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월18일부터 22일까지 캄보디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다녀왔다. 캄보디아에서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했으며,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원전 세일즈 및 안정적 원유확보에 주력했다.
이 대통령의 임기 중 마지막 순방으로 예견되는 이번 순방에서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사안들이 눈에 띤다.
우선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및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선언이다. RCEP에는 한중일 3국, 아세안 10개국 및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한다.
유럽연합, NAFTA, TPP 등 전 세계적으로 이미 통합이 됐거나 논의가 진행 중인 경제블록을 능가하는 새로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출범을 천명한 것이다. 전 세계 교역의 27.7%, 명목 GDP의 28.4%, 인구의 48.7%를 차지하는 명실상부 최대 경제공동체인 셈이다.
이제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기 때문에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며, 성사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최대 인구를 바탕으로 무섭게 확장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포함되어 있으며, 최근 가장 주목받는 미얀마, 캄보디아 등이 포함된 아세안 등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과 그 영향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산학협동을 통해 많은 논의를 거쳐 온 한중일 FTA 협상이 개시된 점 역시 RCEP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수십년의 과정을 거쳐 화폐통합까지 이룬 EU의 경우도 처음 시작은 철강 및 원자력 협력을 위한 역내 협력에서부터 출발했다.
결국 동아시아 경제통합은 아세안과 한중일 FTA를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유럽통합보다 오히려 시공간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중일은 동아시아 교역의 6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중일 FTA가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구심점을 이룰 것이며, 한국의 역할과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 간 대학 네트워크 구축, 매년 1개국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지정, 역내 금융안전망 공고화를 위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규모 2배 확대 등의 성과를 보였다. 구체적인 사업들이 하나둘씩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주목할 점은 이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록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임기 중 현재까지 총 49차례의 해외순방으로 84개국을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중복 방문을 제외하면 43개국을 찾았다.
역대 대통령들의 해외 방문 회수를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7차례 55개국, 김대중 전 대통령이 24차례 35개국, 김영삼 전 대통령은 14차례 33개국을 순방했다. 이런 순방기록에 주목하는 이유는 역대 대통령들의 해외순방 기록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100%를 넘어가는 나라이다. 그만큼 해외시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 함께 세계 10위권 국가로서의 국제적 역할 또한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 이제 정상외교는 대통령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사안 중의 하나가 됐다는 점이다.
세계 금융위기와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 동아시아 경제통합의 진행,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문제 등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 산재되어 있다. 올 한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의 숫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선 만큼 세계와의 교류는 이제 우리의 실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사안은 통일비용과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서독 통일 당시 엄청난 통일 비용을 목격하면서 한국 사회에는 통일에 대한 거부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현재 독일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유럽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 통일비용은 유럽통합 과정에서 상쇄하고도 남았음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의 이번 해외순방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현재와 미래에 직면하고 있고 직면하게 될 위기를 기회로 돌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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