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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d Jesus Christ, Have Mercy on Us.
Holy Mary Mother of God, Pray for Us.
주 예수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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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언 20년 전 일입니다. 1992년 가을 무렵이니까요. 이제 막 캘리포니아 주립대 조교수 생활을 시작한지 3년째 접어드는 중이었습니다. 당시 관심사였던 한의학을 제대로 공부하러 화목토 사흘 샌프란시스코 소재 한의과 대학에 다니던 중이었죠.
어느 토요일 아침, 그날도 아침 9시 첫 수업을 위해 일찌감치 베이 브릿지를
건너는 중이었습니다. 마침 중요한 시험을 위해 전날은 제대로 잠도 못자고 매우 피곤한 상태였죠.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몹시 뛰고 답답하며 전신에 힘이 빠지면서 곧 졸도할것같은 심각한 상황이 도래합니다. 얼결에 차창을 내다보니 차들이 빼곡한 베이 브릿지위의 다급한 내 모습이 보입니다. 들숨으로 찬 폐에서 날숨이 쉬어지질 않습니다. 엉겁결에 차를 다리 위에 세우고 지나는 차들의 빵빵대는 소리에 아랑곳없이 브릿지 난간으로 황급히 다가가 간신히 날숨 하나를 힘들게 내어보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없는 허공에 촛점이 잡히질 않습니다. 시야가 온통 뿌연 중에 땅위를 쏜살같이 달리는 차들이 마치 나를 향해 퍼부어진 포탄들처럼 느껴집니다. 겨우 호흡이 제대로 될만큼 정신이 차려질 무렵, 문득 돌아보니 어느새 차 안의 내가 느껴집니다. 어떻게 차로 되돌아왔는지 궁금해 할 겨를도 없이 급히 차를 움직여 베이 브릿지를 간신히 빠져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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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d Jesus Christ, Have Mercy on Us.
Holy Mary Mother of God, Pray for Us.
주 예수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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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안개 속을 걷는 느낌으로 아침을 보내고, 점심은 먹을 엄두도 못낸채 오후 수업시간 내내 베이 브릿지 위의 내 모습만 간간히 떠오릅니다. 토요일 수업이 끝나고 언듯 허기진 느낌에 학교 옆 골목 분식집에 들러 우동 한 그릇을
시켜 겨우 반만 비웁니다. 이제 어둑할 무렵 차에 올라 한 시간 운전 귀가길에 오를 바로 그 찰나, 아침 그 느낌이 불현듯 다가오더니 똑같은 증상이 10분 정도 되풀이되는 겁니다.
차 안에 앉아있는 게 너무 무서워 차 문을 열고 골목 땅 위에 털퍼덕 주저 앉습니다. 그런데 날숨이 또 나가질 못하는 겁니다. 들숨에 잔뜩 체한 기분으로 호흡이 연결되질 않습니다. 이젠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차 뒷좌석에 올라
펄떡 드러누워봅니다. 간신히 날숨이 나갑니다. 그리고 머리가 하얘지며 잠시 혼절합니다. 공포의 어둠 속으로 추락해버립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내가 나를 느끼며 차 뒤에 홀로 누운 내 몸을 일으키는 사이, 입에선 저절로 거의 단말마의 기도가 터져나옵니다. "키리에 엘레이슨!" Kyrie eleison!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렇게 ‘끊임없이’ 계속되는 기도 속에 흐트러진 혼백(魂魄)을 추스려 아직도 가늘게 떨리는 손을 운전대 위에 의지한 채 간신히 집에 돌아옵니다. 캄캄한 밤하늘에 둥글게 떠있는 황금색 달이 집 처마 위에서 나를 반깁니다. 그날따라 유독 지붕 위의 북두칠성 일곱 별이 모두 선명하게 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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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d Jesus Christ, Have Mercy on Us.
Holy Mary Mother of God, Pray for Us.
주 예수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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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t forward ... 20년 후로 빨리 돌려 2012년 11월 어느 화창한 늦가을 아침. 지는 낙엽들 사이로 이미 햇살이 다사로운 북 캘리포니아의 아침 8시. 동네 수영장 물 속에서 왔다갔다하며 30분 정도 헤엄기도를 하는 제가 보입니다. 예수기도[Jesus Prayer]와 성모송(聖母頌)을 나름대로 짧게 줄여 모은 제 나름대로의 만트라입니다.
Fast rewind ... 빨리 되감기를 해보니, 1992년 가을 무렵부터 그렇게 뜸뜸히 간헐적으로 지속된 증상의 실체는 다름아닌 Panic Attack, 전문용어로 공황장애란 거였답니다. 그렇게 한 5년 지속된 이 지독하게 황량한 애물단지를 제거하기 위해 자가치유를 모색하던 중, 뜻하지않게 여러 종류의 ‘요법가’ 자격증들을 습득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 헤엄기도를 마치고 따스한 아침 햇살 속에 앉아 제 흉중(胸中)에 만트라 "키리에 엘레이슨"[Kyrie eleison!]이 다급하게 스며든 그 날을 깊이 회상해봅니다. 언젠가 불현듯 사라져버린 증상들, 살아 있으면서 체험되는 죽음의 증상들, 그 가짜 증상들에 대항하던 "키리에 엘레이슨"의 파워를 익히
잘 아는 터입니다. 30분 수영기도 후, 수영장 문을 나서는 제 뒷모습을 따라오며 자상하게 비춰주는 켈리포니아의 늦가을 아침 햇살. 마치 제 가슴 속 기도 "Kyrie eleison!"에 따스한 미소로 체온을 실어주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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