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코리안 아메리칸 입장에서 정말 의미심장했던 올 한해가 저물어간다. 흑룡의 해인 2012년 임진년 한국과 미국에서는 20년 만에 똑같은 해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한국에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미국에서는 최초의 흑인 재선 대통령이 탄생했다. 올해는 한미 양국의 정치사에 바야흐로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한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여권이 신장되었다고 평가받는 미국에서도 나오지 못한 여성 대통령을 대한민국은 이번에 헌정 사상 최초로 배출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지금 당선의 기쁨에 도취되어 있기는 시기상조이다.
한국은 아직도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한 보수와 20~40대를 주축으로 한 진보가 극도의 이념적인 대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고 중산층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사태 당시는 국가가 부도났다고 했지만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은 장사가 하도 안 되고 기업의 구조조정도 크게 늘어나면서 개인이 부도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18대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낡은 이념분쟁과 세대차, 지역차로 인한 극심한 갈등이 계속 남아있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향후 국정운영에 큰 저해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50대 이상 연령층의 경이적인 투표율과 박근혜 몰표 현상이 결국 박근혜의 승리를 가져왔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30대, 40대는 문재인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 20대의 65%, 30대의 66%, 40대의 55% 이상이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즉 세대별로 지지후보가 극명하게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역주의에 따른 후보 편중 현상도 여전해 영남과 강원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반면 호남과 서울, 경기 일부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이번 대선을 통해서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층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인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10월 말 전국 대상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롬니는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백인의 59%로부터 지지를 받은 반면 오바마는 미국 전체의 비백인 가운데 79%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지지도 30세 미만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가 롬니보다 20%포인트 정도 높은 지지를 받은 반면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두 후보가 극명하게 다른 지지층을 가진 것으로 집계돼 미국이 인종과 세대별로 크게 갈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를 물리치고 당당히 재선에 성공했지만 재정절벽과 총기규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재정절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장 서민 및 중산층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국 경제가 재정절벽으로 떨어질 경우 저소득층의 타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 연소득 1만∼2만달러 가구가 내야 하는 연방 세금은 현재의 평균 68달러에서 605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어나고 중산층의 세금부담도 커지지만 공화당과 오바마는 당리당략에 치우쳐 지금도 갑론을박 평행선을 그리며 해결의 가닥조차 잡지못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지도자가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난관은 이처럼 국민들이 이념, 세대, 지역, 인종별로 사분오열 되어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 오바마 대통령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본인에게 반대표를 던졌던 국민까지 하나로 묶는 통합의 리더십이다.
두 지도자가 링컨 대통령에게 통합의 리더십을 배우면 어떨까?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1861년, 미국은 노예 해방문제로 남북으로 갈라져 독립 이후 최대의 위기에 빠진다. 1861년부터 1865년까지 남북전쟁으로 미국은 분열되었으며 형제들끼리 총을 겨누며 싸우게 되었다. 북군 36만, 남군 26만의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고 민간인 사상자 수는 수백만에 달했다.
남북간, 인종간 증오와 적대감의 골이 전쟁으로 인해 회복불능으로 깊어져 버렸다. 이렇듯 남북전쟁의 참화 속에서 재선에 성공한 링컨 대통령은 선언에 그친 노예제도를 실제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난제와 맞부딪히지만 통합의 리더십으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국난을 극복했다. 그는 정적을 포용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토론하고 협상하며 “국민(people)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몸소 실천했다.
2013년 계사년에 국민들에게 말의 진수성찬에 그치지 않고 꿈과 희망과 비전을 주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박흥률 부국장 겸 기획취재부장>
peterpa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