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베이 시(新北市)의 초청으로 중화민국(타이완, 臺灣)을 다녀왔다. 신베이 시는 중화민국의 수도인 타이페이 시(臺北市)를 에워싸고 있는 약 4백만 가량의 인구로 타이완에서 가장 큰 대도시이다. 예전엔 타이페이 현(臺北縣)으로 알려져 오다 약 2년전에 시로 승격하면서 이름을 신베이 시로 바꾸었다. 영어 명칭은 New Taipei City이다. 작년에 신베이 시의 교육관계자들이 훼어팩스 교육청을 다녀가면서 교류를 갖기로 하였다.
그 후 지난 여름에 신베이 시가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선생님들을 초청한데 이어, 이번에는 훼어팩스 카운티 학군의 전반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소개받고 싶다고 하여 나와 다른 교육위원 한 명을 위시해 교육감, 특수교육담당 교육감보, 그리고 3명의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등 총 7명을 초청했던 것이다. 물론 모든 경비는 신베이 시가 부담했다. 신베이 시가 추구하는 것 중 하나가 국제화인데 교육의 국제화가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미국 최고의 학군을 자부하는 훼어팩스카운티 학군을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했다.
토요일에 출발해 일본을 거쳐 20시간 후인 다음날 일요일 밤 늦게 도착했으나 쉬지도 못하고 바로 월요일 아침부터 이틀간에 걸쳐 약 300여명의 신베이 시 교육관계자 및 교장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먼저 훼어팩스카운티와 학군의 전반적인 상황 소개에 이어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을 했다.
타이완에는 민선교육위원회가 존재하지 않는데 민의를 가능한 많이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우리의 교육정책수립 노력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이후 잭 데일 교육감의 미국의 교육개혁과 교장 발굴, 훈련에 대해 강의와 교육감보의 훼어팩스 카운티의 특수교육에 대한 강연 등이 이어졌고, 세 명의 교장 선생님들은 AP, IB, Academy와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교의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를 했다.
이틀간의 발표 후 셋째 날과 넷째 날에 신베이의 한 고교와 초등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신베이 시에는 고교 입학시험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고교는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먼 곳에 사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위해 기숙사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기숙사에서 기거하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주말에나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타이완에서도 한국과 같이 대입경쟁이 심해 신베이 시의 고교생들은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정규수업을 마친 후 저녁 9시까지 학교에 남아 자습시간을 가지는데 약 90% 가량의 학생들이 남아서 자율적으로 공부를 한다고 했다. 이에 훼어팩스에서 방문한 교육자들이 놀란 것은 당연하다.
방문했던 초등학교는 신베이 시에서 가장 우수한 초등학교라고 했다. 무엇이 평가기준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학교에 도착한 순간부터 일반적인 다른 학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즉시 감지할 수 있었다. 우선 브라스 밴드가 학교 입구 바로 안쪽에서 방문단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연주 실력이 초등학교 밴드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훼어팩스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적어도 중학교 이상의 수준은 되었다. 그 후 있었던 환영행사 때의 합창, 학급을 방문했을 때 들을 수 있었던 어린 학생들의 노래나 학교 오케스트라의 수준에 모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아본 바 신베이 시의 모든 초등학교들이 같은 수준은 아니라는 것에 그나마 조금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평소 훼어팩스 카운티 학생들에게 주어진 음악과 미술 부분에 대한 교육환경과 기회 그리고 수준에 대해 누누이 자랑을 해왔고 자부심을 가졌던 우리 방문단에게는 그 초등학교의 음악수준은 상당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많은 연습을 가졌던 모습이 보였으나 초등학교 환영식에서의 학생들 발표가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던 점이나, 고등학교 방문 시 방문단을 안내했던 학생들의 영어 실력도 아직 외국어 공부에 정책적인 배려가 미흡하다고 느끼는 훼어팩스 방문단 교육자들의 경각심을 깨우쳐 주었다.
영어가 국제 공용어이고 아직까지 가장 중요한 언어로 여겨지고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영어교육을 시켜 영어 구사가 능통한 수준으로 되도록 교육을 받고 있는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미국학생들의 경우 외국어 교육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앞으로 국제사회에서의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좋은 계기였다.
이번 타이완 여행은 나에게는 20여년만의 방문으로 여러가지 반가움과 설레임으로 다녀왔던 나들이였다. 그 사이 여러가지 달라진 모습도 볼 수 있었고 또한 변함없이 나의 입맛을 돋우게 하는 그 곳 특유의 여러 음식들과 더불어 그 곳 사람들의 친절과 인간미를 다시 한 번 접할 수 있었던 귀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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