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인교향곡·서울시향 디즈니홀 공연 등 풍성
올 한해도 남가주 문화예술계는 풍성한 음악과 미술, 공연과 이벤트로 불경기의 시름에 빠져 있는 LA 주민들에게 위로의 시간을 선사했다. 수많은 콘서트와 전시회, 오페라, 퍼포먼스, 설치예술이 선보였지만 그 중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2012 아트&컬처 프로젝트 10가지를 선정해 본다.
◆말러 프로젝트: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과 시몬 볼리바 오케스트라가 1월13일부터 2월5일까지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말러(Gustav Mahler) 9개 교향곡을 모두 연주하는 마라톤 콘서트가 큰 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완주한 말러 전곡 사이클은 유례없는 일이며,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8번(천인교향곡) 연주 때는 1,017명이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기록을 세웠다.
◆서울시향 디즈니홀 공연: 4월19일 서울시 교향악단이 북미투어의 일환으로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데뷔 연주회를 가졌다. 본보 특별후원으로 열린 이 콘서트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높아진 수준과 위상을 보여준 자랑스러운 연주회였으며, 30여년 전 LA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활동했던 지휘자 정명훈에게는 특별한 감회를 안겨준 콘서트였다.
◆LA 필·두다멜 ‘돈 조반니’ 공연: LA 필과 두다멜의 야심찬 프로젝트 ‘모차르트/다폰테’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지난 5월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세트 디자인을, 패션디자이너 케이트와 로라 멀리비가 의상을, 크리스토퍼 알덴 연출로 공연예술의 새 장을 여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한편 LA 오페라도 지난 9월 전통적인 프로덕션의 ‘돈 조반니’를 공연했는데 이로 인해 LA 필과 LA 오페라 간에 약간의 긴장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모차르트/다폰테’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 ‘피가로의 결혼’은 내년 5월, 세 번째 ‘코지 판 투테’는 2014년에 공연된다.
◆리처드 용재 오닐: 체임버 앙상블 ‘카메라타 퍼시피카’의 이번 시즌 오프닝에서 작곡가 후앙 루오가 용재 오닐을 위해 쓴 비올라 콘첼토 ‘인 아더 워즈’(In Other Words)의 초연이 본보 특별후원으로 열렸다. 비올라와 8개 악기와 협연한 이 작품에서 용재 오닐은 연주뿐만 아니라 기이한 말소리를 내고 연기도 하는 특이한 드라마 음악을 선보여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플라시도 도밍고 LA 데뷔 45주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페라 역을 노래한 테너인 그는 나이 들면서 음역을 바리톤으로 낮춰 올해 LA 오페라가 초연한 2개의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와 ‘포스카리 가의 두 사람’에서 생애 139번째와 140번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지휘하고 감독하고, 테너와 바리톤을 넘나들며 노래하는 그는 7월에 3,600번째 공연기록을 세웠으며 11월에는 LA 데뷔 45주년 축하행사를 갖기도 했다.
◆메트로폴리스 II 전시회: LA카운티 뮤지엄에 올해 초 설치된 이 작품은 크리스 버든이 미래도시를 모델로 만든 키네틱 조각물로, 치밀한 설계와 정교한 디자인,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적 완벽함에 놀라게 되는 작품이다. 1,100대의 자동차가 혈관처럼 얽히고설킨 도로와 철로와 프리웨이에서 쉬지 않고 달리는 이 미니어처 도시에는 수백점의 다양한 스타일의 건축물이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어 들여다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 컬렉터가 구입해 라크마에 10년 장기대여 해줬으며 지금도 매 주말 4차례 개방 전시하고 있다.
◆대지예술전: 권미원 UCLA 교수가 공동 큐레이터로 기획, 지난 5~9월 모카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대지의 끝: 1974년까지의 랜드 아트’(Ends of the Earth: Land Art to 1974)전은 주류미술계에서 올해의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회로 손꼽히고 있다. 1960~70년대 소수의 작가들이 땅을 매체로 예술활동을 펼쳤던 대지예술은 직접 본 사람은 드물고 이미 소멸됐거나 사진과 기록으로만 전해져 오는 미술운동인데 이 전시는 이를 총체적으로 다룬 최초의 뮤지엄 기획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도호의 ‘떨어진 별’: UCSD 공학부 건물 꼭대기에 미 동부의 가정집이 회오리바람에 날아와 들어박혔다는 ‘폴른 스타’는 아이디어 자체도 특별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건축 기술적, 공학적으로 가능하도록 만들어낸 대학 당국의 노력도 대단했다. 지난 6월 완공된 이 작품은 일반 가정집과 똑같이 내부를 꾸몄고 정원에는 동부지역에서 가져온 나무와 화초들을 심었다. 약간 기울여 설치된 경사 때문에 직접 들어가 보면 공간 감각적 혼란을 느끼는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된다.
◆공중에 뜬 돌덩어리: 리버사이드 바위산의 일부였던 340톤짜리 화강암 덩어리가 LA카운티 뮤지엄에 떡하니 놓여진 스토리는 지난 3월 22개 도시를 지나며 벌어진 대대적인 운송작전을 통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6월 개막된 마이클 하이저의 ‘레비테이티드 매스’(Levitated Mass)는 현대인이 세운 최초의 거석기념물이자 LA를 상징하는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다.
◆ ‘빛의 화가’ 카라바조 특별전: 20세기 들어 재발견된 로마의 천재화가 카라바조의 대작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전시회가 지난달부터 오는 2월까지 LA카운티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극사실주의를 추구한 빛의 화가, 17세기 당시로는 파격적인 인물묘사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카라바조의 작품 8점과 함께 그의 영향을 받고 모방한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의 유명 화가들이 그린 작품 50여점을 함께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이왕 라크마를 방문한다면 이와 함께 영화감독 고 스탠리 큐브릭 특별전과 조각가 켄 프라이스 전시회도 꼭 관람할 것을 권하고 싶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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