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말 재미있는 나라다. 강한 것 같으면서도 약하고, 약한 것 같으면서도 강하다.
덩치로 따지면 미국의 켄터키주보다 작고 인구는 미국 전체의 6분의1에 불과하다. 남북통일이 된다 해도 한반도 전체 인구는 일본의 딱 절반이다.
그런 나라가 연간 매출 기준으로 세계 최대 IT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보급률은 58.5%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한국이 만드는 자동차, TV, 선박 등은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으며 올해 말 기준으로 한국의 무역규모는 세계 8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스포츠 및 예술 분야에서도 올해 한국의 약진은 눈부시다.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획득, 내로라하는 스포츠 강국들을 제치고 금메달 순위 5위에 올랐고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월드스타로 등극한 싸이는 지난 주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4개월 만에 미국 최고 인기가수 저스틴 비버의 노래 ‘베이비’를 제치고 유튜브 역대 최다 조회 수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 들어 ‘소프트파워’(soft power)란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이는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 교수가 처음 사용한 말로 정보과학, 교육, 학문, 예술 등 인간의 이성 및 감성적 능력을 포함하는 문화적 영향력을 말한다.
지난 10월 영국의 유명 트렌드 잡지 ‘모노클’(Monocle)이 발표한 소프트파워 국가별 순위에서 영국이 1위, 미국이 2위, 한국이 11위에 올랐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선 6위, 중국은 한참 뒤쳐진 2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싸이로 대표되는 K-팝 열풍에 힘입어 2011년 조사 때보다 3계단 뛰었다.
첨단 테크놀러지 시대를 맞아 한 국가의 영향력은 군사력과 경제력을 의미하는 하드파워보다는 소프트파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영국이 소프트파워 랭킹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비틀즈와 롤링 스톤스, 폴리스, 엘튼 존 등 정상급 뮤지션들을 숱하게 배출한 음악계의 힘이 절대적이며 2위 미국의 경우 세계 시장의 85%를 점한다는 할리웃 영화산업, 맥도널드와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음식 문화,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끄는 IT 산업,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대학교육의 힘이 크다고 할 수 있다.
6.25 전쟁의 폐해를 딛고 기적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세계 톱 1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서방 선진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질적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 패권다툼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스마트폰의 영혼이라 불리는 운영체제(OS)는 구글이 무료로 배포하는 안드로이드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가 하면 매년 10월이면 들려오는 노벨상 뉴스 또한 한인들의 어깨를 축 처지게 만든다. 한국이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과학분야 노벨상을 일본은 16명이나 배출했다. 나로호 발사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세간의 관심을 끄는 우주개발 기술은 일본에 무려 50년이나 뒤쳐져 있다고 한다.
소프트파워의 핵심은 과학기술과 콘텐츠 경쟁력이다. 애플이 5년 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들고 나와 대히트를 친 것도 사실 수년간에 걸쳐 콘텐츠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음악, 영화, 전자책, 어플리케이션을 총망라한 디지털 생태계를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완성시킨 결과다.
소프트파워에 대해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다 보니 우리 아이들을 소프트파워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 소프트파워의 리더격인 미국에 살면서도 한인부모들이 자녀들을 입시경쟁으로 몰아넣고 성적 지상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차세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는 한인사회에서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어린 자녀를 연봉 수백만, 수천만 달러를 받는 뉴스 속 주인공과 비교하며 돈에 대한 욕망만 키우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역경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꾸준함, 꿈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갖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한인부모들이 자녀를 소프트파워 시대의 주역으로 만들 수 있도록 초석을 든든히 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성훈 특집 2부 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