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해가 밝았다.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카운티의 학제에선 1월이 큰 의미가 있진 않다. 그래도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자신을 살펴보며 새로운 각오도 다짐하고 일년간 당면한 과제들을 점검해 보게된다.
미국 최고 학군임을 자부하는 훼어팩스카운티가 우선적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일은 오는 6월 말로 은퇴하는 교육감의 후임자 선정이다. 교육감을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 교육감들은 대부분 교육위원회가 선정해 임명하는 임명직이다. 교육위원들은 교육정책과 예산수립을 하는 반면 일선 행정은 교육감에게 맡기기 때문에 좋은 교육감을 선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특히 이번 후임 교육감 선정은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그 과정을 총지휘해야 하기에 나로서는 그에 따르는 책임감이 막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이제 이번 달부터 공식 구인광고가 나가고 3-4월 중에 후보자들의 인터뷰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훌륭한 교육자들이 많이 지원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다음 회계년도의 예산수립이다. 훼어팩스카운티의 회계년도는 7월 1일부터 시작해 다음해 6월 30일에 끝난다. 그러므로 다음 주 목요일에 교육감이 제출할 예산안은 오는 7월 1일부터 내년 6월말까지를 커버한다. 지난 여러해 동안 경제침체로 인해 교육예산 사정이 상당히 어려웠었는데 내년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사실 앞으로 약 2년정도는 계속 긴축예산집행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학생수의 급격한 증가와 추가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져가는 현상 때문에 아무리 효율적인 예산집행을 위해 노력해도 재정이 부족하다. 조속한 경기회복으로 교육재원인 주, 지방정부의 재정상태가 호전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1월 말과 5월 중순에 있을 교육위원회 예산공청회와 4월에 열리는 수퍼바이저위원회 예산공청회에, 교육예산에 관심이 있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특히, 훼어팩스카운티는 교육예산의 70% 정도가 되는 높은 비율이 카운티 자체 조달이기 때문에 수퍼바이저위원회 예산공청회는 그 만큼 중요하다.
위의 두 과제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학생 징벌제도 개정과 등교시간 조정이 있다. 학생 징벌제도 개정은 작년 10월 초 교육위원회가 40명의 멤버로 구성된 지역사회자문위원회를 조직해 오는 3월까지 교육위원회에 추천안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지난 2년사이에 있었던 몇몇 학생들의 자살사건이 도화선이 된 이번 제도개선 시도는 학생들의 퇴학과 강제전학에 관한 부분에 심도있는 논의가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마리화나를 비롯한 마약사용과 판매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처벌 등에 대해 공감을 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교육위원들 가운데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의견차이가 제법 심한 것을 보아왔기에 이에 대한 결론을 유출해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학생징계에 있어서는 처벌대상 학생뿐 아니라 피해 학생들과 학교의 전체적인 안전과 면학분위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교육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징계사유 발생시 해당학생 부모에게 적절한 통고시점이 언제인가에 대한 토론도 있을 것이다.
등교시간 조정 문제도 현재 교육위원회가 이 일을 맡아 연구할 외부 컨설팅회사 선정작업 중에 있다. 컨설팅회사가 정해지면 등교시간을 8시 이후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에도 몇 번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어떤 획기적인 조치가 있지 않는 한 이번에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높다. 요즘처럼 교육예산이 부족할 때 이러한 문제로 컨설팅 회사를 고용한다는 자체가 재정낭비 아니냐는 지적을 들을 수도 있고 과연 큰 비용 없이 등교시간을 8시 이후로 늦출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 고등학생들의 수업시작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지적 또한 무시할 수 없는게 사실이다. 특히 중, 고등학생들의 취침시간이 늦은 것을 고려할 때 수면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의 건강과 학습능률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해결방안이 만약에 중, 고등학생 대신 초등학생들의 수업시작 시간이 이른 시간으로 바뀌게 된다면 과연 초등학교 부모님들이 이를 받아들일 것인가는 의문이다. 과거에 이러한 방안이 제시되었을 때 걸어서 통학하는 어린 초등학생들을 한 겨울 어두운 시간에 걷도록 할 수는 없다는 반대 또한 적잖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에 어떤 새로운 방안이 나올지 일단 기다려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외의 과제들로 영재교육, TJ 입시, 훼어팩스고등학교 학군조정, 그리고 조지메이슨 대학과 협력하여 실시 연구중인 실험학교 등이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교육위원회가 논의할 때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관심과 제안을 부탁한다. 학생들 교육문제는 우리 모두가 머리를 모아 같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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