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의 환희도 잠시, 상당수의 대졸생들이 졸업 후 학자금 대출 상환문제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미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부채가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이 취업난으로 졸업 후에도 직장을 못 구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결국 부모에까지 재정적 영향을 미치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학자금 대출 규모가 2010년 1,000억달러에서 지난해 8,670억달러로 1년만에 8배 이상 늘었으며 올해는 1조달러까지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금 대출이 2008년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와 같은 충격을 주진 않겠지만 미국 경제를 위협할 부채폭탄이 될 수 있을 정도이다. 현재 미 학자금 대출자는 3,700만명으로, 이들은 평균 2만3,300달러의 대출금을 갖고 있으며 대출자 가운데 10%는 빚이 5만4,000달러가 넘는다. 졸업 후 제때 갚지 못하는 대출자도 14.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상환이 불가능한 학자금 부채로
말미암아 수백만명의 학생이 파산상태에 놓여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꿈을 쫓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현실적인 학자금 대출 부채는 애써 외면하고 있으며 일단은 융자서류에 서명부터 하고 졸업하면 막연하게 대출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가운데 은행 등에서 빌리는 개인 부채는 변동 이자율이 부과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낮은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흐르면서 5포인트 이상 폭등할 수 있다. 빈털터리의 졸업생들이 페인먼트를 도저히 할 수 없게 되면 당분간 페이먼트를 유예하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하게 되는 것은 물론 수입에 근거한 페이먼트를 하게 된다. 그러나 갖가지 묘책에도 불구하고 부채를 상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수백만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부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 재정보호국(CFPB)은 학자금 대출 부채로 시달리는 사례를 발표해 예비 졸업생들에게 미리 경고를 하고 나섰다. 대학생 혹은 대학 졸업생들을 둔 한인 가정에도 절대‘강 건너 불’같지 않은 이야기를 익명으로 소개한다.
“아직도 실업자인데
부채 10만달러 쌓여
어떻게 갚을지 막막”
“재학때 8만달러 융자
이자만 월 700달러
고금리에 13만달러로”
■실업자 신세에 부채만 10만달러
나는 그동안 연예분야에서 일해 왔다. 그러나 수년 전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고 기술을 더 배운 후에 게임과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할 작정이다. 여러 학교를 검색하던 끝에 광고분야의 예술학교를 알게 됐고 학교 관계자들은 학교 과정을 수료하면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게임 예술과 디자인 분야의 학위를 원했지만 학교 측은 그래픽 디자인 코스를 먼저 수강할 것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결국 학교 측의 제안을 따랐는데 10만달러의 부채를 떠 안게 되었다. 또한 이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학교 외에 별도로 코스를 수강하면서 많은 학비가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위는 취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채만 늘어났고 아직도 취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영리대학의 피해자이다
미 전국 학자금 대출 급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영리대학이다. 미국에는 많은 수의 학교들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4년제 대학도 있고 2년제 대학들도 있다. 4년제 영리대학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피닉스대학으로 13개 주에 54여개 이상의 학교들이 운영되고 있다. 영리대학은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주주에게 배당도 한다. 많은 영리대학들이 증시에까지 상장돼 있다. 영리대학은 지난 1992년 연방 정부의 학자금 대출 대상에 포함되면서 현재 전체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는 인원의 12%를 담당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영리대학들은 수입의 90% 이상을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로 충당하고 있는데 영리대학 전체 학자금 대출규모는 연간 300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영리대학의 학자금 대출의 연체율도 50% 수준으로 일반 대학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태다.
나는 한 영리대학을 졸업하면서 원래 융자액수는 8만달러였는데 이제는 13만5,000달러까지 늘었다. 그리고도 아직 이자만 매달 700달러를 내고 있다. 어떻게 되었는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질 않는다. 고금리로 인해 이렇게까지 많은 이자를 지불하면서도 대출금이 부풀어졌다. 대출 상환에 얽매여 싸구려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현재 15년째 같은 차를 몰고 있다. 마침내 내가 원하던 일자리를 찾아서 그나마 위안을 삼지만 이 대출은 정말 나에게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울화통이 처민다.
■부채가 대대로 넘어간다
나는 학사, 석사, 박사 등 3개의 학위 소지자이다. 지난 1999년 법대를 졸업할 때 거의 무일푼 수준에 가까워 간신히 연명하는 데 그쳤다. 이제는 어느 정도 먹고 살 정도는 되었는 데 아직도 수입에 근거해 융자상환을 하고 있으나 언제 다 갚을지 요원하다.
결과적으로 자녀의 교육비를 조달할 수 있을 지도 걱정스럽고 집을 사거나 독립적으로 변호사로 개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로토 당첨밖에 달리 도리없어
가족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가족의 도움 없이 지난 1988년부터 2005년까지 학사, 석사, 박사학위까지 끝냈다. 펠그랜트, 장학금, 9만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했고 틈틈이 일도 했다. 나의 학자금 대출은 이곳 저곳 렌더를 거치면서 이자율, 현재 밸런스, 상환기간 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추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결국 샐리매(Sallie Mae)에 7%의 이자율로 묶을 수 있었다. 현재 월 페이먼트는 400~600달러 정도가 된다.
현재 공립학교의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데 연 수입은 약 5만달러 정도여서 간신히 이자만 내는 페이먼트 옵션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페이먼트를 했는데 현재 융자액수는 10만5,000달러로 처음에 빌린 돈보다 오히려 1만5,000달러가 늘었다. 지금까지 4만달러 넘게 갚았는 데도 부채는 오히려 더 늘어난 셈이다. 꼬박꼬박 융자금 페이먼트를 했고 크레딧 카드 부채 2만달러와 자동차 융자금 1만달러를 갚았다. 현재 모기지도 없고 학생 대출 외에는 달리 부채도 없다. 크레딧 스코어는 820점으로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러나 현재의 고리대금 시스템에 묶여 이자만 내면서 언제 페이오프를 할 수 있는 지 알길이 없다. 단지 로토에 당첨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박흥률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