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 인쇄본이 지난 12월 31일자를 마지막으로 80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나는 이날 자 인쇄본에 부착된 ‘마지막 인쇄판’(Last Print Issue)라는 표지를 보고 섭섭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 표지는 나에게 마치 아날로그 시대를 마감하는 ‘부고’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뉴스위크 지는 타임(Times)지와 ‘US News and World Report’지와 함께 국내외의 주간뉴스를 알리는 미국의 3대 인쇄매체였다. 이 잡지는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전성기를 이뤘는데 디지털시대가 도래함으로서 온라인 인터넷에 밀려 ‘자연도태’가 된 것이다. 이제 Newsweek지는 Newsweek Global이라는 새 이름으로 새해부터 온라인 서비스만 하게 된다. 그러면 인쇄매체는 인터넷에 밀려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내가 살아온 삶은 종이 인쇄매체의 대표라고 볼수 있는 책 그리고 정기간행물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대학 재학 중인 1950년대 후반 서울 소공동에 있었던 국립도서관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인쇄매체를 보관 분류 대출 교육하는 도서관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어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시절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신문사 기자가 되었지만 마음으로는 언젠가는 도서관 조직과 운영을 학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랬다.
그래서 나는 1960년대 후반 미국으로 유학 왔을 때 피츠버그 대학원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있던 몇몇 친구들은 많은 학문을 놔두고 왜 하필이면 도서관학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생각해 봐도 너무나 선택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석사학위를 마치고 한 메릴랜드 주립대학 도서관에서 10여년간 사서로 근무하면서 부관장의 직책까지 올랐다. 내 생애에서 영어책을 가장 많이 읽은 시절이었다. 나는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메릴랜드대학원에서 사회학 석 박사학위에 도전장을 냈다. 그리고 학위를 마치고 대학교수가 되면서 도서관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한동안 멀리했다. 그런데 내가 미국대학에서 조기은퇴하고 2000년에 한동대학에서 가르치게 될 때 도서관장 직을 맡게 되어 다시 도서관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내가 도서관학을 전공하고 실무경험이 있다고 해서 맡겨진 직책이었다. 미국대학 도서관장 직은 도서관학을 전공한 교수가 맡는데 한국대학에서는 보직교수라고해서 전공에 상관없이 어떤 전공의 교수도 맡기 때문에 도서관 운영에 전문성이 결여되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
포스텍(POSTECH, 전 포항공대)이 공사비 700여억원의 대학도서관인 청암학술정보관을 2004년에 준공했다. 청암은 대학 설립자 박태준 전 포항제철 초대사장의 아호다. 이 도서관은 아날로그인 인쇄매체와 온라인 디지털 매체를 모두 최첨단으로 갖춘 도서관이다. 나는 준공식에 참석한 후 도서관 관계자들이 모여 나누는 도서관 건축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기존 도서관 건물을 두고 막대한 돈을 들여 새 도서관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를 놓고 관계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달랐다고 한다. 즉 한편에서는 모든 정보가 온라인 매체로 저장되며 활용되는데 꼭 도서관이라는 지정된 시설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도서관 기능의 약화론과 다른 한편은 아무리 온라인 시대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인쇄매체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도서관 기능의 강화론을 펼쳤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미국대학 도서관 현상을 알아보기 위해 교수단 조사단을 파견, 얻은 결론은 도서관 기능의 강화론이었다.
그러면 온라인본 Newsweek Global의 등장이 과연 인쇄본 매개체의 종식을 예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인쇄매체의 열람과 대출을 최대기능으로 하고 있는 도서관은 곧 문을 닫아야 하나? 내가 살고 있는 이웃에 몇 달 전 새 카운티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이 도서관도 인쇄매체와 온라인매체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Newsweek를 비롯해서 정기간행물을 열심히 읽는 모습을 보고 ‘우리 인간은 책장을 넘기며 독서하도록 창조되어 있다’는 확신을 다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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