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이 자신의 전기 작가와의 몇 달 계속된 불륜생활이 드러나는 바람에 사직한 다음에 미군 장군들 특히 4성 장군들의 호화판 생활이 널리 보도되었다. 우선 조지 워싱턴을 포함하여 장군 출신 대통령이 전체 44명 중 12명이라니까 25%가 넘는다. 마지막 장성 출신 대통령은 아이젠하워로 세계 제2차 대전 때 연합군 최고 사령관이었던 5성 장군이었다.
2차 대전 이후에는 별 넷인 해군 제독 아니면 육, 공, 해병대 대장이 최고위직인데 현재 대장 수는 여성 1명을 포함하여 38명이란다.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군대조직이다 보니 장성들 특히 대장들은 직속상관인 국방장관 보다 더 큰 대우를 받고 있다는 보도다.
예를 들면 대장들은 운전병, 전속 부관, 주방장 등 대장 관사에 4명의 가사 보조원들 및 상당수의 경호 인력조차 제공받고 있지만 국방장관은 그렇지 않아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자기 관사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긁다가 바로 옆집에 살던 합참의장 집으로 밀어부쳤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월급 이외의 부수입이나 지위에 따른 특전을 영어로 perquisite라고 하는 바 그것을 줄여 perk라 부른다. 장군들은 많은 perks를 즐기고 있다. 그래도 퍼트레이어스가 세계 중동 지구 사령관으로 탬파 지역에 있을 때 질 켈리란 지인 집에 가면서 경찰의 모터사이클 호송대원들을 무려 28명이나 앞세웠다는 사례는 그만큼 부하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떠받들림에 익숙한 나머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으로 지나치게 교만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자기가 육사 생도 시절 육사 교장이던 3성 장군의 딸과 연애를 한 다음 임관 후에 결혼해서 38년 살아왔던 퍼트레이어스가 유부녀인 브로드웰과 간통 관계를 맺어온 데에는 그 같은 지나친 오만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일반 사회와 특히 연방의원들이 이라크 주둔 사령관 시절 때부터 그를 영웅이라고 칭송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음직 하다고 시사한다. 마치 로마 제국 시절 야만국을 평정하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의 뒤에 서서 “모든 영광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라고 귓속말을 하던 노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퍼트레이어스 휘하에 있었던들 예방될 수도 있었던 오점이 아닐까 하고 아까워하는 기색이다.
미국에는 20세기 중엽까지만 하더라도 여자들의 부도덕은 정죄하면서도 남자들 특히 지도자들의 불륜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는 현상이 있었다. 예를 들면 맥아더 장군이 육군참모총장 시절 필리핀에서 19세 여배우를 데려와서 첩살림을 하다시피 했지만 그것을 알고 있던 신문기자들도 ‘침묵의 음모’에 가담했었다. 아이젠하워도 그의 영국인 운전병과 동거하는 사이였다.
또 루즈벨트 대통령 자신도 정부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미국 시민들은 깜깜 무소식이었다. 하기는 당대에 가장 유명했던 칼럼니스트 월터 리프만마저 첩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와 같은 미국 지도층의 위선과 신문계의 침묵은 케네디 때까지 계속 되었다.
케네디 대통령과 동생이었던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이 소위 육체파 배우로 날렸던 마릴린 몬로와 관계를 가졌었던 것도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다 알면서도 쉬쉬하던 사실이다.
지도자들의 사생활 문제는 금기시 하는 못된 전통이 깨진 것은 아마도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동 탓이었을 것이다. 닉슨의 재선운동 때 백악관 직원들 몇이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잠입했다가 체포되면서 발단이 된 사건이다.
백악관에서 여러 차례 열린 토의 내용 중에는 워터게이트에 잠입했던 전 CIA 직원들을 변호하거나 돕기 위한 모금 등 사건을 은폐하려는 모의가 전개되었었다. 이어 대통령 집무실의 비밀 녹음장치가 공개되면서 밝혀진 육성대화들은 대통령을 포함해서 시정잡배의 음담패설과 비슷했으니 미국 조야가 발끈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의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도에 금이 가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워터게이트를 파헤쳐 퓰리처상을 받은 워싱턴포스트의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는 심층 취재 보도의 전형이 되어 각계 지도자들의 비행 조사가 거의 유행이 되다시피 했었다. 닉슨의 역기능적인 공헌이랄 수도 있겠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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