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이때쯤이면 쓰는 글이 있다. 감사에 대한 글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는 대상을 가진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감사의 대상은 세상과 만물을 창조한 신이 되기도 한다. 인간으로 낳아져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대상은 부모와 조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감사의 대상은 많으나 늘 잊고 살아가는 것 또한 ‘감사’이기도 하다. 감사 중에서도 감사가 있다. 역경 속에서의 감사다. 평안함 중에 감사는 누군들 못하랴. 하지만 고통과 괴로움, 절망과 좌절 속에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야 말로 진정한 감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힘들다. 힘든 정도가 아니다. 극기 중에 극기에 속한다.
어떤 부인이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진단결과 말기위암 판정을 받았다. 부인은 그날부터 단 하루도 살아가기 힘든 절망 속에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됐다. 온 가족이 침울해졌다. 남편이 어떤 분을 찾아가 부인을 도울 길이 없냐고 상의했다. 그 분은 노트를 한 권 사주라며 노트에는 죽기 전 감사할 대상을 적어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권했다.
부인은 노트에다 감사할 대상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자신과 자신의 가정을 도와준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정성을 다해 일일이 감사편지를 썼다. 죽기 전 마지막 인사라 생각하고 그들에게 보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깜짝 놀랐다. 암세포가 모두 사라져버렸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사람의 몸은 사람이 화를 내거나 분노할 때 독소를 내뿜는다고 한다. 그 독소는 사람의 몸을 망가트리며 질병의 요인이 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반면 사람의 몸은 감사한 마음이거나 기쁘고 즐거울 때, 몸속에서 엔돌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양질의 분비물이 형성돼 건강에 유익을 준다고 한다.
위암말기였던 부인이 감사편지를 쓰는 과정에서 몸속에 변화가 일어난 것만은 확실하다. 양질의 분비물이 생겨나와 암 세포를 제거해 버린 결과가 다시 건강케 된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감사는커녕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화는 삭이는 것이 좋다. 화가 날 때엔 거울을 보자, 망가지고 찌그러진 자신의 추한 모습을.
작은 불평은 큰 불평을 불러오고 작은 감사는 큰 감사를 불러온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만도 감사하다. 역경을 살아내는 장애우들은 감사의 모델들이다. 타고난 장애든 사고로 인한 장애든 그들의 말을 빌리면 ‘살아있다는 자체에 감사’하고 있음을 본다. 반대로 정상인으로 모든 걸 다 가졌으면서도 불평일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본다.
사단법인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에서 추천하는 감사에 대한 말이 있다. “행복이 거하는 곳이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천국이요 다른 하나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감사하는 영혼은 아름다운 영혼이고 다른 사람에게 향기를 준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그의 감사함의 깊이에 달려 있다. 감사하는 사람은 젊어진다. 감사는 꽃과 같다.”
“비난, 비평, 불평을 자주 언급하는 사람과 사귀면 불행을 당하기 쉽지만 항상 감사하는 사람과 사귀면 행복하다. 감사하는 가정에는 불평과 원망의 구름이 사라지고 기쁨과 행복의 따뜻한 햇빛이 비쳐온다. 감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는 강력한 힘이고 행복의 조건이다. 감사는 인생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인생의 조미료이다. 등등”
오는 목요일(22일)은 미국에서 가장 큰 공휴일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이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난 1년 동안 무사하게 살아 온 것을 되새기는 가운데 터키를 구워 함께 먹으며 하늘과 조상에게 감사를 드리는 날이다. 1621년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이 첫 번째 지낸 감사제에서 유래됐다.
우리 주위엔 기적처럼 감싸고 있는 감사의 조건들이 너무나 많다. 너무 흔하여 잊고 사는 것들이다. 그 중엔 햇빛이 있고 공기가 있다. 값도 없이 쪼이는 햇빛과 들여 마시는 공기가 없다면, 우리가 하루인들 살 수 있을까.
위암을 이겨낸 어느 부인의 기적은 감사에서 비롯됐다. 감사는 기적을 낳는 통로가 된다. 오늘도, 내일도, 모래도 감사, 감사, 감사일뿐이다.
<김명욱 뉴욕지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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