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란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이나 집을 옮겼다는 옛 중국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로 자녀 교육을 위한 부모의 정성을 뜻하는 고사성어다. 맹자 어머니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읜 맹자를 위해 공동묘지와 장터 근처를 떠나 결국 서당 가까이로 옮겨 맹자로 하여금 공부하게끔 했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에 환경이 주는 영향과 부모의 교육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학군에 요즈음 현대판 맹모삼천지교가 행해지고 있다. 훼어팩스 카운티 학군은 원래 미국 전체에서 가장 우수한 학군 중 하나로 어느 학교를 막론하고 훌륭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자녀 교육을 위해 그 가운데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낫다고 평판이 난 학교를 찾아 이사 가는 부모들이 있다. 이는 자녀사랑에서 기인한 것으로 그 누구도 흉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요즈음 논란이 되고 있고, 내가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라 부르고 싶은 것은, 카운티교육청의 ‘Advanced Academic Program (AAP)’의 개편에 있어 많은 부모님들이 보여주고 있는 관심과 열정이다.
AAP는 과거에 영재교육(GT: Gifted and Talented)이라 불리었는데 학생들 숫자가 여러 해 동안 꾸준한 증가를 보여왔다. 이러한 추세는 훼어팩스 카운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는 이 프로그램 교육의 질과 근본취지에 논쟁을 야기시켰다. 훼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AAP 교육이 네 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학생들은 AAP센터가 있는 학교에 모여 따로 별도의 교육을 받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AAP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증가로 AAP센터가 위치한 학교에 심각한 시설부족 현상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센터가 있는 일부 학교에서는 센터학생들이 일반학생들보다 월등히 숫자가 많아 오히려 그 학교의 일반학생들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이런 AAP센터의 어려움을 해소키 위해 대책위원회가 연구해 제시한 제안들에 대해 여러 부모님들이 반대를 하고 나선 것이다.
이 제안들 가운데 시설이 부족한 학교의 경우 인근에 추가로 AAP센터를 세워 그 곳으로 학생들을 분산시키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데 절대로 학교를 옮겨 갈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새로 세워질 센터가 기존 센터만큼 훌륭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다. 기존 센터에 자녀들을 보내려고 여러해 전부터 해당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부모들도 있다. 그리고 현재 센터가 위치한 학교가 시설부족으로 비좁아도 충분히 견딜만하니 그대로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대해 AAP센터가 위치한 해당학교에 재학 중인 일반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왜 AAP 학생들 때문에 일반학생들이 비좁은 시설로 고생을 해야 하느냐고 항의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항의에도 새로 세워질 센터로 옮겨야 될지 모르는 센터학생 부모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든지 자신들의 자녀들이 기존 센터에서 공부를 마칠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는 이기적인 발상이라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자신의 자녀들 이상 중요한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우리가 동의한다면 이들을 그냥 이기적인 부모라 탓 할 수만도 없다.
이에 대한 교육위원회의 결정은 다음 주 목요일의 정기회의에서 있을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과 이번 주 월요일에 있었던 교육위원회 실무회의에서 여러 시간에 거쳐 열띤 논의를 가졌지만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교육위원들에게 엄청난 분량의 이메일들이 쇄도하고 있다. 교육위원들은 그에 대한 답장은 고사하고 다 읽어보기에도 버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메일 내용 모두에 자신들의 자녀를 위한 최상의 교육 기회를 확보하려는 열심과 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안다.
다음 주 교육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그 결과에 실망하는 부모님들과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어떠한 설명도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바라건대 어떠한 결정이 나오든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우려되는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변화가 오면 그에 따른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현재 안고 있는 시설부족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더 연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이슈로 인해 같은 학교 내에서 부모님들 사이에 의견이 갈라지면서 평소에 잘 지내던 관계가 훼손되는 모습을 보는데 이 또한 잘 치유되었으면 좋겠다. 상대에게 나쁜 감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자녀에게 최적의 교육환경 확보를 위한 부모로서의 당연한 노력이라고 서로 이해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모쪼록 상당수의 우리 한인학생들도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이번 교육위원회의 결정이 정말 현명하게 내려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맹모(孟母) 못지않은 교육열을 보이는 부모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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