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특이한 회사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액 등 대학 중퇴자들이 1976년 만우절 날 장난스럽게 만든 회사가 불과 4년 뒤 주식 공모를 통해 포드 자동차 이래 최대의 자금을 모으며 당시로서는 가장 많은 백만장자를 탄생시켰다. 이들과 함께 공동 창업자였던 로널드 웨인은 회사가 문을 열자마자 단돈 800달러를 받고 지분을 처분했다. 인간은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존재인가 보다.
매킨토시로 개인 컴퓨터 시대를 연 이 회사는 승승장구하는 듯 했으나 85년 창업자인 잡스는 “검증되지 않은 제품 개발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낭비한다”는 이유로 퇴출당한다. 그 후 애플은 디지털 카메라, CD 플레이어, 스피커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주가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적자는 급속히 늘어난다. 보통 이렇게 되면 망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애플은 1996년 다시 잡스를 불러들였고 잡스는 아이팟과 아이패드, 아이폰 등 신제품을 계속 개발하며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어놓았다. 지난 9월 애플 주식이 주당 700달러로 정점을 기록했을 때 애플의 시가 총액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를 합친 것보다 많았고 곧 1,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분석가들은 입을 모았다. 처음 반짝 했던 회사가 거의 망해가다 다시 부활해 이처럼 영광을 누리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러나 지난 두 달 사이 애플 주가는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폭락을 거듭했다. 지난주에는 최고치에서 25% 떨어진 500달러까지 내려갔다 이번 주에는 19일 하루만에 7% 급등하는 등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주가의 가치를 재는 주요 기준인 소득 대 가격 비율(P/E)로 보면 애플 주가는 12로 높지 않은 편이다. 보통 대기업 주식 평균이 14고 애플과 같은 고성장 하이텍 기업은 20에서 30이 넘어가는 경우도 흔하다. 일례로 애플과 함께 대표적인 성장 기업인 구글의 P/E는 20이 넘는다. 애플은 지금 저평가돼 있으며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근거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애플 주식 차트를 보면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하이텍 주식이나 2000년대 초부터 2006년까지 주택 건설업자 주식 차트와 너무도 닮았다. 불과 10년 전인 2002년 애플 주가는 10달러 선이었다. 그러던 것이 19일 종가로 560달러를 기록했으니까 10년 사이 56배가 오른 셈이다.
얼핏 보기에는 애플 투자가들은 모두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 같지만 이런 주가 상승 혜택을 고스란히 누린 사람은 잡스와 극소수 애플 관계자들뿐이다. 대다수 투자가들은 2002년 애플 근처에 가려 하지 않았다. 하이텍 버블이 터지면서 기술주들이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애플은 특히 전망이 어두웠다. 잡스 같은 인물이 오늘 날의 애플로 다시 일으켜 세우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잡스는 가고 애플의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아이폰은 삼성에게 밀리고 있다. 올 2/4분기 스마트폰 판매 대수에서 애플은 2,600만대로 삼성 5,000만대의 절반에 불과하다. 거기다 세계 최대 휴대폰 판매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 애플과 거의 같은 형태이면서 상표만 다른 유사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중 일부는 애플 제품을 베끼고도 자신들이 먼저 출시했다며 애플이 복제품이라고 우기고 있다.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자는 한동안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지만 그것이 오래 가지는 않는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유사 제품을 그보다 싸게 만들어 시장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이를 물리치려면 끊임없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애플은 매킨토시와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으로 이미 세상을 여러 번 변화시켰다. 그것은 잡스와 같은 불세출의 천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가 사라진 지금 언제까지 그같은 기적을 계속 창출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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