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5)이 LA에 왔다. 2,570만달러가 넘는 거액을 베팅해 그와 독점 협상권을 획득한 LA 다저스와 본격적인 입단 협상에 나서기 위해서다. 벌써 LA 한인팬들은 박찬호에 이은 제2의 ‘코리안특급’이 다저스테디엄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본다는 기대와 흥분으로 들떠 있다.
물론 류현진의 다저스행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계약협상이라는 관문이 남아있다. 정확히 2,573만7,737달러33센트인 포스팅금액은 류현진이 다저스와 계약할 경우 한화가 다저스로부터 받게 될 이적료일뿐 류현진의 계약금이 아니다. 다저스와 류현진이 30일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포스팅이 무효화돼 그는 원 소속팀인 한화로 돌아가게 되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예치된 2,573만7,737달러33센트는 다저스에게 반환된다. 모든 것이 없었던 일이 된다.
물론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른 빅리그팀과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 협상권을 따낸 다저스나, 어렵게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진출의 길을 얻은 류현진이나 모두 계약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기를 원한다. 문제는 목표는 같더라도 그 과정에서 서로 간에 눈높이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시각차는 벌써부터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이미 다저스가 류현진을 최소한 제3선발급 선수로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면 계약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전략적으로 그의 커리어를 계획해야 한다”면서 “지금 빅리그에 오는 것과 2년 뒤 프리에이전트(FA)로서 오는 것 중 어느 쪽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더 좋을 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대에 걸 맞는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면 류현진이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2년 뒤 완전한 FA로서 빅리그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으름장이다.
이에 대해 다저스도 맞불을 놨다. 스탠 캐스턴 다저스 사장은 “(다음달 초 열리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난 뒤 류현진과 계약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과 계약여부를 윈터미팅 결과와 연계시킴으로써 경우에 따라 계약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은 셈이다.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과는 협상을 할 수 없고, 그것도 30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협상을 끝내야 하는 처지인 보라스에게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사실 다저스는 류현진을 놓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를 반드시 붙잡아야 하는 입장은 아니다. 클레이튼 커쇼, 크리스 카푸아노, 테드 릴리 등 3명의 왼손투수를 포함, 채드 빌링슬리, 자시 베켓, 애런 하랑 등 계약 상태인 선발요원만 6명인 다저스는 더구나 이번 오프시즌에 왼손 에이스 커쇼에 상응하는 오른손 에이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류현진을 영입한다면 현 선발투수 중 최소 2명을 트레이드해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다저스가 2,570만달러가 넘는 고액을 베팅해 류현진과 협상권을 따낸 사실은 류현진이 아주 매력적인 옵션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류현진은 이미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투수로 충분히 빅리그에서 선발투수로 경쟁력이 있을 뿐 아니라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와 한국이라는 큰 마켓을 등에 업고 있다. 류현진이 기대만큼만 던져준다면 다저스로선 경기력 차원에선 물론,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상당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과연 어느 정도 수준에서 계약이 성사될 지가 관심사다. 지난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유 다르비시가 6년간 5,600만달러의 계약을 받은 것이 류현진의 예상 계약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다. 다르비시의 포스팅액수가 5,170만달러로 류현진의 2배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같은 6년 계약 기준으로 2,500만~3,000만달러 사이를 예상할 수 있다. 평균연봉 400만~500만달러 수준. 물론 보라스가 이 정도에 만족할 리 없다. 그는 이미 2~3년짜리 단기 계약을 언급하고 있다. 단기계약으로 류현진이 가치를 입증한 뒤 더 늦기 전에 FA로 나서 제2의 대박계약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미 포스팅금액으로 2,570만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한 다저스가 3년 미만 단기계약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보라스와 다저스의 기 싸움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주목된다.
<김동우 부국장 대우·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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