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남미 국가가운데 하나인 벨리즈(Belize)를 단기선교로 3번 다녀왔다. 인구 30만에 경상북도 크기의 나라로 국민소득이 2천 달러에 못 미치는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다.
실업률은 35%에 이르고 1년 12달이 찌는 여름이다. 영국 식민지였던 이 나라는 남미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다. 때문에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의사소통이 쉬어 전도가 편리하다.
20년 전 첫번째 방문했을 때 우리 선교 팀은 50대쯤 된 혼자 사는 한 여성도 집에 초청을 받아 악어고기요리를 대접받은 적이 있다. 그의 집은 큰 도로에서 차에서 내려 약 20분쯤 걸어서 산골짜기 언덕에 있는 오두막이었다. 빗물을 받아 식수를 하고 화장실 시설이 없는 그런 집이었다.
나는 음식을 먹는 동안 내내 이런 자문을 던졌다. “이런 곳에서 사는 이 여자 성도님은 행복할까?” 저녁 6시에 교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물론 이 여성도님도 참석했다.
냉방시설이 없기 때문에 해가 진후에 예배를 드린다. 예배는 흑인 특유의 찬양으로 시작해서 찬양으로 3시간 만에 끝났다. 성경봉독도 없고 설교도 없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지만 그분들은 정말 행복하게 보였다.
나는 예배가 끝난 후 그 여 성도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주님 때문에 늘 행복합니다.” 나는 또 자문했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여성도처럼 행복하지 못 할까?" 10년 후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이 여성도님은 하늘나라에 가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있음을 알게 됐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 오기 전 한 신문사에서 근무했던 P선배기자가 있었다. 그는 늘 낙천적이고 행복해 보였다.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P선배에게 엄청난 변화가 찾아 왔음을 알게 되었다.
2003년 순천 선암사에서 수계를 위해 출가한 것이다. 고희 70에 가족을 뒤로하고 “자유와 행복의 삶을 찾아 다 버리고 왔소이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P선배는 2004년 경기도 남양주 백련사 주지스님이 됐다.
나는 P선배만큼 행복의 조건을 지닌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서울법대 학사와 신문대학원에서 석사, 정치학 박사, 신문사 편집국장과 논설위원, 국회의원, 문공부차관, KBS사장, 대학총장 등 이 얼마나 화려한 행복의 조건들인가?
나는 P선배가 왜 2008년 속세로 다시 돌아왔는지 물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는 ‘자유와 행복의 삶’인 불도의 삶을 정말 떠난 것인가? 그곳에도 행복이 없었기 때문인가? 아무튼 그는 속세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19일 미국 갤럽이 2011년에 조사한 세계행복지수를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범죄율이 높은 중남미 나라의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148개국에서 15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파나마와 파라과이가 85%가 행복하다는 답을 하여 공동 1위를 한 것이다. 엘살바도르와 베네수엘라가 84%로 공동 3위, 트리니다드가 태국과 함께 83%로 5위를 했다.
10위권에 든 나라는 아시아에서 태국과 필리핀(82%)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남미가 차지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중국과 함께 공동 33위, 한국은 몽골 카자흐스탄 체코와 함께 공동 97위다.
행복지수를 논할 때 객관적인 지표로 국민소득, 수명, 대학 진학률, 실업률, 복지혜택 등이 논의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객관적인 지표가 개인만이 갖고 있는 주관적인 지표와 병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사용한 질문은 이러했다. “오늘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지” . “남으로부터 존중받았다고 생각하는지” “많이 웃었는지”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배웠는지” “즐겁다고 생각하는지”.
왜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행복을 덜 느낄까?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일까? 맞는 말이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성경말씀이 생각난다.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에 염려 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느니라”(마태복음 6장 3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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