주의자 정책이 채택됐다.” 2009년 11월 국제위기감시기구(ICG)가 밝힌 내용이다.
북경당국은 한 달여의 고심 끝에 북한제재안에 찬성했다. 이것은 이 두 세력 간에 또 한 차례 치열한 논쟁이 있었고 시진핑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새 지도부는 결국 신세대 전략주의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사면초가를 자초한 김정은. 그의 입지가 날로 줄어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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