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호(한국 마리아 병원 대표원장)
흔히 10대 후반에는 손만 잡아도 임신이 되고, 20대엔 키스만 해도 임신이 된다고 한다. 그만큼 생리적 활동이 왕성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제적 기반을 잡은 사회생활 10년차 여성은 배란날짜를 맞춰서 남편과 열심히 노력해도 임신이 될까 말까다. 여성은 30대 중반부터 생식학적으로 환갑을 맞기 때문이다.
‘난임부부’란 피임 없이 1년간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데도 임신이 안 되는 부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부부 7-8쌍 중 한 쌍이 난임부부에 속한다. 지난 25년간 필자가 만난 불임부부는 모두 5만여 쌍이었는데 이들 부부가 임신하기 힘들었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난소의 조기노화였다. 난자 저장고인 난소가 다른 여성에 비해 너무 빨리 늙어버려 난자가 고갈되면 임신을 하고 싶어도 정자와 수정될 난자가 없어서 임신할 수가 없다.
그녀들의 상당수가 임신이 왜 안 되는지 원인을 모른 채 임신에 효험이 있다고 입소문 난 한의원 등을 찾아가 시간을 허송하다 불임 병원에 찾아온다. 시간 낭비, 돈 낭비를 하면서 최악의 상황이 되어서야 현대 의술의 힘을 빌리러 오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여성이라면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고 에스트로겐 같은 여성호르몬의 생성이 줄어든다. 난소에 배란될 난자가 줄어들다가 더 이상 난자가 없어지면 매달 정기적으로 하던 월경이 멎는다. 정상적인 여성은 이런 폐경을 50세 전후에 맞는다.
그런데 최근 생리적 활동이 왕성해야 할 40대, 혹은 30대 심지어 20대에 월경이 중단되어 폐경 진단을 받는 여성이 늘고 있다. 임신을 해야 할 여성에게 ‘조기 폐경’ 선고는 재앙이다. 조기 폐경을 겪는 여성은 100명 중 한 명 꼴로, 가임 여성의 1%에 해당한다.
난소 조기 노화 여성에겐 과배란 주사가 잘 듣지를 않는다. 30대 여성의 경우 과배란 주사를 맞으면 열 개 이상의 난자가 쉽게 자란다. 하지만 난소가 노화되어 반응이 나쁠 경우 과배란 주사를 아무리 많이 맞아도 난자가 한두 개 정도, 혹은 전혀 자라지 않는다.
이런 여성들은 어렵게 채취한 난자의 質(질)이 떨어지고, 시험관 아기 시술 성공률이 매우 낮다. 난소기능이 좋았을 때 난자를 채취하여 냉동 보관해 놓는 방법이 최근 개발되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대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자가 없어서 아기를 갖지 못하는 불임 부부들은 난자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 정도다. 주로 아내의 자매 혹은 친척 중에서 난자를 기증해 줄 만한 여성을 수소문하지만 쉽지가 않다. 피를 나눈 자매라 해도 선뜻 자신의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여성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결국 제3의 제공자를 찾아 돈을 주고 난자를 구할 수밖에 없다.
단,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난자를 제공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자 제공이나 헌혈 정도로 쉽게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정자는 한번 사정에 수억 마리를 확보할 수 있지만, 난자 채취는 숙달된 불임 의사로서도 조심스러운 시술이다.결혼을 통해 얻는 행복감은 연간 1억 원대의 가치. 지난해 통계에 의하면 25~35세 여성의 미혼율이 무려 60.5%에 달했다. 1995년 26%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셈이다.
최근 유명한 심리학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 “결혼을 통해 얻는 행복감은 연간 1억 원대의 가치입니다. 자식을 통해 얻는 행복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지요. 남성에게 결혼은 부와 성공이 보장된 절호의 기회입니다. 기혼남이 미혼남보다 돈을 더 잘 버는 현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어요. 독신이 사는 집 냉장고 안에는 버릴 것만 가득합니다. 돈이 버려지는 거죠.” 불임의사 입장에선 이런 사회학적 분석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른다.
요즘 인터넷 유머에 ‘듣기 싫은 말’ 베스트가 떠돌고 있다. “올해 넘기지 말고 시집(장가) 가거라”는 말이 젊은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4위에 올랐다고 한다. ‘어제가 있어서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있다’는 말 속에 생명의 순리가 담겨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어제 오늘 내일은 결국 하나’라는 철학적 결론인 셈인데, 다시금 강조컨대, 후회에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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