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CIA 국장이 자기의 전기를 쓴 폴라 브로드웰(40세)과 불륜 관계를 맺은 것이 남편으로서만이 아니라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직한 것은 워싱턴 정가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후 밝혀진 세부점들은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가라도 꾸며내기 힘든 문자 그대로 점입가경의 줄거리다. 자기 이미지 관리에 뛰어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있어서 민주 공화 양당에서 영웅 칭송을 받아왔던 4성 장군이었기에 대통령 물망에도 오르던 사람이라 급전직하의 추락이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브로드웰은 질 켈리(37세)란 플로리다주 탬파에 사는 묘한 여자가 퍼트레이어스와 가까워지는 것을 질투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 남자를 건드리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결과 그에 위협을 느낀 켈리가 평소에 알던 FBI 직원에게 부탁을 한 것이 CIA 국장 낙마의 첫 단추가 된 것 같다. 인터넷 카페 등지에서 여러 차례 이메일을 켈리에게 보낸 사람이 퍼트레이어스의 스케줄을 너무나 자세히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 FBI에서는 법원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발신자를 추적하다가 발신자가 브로드웰이며 또 그가 퍼트레이어스와 보통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CIA 국장의 간통 사건을 간접적으로나마 조사하면서 대선이 끝나기까지는 백악관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켈리는 의사인 남편과 함께 탬파 부근에 있는 맥딜 공군기지에 위치한 미군 중동사령부의 고위층들과 친분을 가져왔던 사람으로 보도되었다. 물론 레바논에서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서 미국에 대한 감사의 일념에서 군인들을 가까이 한다는 자기 스스로의 설명도 약간 수긍이 가는 면도 있지만 중동사령부 사령관이던 퍼트레이어스와 또 그의 후임자인 존 알렌 장관과의 교분을 이용하려고든 정황도 적지 않다. 역시 퍼트레이어스와 브로드웰 관계를 파헤치다가 켈리 여사가 현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사령관인 알렌과 무려 3만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메일을 교환했고 그 내용 중 부적절한 것이 있는 것으로 보여 NATO 최고 사령관으로 임명되어 인사 청문회를 기다리던 알렌의 장래가 불확실해 보이는 상황이다. 그런데 켈리의 쌍둥이인 카왐 여사가 아이 양육권을 둘러싼 전 남편과의 법정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도 그 두 4성 장군들이 담당 판사에게 카왐이 훌륭한 어머니라는 편지를 써주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런 편지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카왐 여사가 정직과 성실의 중요성에 대한 존경심이 결여된 사람이라면 전 남편에게 양육권을 부여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리고 카왐은 계약 위반으로 고소된 상태에서 파산을 신청했다.
켈리 여사도 고위 장성들을 위한 호화로운 파티로 재력을 과시해왔지만 재정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이다. 그가 플로리다 지역의 한국 명예 영사로 임명된 것을 외교적 면책특권이나 있는 것처럼 경찰에 전화를 걸어 기자들이 자기 집 앞에 진치고 있는 것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분수를 모르는 행동이다. 또 어떤 미국회사의 CEO에게 자기가 퍼트레이어스만이 아니라 한국 대통령과 가까워서 한국 정부로부터 석탄 개스 개발 사업권을 독점적으로 획득하게 해줄테니까 2%의 수수료 즉 몇 천만불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것도 켈리 여사의 속내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육사를 성적 최상위권 5% 이내에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획득한 퍼트레이어스는 목표 설정과 추진에 있어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급 장교 시절에는 장군들의 부관 노릇하기를 자원했다는 것이 그의 출세 지향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이라크 전쟁 종군기자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기에 최근 장군들 사이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업적이 많은 장군이라는 평을 항상 받아 왔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력지와 방송 미디어의 특파원들과 칼럼니스트들에게는 자신의 이메일 주소 등을 알려주어 왔다니까 기자들의 호감을 배양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정부 브로드웰도 하버드 대학원 학생 시절 퍼트레이어스가 특강을 왔을 적에 만나 군대 지휘관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그에게 명함을 주며 연락하라고 말한 것으로 시작되었다는 보도이다. 역시 육사 출신의 브로드웰은 자기의 연구를 퍼트레이어스에 대한 전기로 초점을 맞추기로 했고 그가 아프가니스탄 사령관으로 갔을 때 자주 가서 장시간 인터뷰도 했고 사령관 비행기로 전방 시찰 등 특별 배려를 받았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어느 기자가 공동 저자가 된 퍼트레이어스의 전기는 금년 1월 달에 발간되어 베스트셀러까지 되었다.
일부 측근의 익명 제보에 의하면 야심만만한 브로드웰에게서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아 그에게 근접할 기회를 무제한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요지경 속이 되었으니 본인들과 가족들의 불행이다. 남녀 누구나 부적절한 관계에 빠질 수 있는 유혹을 경계해야 될 타산지석이다. 퍼트레이어스 자신이 부하들에게 진짜 인격은 남이 안볼 때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누군가는 보고 있다라고 부언하고 했었다니까 자신의 좌우명을 어겨 화를 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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