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과 짐은 곤경에 처한 아버지 잭을 돕기로 했다. 아버지로부터 풋볼을 배운 이들 형제는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코치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코치라도 좋은 선수들 없이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1990년대 중반 잭이 감독으로 있던 대학풋볼 디비전 I-AA의 웨스턴 켄터키(WKU)는 5년간 4번이나 승률 5할 밑으로 떨어졌고 잭의 감독 자리는 위태로웠다. 켄터키 시골구석에 있는 조그만 대학 WKU가 타주에서 유망주 고교선수들을 데려오기란 거의 불가능했고 잭은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데리고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었다.
당시 WKU보다 훨씬 큰 학교인 디비전 I-A 대학 신시내티 풋볼팀 코치였던 잔과 NFL의 스타 쿼터백이었던 짐은 의기투합해 위기에 빠진 아버지 ‘구출작전’을 시작했다. 당시 플로리다 올랜도에 살았던 동생 짐은 올랜도 인근지역에 즐비한 뛰어난 유망주들을 직접 리크루트하기 위해 WKU의 무보수 자원봉사 코치로 등록했다. 형 잔은 신시내티에서 접하는 정보를 활용, 올랜도 인근지역에서 WKU에 관심이 있을만한 좋은 고교생 선수들을 찾아 짐에게 알려줬고 짐은 그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당시 시카고 베어스의 스타 쿼터백이었던 짐 하바를 모르는 풋볼선수는 없었고 그가 직접 학교와 집으로 찾아가 아버지 학교팀에 와서 뛸 것을 요청하자 그 효과는 엄청났다. 플로리다의 뛰어난 선수들이 하나 둘씩 WKU로 모이기 시작했다. 1995년 1학년생으로 WKU의 스타팅 쿼터백이 된 뒤 WKU에서 당시 대학풋볼 쿼터백 최고기록(3,997야드)을 세웠던 윌리 태가트도 이렇게 해서 WKU에 왔고 WKU의 성적은 올라가기 시작했다.
짐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로 팀을 옮긴 뒤 인디애나에서도 WKU를 위한 리크루트 활동을 계속했고 이후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던 WKU는 마침내 지난 2002년 디비전 I-AA 내셔널 챔피언까지 차지했다. 잭은 타이틀을 딴 뒤 감독직에서 은퇴했지만 WKU는 여세를 몰아 더욱 성장, 2008년에 디비전 I-A로 승격했다.
한편 잭이 감독직에서 은퇴한 해에 15년 NFL 선수 커리어를 마감한 짐은 오클랜드 레이더스 쿼터백 코치로 코치생활을 시작했고 샌디에고와 스탠포드를 거쳐 지난 201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49ers 감독을 맡아 단 2년 만에 팀을 수퍼보울까지 진출시켰다. 그의 형 잔은 신시내티와 인디애나를 거쳐 필라델피아 이글스에서 10년간 코치로 재직한 뒤 지난 2008년부터 볼티모어 레이븐스 감독을 맡아 레이븐스를 5년 연속 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결국 5번째 도전만에 팀을 수퍼보울까지 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들 형제는 다음달 3일 뉴올리언스 수퍼돔에서 벌어지는 수퍼보울 XLVII(47)에서 각자 자기의 팀을 이끌고 역사적인 ‘하바보울’ 한판승부로 만나게 됐다. 수퍼보울 역사상 최초로 형제간의 사령탑 대결이 이뤄진 것이다.
사실 잔과 짐 하바 형제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모험도 불사하고, 누구와 충돌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고집 센 승부사들로 유명하다. 짐은 지난해 팀을 수퍼보울 일보직전까지 이끌었던 스타쿼터백 알렉스 스미스를 이번 시즌 중간에 벤치에 앉히고 무명의 콜린 캐퍼닉을 스타팅 쿼터백으로 내보내는 일대 도박을 단행, 결국 캐퍼닉의 어깨와 다리를 타고 수퍼보울까지 올랐다. 잔은 시즌 중반 오펜스가 난조에 빠지자 베스트 프렌드였던 오펜시브 코디네이터를 가차없이 해고하고 결국 팀을 수퍼보울로 끌어올렸다. 형제 모두 승리를 위해서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형제 대결’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임은 물어보나 마나다.
하지만 이들의 여정을 살펴보면 또 하나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패밀리’다. 이들 가족이 똘똘 뭉쳐 서로를 돕는 전통은 바로 십수년전 펼쳐진 잔과 짐의 ‘아버지 구출작전’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두 아들이 서로 자기 팀을 이끌고 꿈의 무대 수퍼보울에서 맞붙는 장면을 지켜볼 아버지 잭과 어머니 잭키의 가슴에는 자랑스러움과 기쁨이 넘치고 있다. 이들 노부부에게 이번 수퍼보울에서 누가 이기든지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