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싱턴이 절벽 논쟁으로 시끄럽다. 작년 8월 연방 의회는 국채 상한선을 조정하면서 금년 말까지 공화 민주 양당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내년 1월부터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시행되던 세금 감면을 없애고 자동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도록 했는데 그 데드라인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공화당은 지금까지 마지노선으로 여겨온 증세안도 수용하겠다며 메디케어와 소셜 시큐리티 등 사회 보장 프로그램의 삭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이 프로그램 삭감은 아예 안 하거나 아주 조금만 하고 그 대신 대대적인 부자 증세로 세수 부족분을 메우겠다고 나오고 있는데 그 간극이 너무 커 타협점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양당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내년 초부터 6,000억달러에 달하는 증세와 예산 삭감이 이뤄지고 이는 가까스로 불경기를 빠져 나오고 있는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확실시 된다.
그러나 타협이 불발로 끝나 연초부터 굴러 떨어질 재정 절벽의 높이가 동네 언덕 수준이라면 사회 보장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 찾아올 절벽은 에베레스트 급이다. 올 미국의 국채는 16조 달러로 미 GDP 총액과 맞먹는다. 그러나 이는 눈에 보이는 부채고 보이지 않는 부채 총액은 87조 달러에 달한다. 이 수치는 장차 지불해야 할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 연방 정부 공무원 연금 등을 포함한 숫자다. 당장 줘야할 돈은 아니지만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장차 반드시 지급돼야 할 돈이다.
장부상으로 트러스트 펀드에 여유 자금이 남아 있는 것 같지만 펀드에 남아 있는 것은 거래가 허용되지 않는 연방 정부 채권이다. 훗날 은퇴한 미국인들에게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 비용을 지급해야 할 때가 오면 이를 보통 연방 채권으로 바꿔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이런 장부상 장난이 아니고 정직하게 미래 지급액을 계산해 국채를 늘이지 않으려면 한 해에 8조 달러의 추가 세수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내 연 소득 6만6,000달러 이상 가구의 총 수입은 5조1,000억달러였다. 불황 전 미국 기업 소득이 가장 높았던 2006년 미국 기업들의 총 수입은 1조6,000억달러였다. 이들의 소득을 모두 몰수해도 장차 들 사회보장 경비를 막기에 역부족인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 사회보장 제도를 그대로 두자는 민주당의 주장이 얼마나 무책임한가를 알 수 있다. 2012년 회계연도 예산 가운데서 이자를 빼면 연방 지출액은 3조2,000억달러다. 이중 7,620억 달러가 소셜 시큐리티, 4,690억달러가 메디케어, 2,510억달러가 메디케이드 비용이다. 절반가량이 사회 보장 비용인 셈이다.
그리고 이들은 급속히 느는 비용이기도 하다. 2010년에는 65세 이상 미국인이 4,000만명이었다. 10년 뒤에는 5,500만, 20년 뒤에는 7,200만으로 는다. 거기다 평균 수명은 나날이 길어지고 의료비용은 매일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서 현 사회 보장 체제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은 제 정신 가진 인간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메디케어와 소셜 시큐리티는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미국인들은 자기가 페이롤택스로 낸 돈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가져간다. 2010년 은퇴한 평균 소득 부부는 72만2,000달러를 세금으로 내고 96만9,000달러의 혜택을 받는다. 문제는 이들이 세금으로 낸 돈은 이미 은퇴한 사람들이 다 가져갔고 이들이 앞으로 받을 혜택은 장차 자손들이 물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 후손은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과도한 부담을 져야 한다.
지금부터 18년 전인 클린턴 행정부 시절 사회보장 및 세제 개혁위원회 위원이었던 크리스 칵스와 빌 아처는 최근 월스트릿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그 때 이미 이를 개혁하지 않으면 사회 보장 기금은 파산하거나 대대적인 혜택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었다며 지금이라도 하루속히 개혁을 서두르라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민들은 일신의 안락을 위해 자손들에게 견딜 수 없는 재정 부담을 지우는 죄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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