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 충격, 공포, 단장(斷腸)의 설움, 한탄, 청천벽력. 왜? 왜? 왜?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의 흉악한 살육으로 일학년 학생 20명과 6명의 교직원이 무참하게 희생된 후 미국 시민들 아니 전 세계의 양식 있는 사람들의 갖가지 반응이다. 모든 주검이 가족이나 친지들에게는 슬프지만 여섯 살이나 일곱 살짜리 아이를 아침에 등교시켰는데 집에 돌아오기는커녕 흉탄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으로 목숨을 잃어 장례식을 준비해야 하는 부모들의 참척(慘慽)의 통한(痛恨)은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처절 자체일 것이다.
오죽해서 바로 그날 연방정부의 국기를 반 하강시키도록 명령한 오바마 대통령도 기자들 앞에서 무고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는 가운데 눈물을 감추려고 울먹였겠는가. 며칠 후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총기규제 입법을 포함한 모든 방지책을 1월까지는 제출하도록 위임 받은 위원회를 주재하는 모든 책무를 맡겼다.
그리고 거의 모든 신문이나 방송 매체들이 그 참사를 보도하면서 효과적인 총기 규제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집에서 잠자던 자신의 어머니를 쏘아 죽이고 5마일 밖에 떨어진 그 초등학교에 난입하여 복도와 교실을 피로 얼룩지게 만드는데 사용한 총이 전쟁에서나 쓰이는 공격용 자동 소총이었고 탄창도 30발짜리였기에 적어도 그런 무기나 탄창은 1994년부터 10년 동안 존재했다가 폐기된 연방법을 재입법해서 규제해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 조성되는 듯싶었다.
사실 미국은 총기에 관한한 광기(狂氣)의 사회라 지목할만하다. 링컨, 가필드, 맥킨리 그리고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었고 20여명의 대통령들이 암살될 뻔했거나 암살의 모의 대상이었다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총기 통제가 아직까지 전도요원하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도대체 문명국치고 미국처럼 총이 많고 총 사기가 쉬운 나라가 어디 또 있는가. 어떤 논객의 지적대로 알러지 약 수다페드를 사고자 하면 약국에서 이름과 주소를 요구하는데 총기 점포가 아닌 주말이나 월말에 열리는 총기 박람회에서 총을 구입하면 등록할 필요가 없이 무사통과 되는 게 미국이다. 거의 2억으로 추산되어 미국 국민 두 사람 당 하나 반 꼴인 무기 숫자인데다가 매년 신규로 제조되고 판매되는 총기류가 100만 이상이란다.
그러니 주먹다짐이나 또는 칼부림으로 끝날 싸움 특히 가족 성원들이나 친지들 사이의 분규가 치명적이 되어 살인과 동반 자살은 이제는 거의 뉴스거리가 못될 정도가 되었다. 작년에 미국에서는 총기에 의한 사망자가 3만2,000명이었는데 그중 1만1,000명은 살인사건이었다. 영국의 총기 살인 수는 매년 35명 내지 50명이며 미국의 수치는 불란서와 호주 보다 30배 높다는 사실만 보아도 사태의 심각성이 분명해진다.
이번 주 내내 여섯 살짜리 열여섯 명과 일곱 살짜리 네 명의 작은 관들을 둘러싼 장례식 행렬이 보도되는 가운데 숱한 범죄 현장을 검증해온 경찰관들마저도 오열하는 장면은 미국 시민들의 정신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는지 오래간만에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과반수가 넘는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약 400만 회원을 가진 강력 로비단체인 전국총기협(NRA)가 문제다. 뉴타운 참극의 유족들을 고려해서 당분간 침묵을 지키겠다던 NRA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 비극을 이용하여 총기 규제를 추진하는 정치인들과 미디어를 맹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의 12만5,000여개의 학교 하나하나 마다 무장 경비원을 배치하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제의한다. 한걸음 더 나가 연방 검사 출신으로 국토안전부 차관보를 지낸 전 연방하원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부서를 신설하여 학교 무장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반자동 소총이나 다발 탄창을 규제하는 입법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NRA의 이 같은 움직임은 범인과 그의 모친을 포함한 28명 특히 20명의 어린 싹의 비명 참사도 미국의 총기 문화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유발시킨다. 연방 헌법 수정 제2조에 나와 있는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민병대가 아니라 개인의 권리라고 해석한 대법원의 최근 판례가 바뀌지 않는 한 미국의 광기는 계속 될 것이다.
일부 칼럼니스트들이 이제는 말이 아니라 용기 있는 행동을 정치인들에게로부터 촉구하면서 그래야 될 20가지 이유로 그 희생된 아이들 이름과 나이를 열거했지만 그것도 허무하게 끝날 가능성이 안타깝다. 미국에 정신병자들이 많다는 사실과 아울러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나 영화의 영향을 들먹이는 사람들에게 한 논객은 그 사건 직전 중국에서 있은 어떤 미친 자의 난동을 지적한다.
어느 학교에 들어가 칼을 휘둘러 23명을 다치게 했지만 그중 한 명도 죽지 않은 사건이다. 미국인들이 특히 정치인들과 NRA 회원들이 총기의 우상 숭배에서 탈피하는 대변혁이 있기 전에는 뉴타운의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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