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LPGA 투어에서 박인비가 태극기를 휘날린 한 해였다.

LPGA 투어

메이저 타이틀 셋 포함
9승 합작‘코리안 천하’

2012년은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 들이 대반격에 나선 한 해였다. 1998년 박세리(35)가 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줄곧 강세를 보여온‘ 한인 낭자군’은 지난 시즌 잠시 주춤했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뒤를 이어 새 로운‘ 골프 여제’로 등극한 청야니(대만) 가 상금, 평균 타수, 올해의 선수, 다승,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 등 거의 모든 타이틀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2008년 9승, 2009년 12승, 2010년 10승을 합작했던 한국 선수들 은 청야니의 기세에 눌려 2011시즌에 는 3승에 그쳤다. 게다가 LPGA 투어에 서 코스 전장이 7,000야드를 훌쩍 넘기 는 대회가 적지 않을 만큼 길어지는 추 세라 상대적으로 한국 선수들이 갈수 록 불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LPGA 코리아’는 올해 27개 대회 가운데 9승을 따내 건재를 과시 했고 박인비(24)가 상금과 평균 타수 1 위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 인비는 올해 에비앙 매스터스와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에서 2승을 거두고 준 우승도 6차례나 기록한 최고의 한 해 를 보냈다.

상금 부문에서는 최근 4년 사이에 2009년 신지애(24), 2010년 최나연(25) 에 이어 올해 박인비가 또 1위를 차지 해 여전히 LPGA 투어의 대세는 한국 선수들임을 입증해 보였다.

최근 한국 선수 가운데 돋보이는 활 약을 펼쳐온 최나연과 신지애에게도 올해는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먼저 최 나연은 올해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 승의 기쁨을 누렸다. 2008년 LPGA 투 어에 데뷔한 최나연은 2009년 삼성월 드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US여자오픈에서 고대하던 메이 저 왕관을 썼다.

지난해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100 승의 주인공이 된 최나연은 올해 메이 저 대회와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하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2013년을 준비 할 수 있게 됐다.

신지애는‘ 부활 샷’을 날렸다. 2009년 한국인 최초로 LPGA 투어 상금왕에 오르는 등 당분간 세계무대에서도 적수 가 없을 것으로 보였던 그는 2010년 미 즈노클래식 이후 좀처럼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허리와 손 부상 이 이어졌고 스윙 교정까지 실패해 2년 가까이 무관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신지애는 9월 킹스밀 챔피언 십에서 폴라 크리머(미국)와 연장 9개 홀을 치르는 접전 끝에 우승 갈증을 해 소했다. 2013년을 기약하기에 부족함 이 없는 한 해였다.

유소연(22)은 2009년 신지애, 지난해 서희경(26)에 이어 한국 선수들의 신인 왕 행진에 동참했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올해 한국과 미 국, 일본 투어의 상금왕을 모두 휩쓸었 다. 한국에서 김하늘(24)이 4억5,889만 원으로 상금왕이 됐고, 일본에서는 전 미정(30)이 1개 대회가 남은 가운데 1 억3,182만엔(약 17억7천만원)으로 상 금 부문 1위를 확정 지었다.

박인비가 228만달러(약 25억원)를 벌어 미국 상금왕에 올라 2010년(한 국-이보미, 일본-안선주, 미국-최나연) 에 이어 두 번째로 한-미-일 3개 투어 상금왕을 한국 선수가 독식했다.

그뿐 아니라 4대 메이저 대회 가운 데 나비스코 챔피언십(유선영), US여자 오픈(최나연), 브리티시여자오픈(신지 애) 등 3개를 한국 선수가 휩쓸어 ‘코 리아 천하’를 이뤘다.

한편 스테이시 루이스는 1994년 베 스 대니얼 이후 18년 만에 미국 선수 로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 다. 소렌스탐, 오초아, 청야니 등 ‘골프 여제’들과 ‘LPGA 코리아’의 기세에 눌 려 지내던 미국 여자골프로서는 의미 있는 수상 소식이 됐다.

세계 랭킹 1위 청야니는 3월까지 시 즌 초반 5개 대회에서 3승을 거둬 강 세를 이어 갔지만 이후로는 승수를 보 태지 못했다. 10위권 안에 들기도 어려 울 정도의 슬럼프를 겪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5)가 8월 캐나다오픈에서 우승, LPGA 투어 사상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세운 것도 의미 가 있었다.

시즌 결산

상금·최저타수‘2관왕’등극

마지막 15개 대회서 12차례 탑10
2회 우승에 준우승도 6차례

이번 LPGA 투어 시즌 상금왕과 최저 타수상(베어트로피)을 거머쥔 박인비(24)가 내년에는 올해의 선수상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인비는 18일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를 마치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면서 “내년 시즌에는 올해 이루지 못한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를 공동 11위(6언더파 282타)로 마무리하며 시즌 상금(228만7천80달 러·약 24억8천500만원)과 평균 타수(70.21타)에서 1위에 올랐고, 인터넷 투표로 정하는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 상도 받았다.

마지막 대회까지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타이틀 경쟁을 이어간 그는 “이번 주에는 부담과 스트레스를 많이 안고 있었다”면서 “한 시즌보다도 더 긴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박인비는 LPGA 투어 홈페이지에 실린 공식 인터뷰에서는“ 베어트로피는 1년 내내 꾸준한 경기를 펼쳐야 하고 한 라운드만 잘못해도 평균 타수가 떨어지기 때문에 받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자인 박인비는 그동안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의 활약에 비해 미국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LPGA 투어 첫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컷 탈락하는 등 주춤했다.

그러나 6월 이후 에비앙 매스터스와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우승하는 등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새로운 에이스’로 우뚝 섰다.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부터 최종전까지 15개 대회 가운데 12차례나 탑1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안정된 경기력을 뽐냈다.

최나연(25)과 신지애(24), 유선영(26)의 메이저대회 우승 등 올해 27개 대회 중 9승을 따낸 ‘한국 낭자군’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적이다.

박인비는 “시즌을 앞두고 스윙을 손봤기 때문에 초반에는 자리를 잡는 시기였다”면서 “성격이 느긋하다 보니 신경을 쓰지 않았고 6월부터는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꾸준한 성적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나 그만큼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올해의 선수상은 끝까지 쫓아갔지만 루이스에게 내줬고, 준우승이 6차례나 있었다. 박인비는 이에 대해 “우승할 만한 위치에 가니 긴장이 돼서 이길 수 있는 대회를 많이 놓쳤다”면서 “올해 많은 경험을 했으니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결국은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가 아니겠느냐”면서““아직 청야니와 차이가 많이 나지만 최대한 (1위에) 오르는 시간을 단축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박인비는 올해 투어에 동행했던 약혼자 남기협(31)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박인비는 “(선수 출신인) 남자친구가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도와줬고 함께 투어를 다니면서 외롭지 않고 즐겁게 경기할 수 있었다”면서 “내년에도 동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