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을까. 휴 화이트라고 했던가. 호주의 한 국제문제 전문가에 따르면 그 답은 ‘예스’다.
“센카쿠열도(중국 명 댜오이다오)영유권을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갈등은 결국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시기는 빠르면 2013년이 될 것이고, 그 경우 미국의 개입은 불가피해 이스트 차이나 해상에서 두 나라간의 충돌은 미-중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잠깐. 그래 보아야 돌과 모래투성이의 극히 작은 무인도일 뿐이다. 그런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세계 2위와 3위의 경제대국이 충돌하고, 또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이 그 분쟁에 말려든다니. 잘못된 전망이 아닐까.
“그 싸움은 단순히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분쟁이 아니다.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다른데 있다. B.C. 5세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재판이라고 할까. 그런 성격의 전쟁으로 볼 수 있다. 파워(power), 프라이드(pride) 그리고 서로에 대한 두려움(fear)에서 비롯되는 전쟁이다.”
중국이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일본과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이는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도 전이되면서 결국 충돌관계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분쟁은 근인(近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과연 맞는 전망일까.
“미국과 중국의 전면 전쟁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타곤은 중국과의 무력 충돌이란 개념 중심으로만 아시아군사전략을 개편했다.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번에는 국방 분석가 스티븐 메츠의 주장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 중심정책을 천명했다. 이후 나온 미 국방부의 아시아군사전략에 대한 그의 분석이다.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 중 어느 나라와 미국이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는가’ 보다는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가 분쟁에 휘말리고 그 결과로 미국이 개입하게 될 것인지’ 이쪽에 전략의 비중이 실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측면에서 볼 때 그 후보 대상국은 하나 둘이 아니다. 멀리 서남아에서 동남아에 이르기까지. 중국 자체도 그 후보의 하나다. 현재의 경직된 체제가 지속 될 경우 내란발생 가능성이 크고 이는 주변국 안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서….
인용이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파워의 전이기를 맞아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대규모 군사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한 때 학술지 논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담론이다. 상아탑에서의 그 논쟁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새삼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은 아시아 각국을 휩쓸고 있는 내셔널리즘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야 말로 당에 부여된 사명이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이 공산당 총서기로 부임한 후 내 뱉은 일성이다. 전에 없던 개념을 하나 제시했다. 바로 ‘중화민족’이란 단어다.
왜 중화민족에, 위대한 부흥을 천명했나. 19세기 치욕의 세기 때 잃었던 국토를 모두 되찾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 돌파구를 중화민족주의 고취에서 찾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는 것이다.
총서기 취임 이후 시진핑의 행보도 그렇다. 군부대 시찰에 먼저 나선 것이다. 그 발언, 그 행보는 중화민족주의에 적극 편승하겠다는 시그널인 것이다.
그 중국이 센카쿠열도영유권을 둘러싸고 전 방위 압력을 가해온다. 그 정황에서 탄생한 것이 일본 자민당의 아베정권이다. ‘내셔널리즘’은 일본에서 저주의 단어였다. 그런데 그 내셔널리즘의 상징적 존재인 아베가 총선 압승과 함께 화려한 컴백을 했다. 무엇을 말하나.
“표면상으로 일본사회는 평온무사해 보인다. 그러나 내면에서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언제까지 일본은 이웃에게 사과만 하고 지내야 하는가 하는….” 후버 인스티튜션의 니시 토시오 말이다. 날로 팽배하고 있는 내셔널리즘. 그 일본 사회의 집단의식의 저변을 보여주고 있다.
내셔널리즘의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은 중국과 일본뿐이 아니다. 인도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에 이르는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내셔널리즘이 19세기 유럽형 내셔널리즘과 너무 흡사하다는 점이다.
그 내셔널리즘과 내셔널리즘이 충돌한다. 그럴 때 오는 결과는 그러면. 대립에, 갈등에, 무력충돌이다.
“오늘날 아시아에서 목도되는 것은 바로 이런 여건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국내정치와 맞물려 뭔가 징조가 좋지 않다. 2013년은 아무래도 아시아분쟁 시대의 원년이 될 것 같다.” 조지타운대학의 빅터 차의 진단이다.
2012년이 저물어간다. 그리고 펼쳐지는 것이 2013년이다. 새해를 맞는 마음이 어쩐지 가볍지만은 않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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