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선거로 캘리포니아 민주당은 세상 어떤 정당도 부러워할만한 ‘꿈의 선물’을 받게 되었다. 주 의회 상하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이른바 ‘수퍼머조리티’ 달성이다. 거기에 더해 세금인상을 허용하는 프로포지션 30과 프로포지션 39도 통과되었다. 유권자로부터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과 수십억 달러의 돈을 동시에 선사받으면서 ‘완벽한’ 민주당 천하의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사실 현재의 캘리포니아는 겉으로 보면 이미 민주당 천하다. 주지사와 8개 고위 선출직, 상하양원 다수당까지 민주당 일색이니까. 그러나 수십년째 견지해온 주 의회 ‘민주당 다수’는 1978년 프로포지션 13 통과이후 그 파워가 대폭 줄어들었다. 재산세 인상을 사실상 동결시켜버린 조세저항 보수그룹의 이 주민발의안은 ‘세금인상관련 법안 통과엔 상하양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헌법개정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경기가 좋았을 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불경기가 닥치자 그 여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인구증가로 지출은 늘어나는데, 세수입은 묶이고…주재정난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지출삭감에 소극적인 민주당이 계속 시도한 세금인상은 공화당의 결사반대로 번번이 좌절되었다. 그동안 공화당은 ‘소수의 횡포’로 불릴 만큼 증세안 표결에서 1~2표로 좌우되는 반대 파워를 공격적으로 발휘해 왔다.
앞으로 민주당은 무슨 법안이든 원하는 대로 통과도 부결도 시킬 수 있게 되었다. 공화당에겐 이제 막을 힘이 없어졌다. 세금인상은 물론이고 주지사의 거부권도 번복시킬 수 있으며 주 헌법을 개정할 수도 있고 공채발행을 제안할 수도 있으며 주립대학 등록금제도를 개편할 수도 있고 급수시스템을 개선할 수도 있다…이론상으로는 그렇다.
80년 만에 처음인 이 역사적인 상하 양원 수퍼머조리티 실현의 배경은 투표율이다. 온라인 등록제 도입으로 급증한 유권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젊은 층과 소수계 등 민주당 성향이 늘어난 반면 공화당 등록유권자는 주 사상처음으로 전체의 30% 이하로 떨어졌다.
등록금 인상을 걱정하며 프로포지션 30을 통과시키기 위해 대거 투표장에 나온 대학생들, 노조의 정치적 기부를 제한시키려던 프로포지션 32의 부결을 위해 필사적으로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인 노조원들이 예상외로 확대된 민주당 표밭이었다. 과거 공화당 성향 혹은 중도였던 지역에서 민주당이 상원 3석, 하원 4석을 새롭게 확보한 이면에는 이들이 있었다.
아직 개표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40명 정원의 상원에선 이미 28석을 확보하여 3분의 2를 넘어섰고 80명의 하원에선 5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현재 아직 2석의 집계가 끝나지 않았으나 두 곳 다 공화당 현직을 누르고 민주당 도전자들이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2명의 민주당 주 상원의원들이 연방의회로 진출하고 그 자리에 현 주 하원의원들이 출마할 예정이어서 내년 상하원 보궐선거들이 실시되어야 하므로 120명 주의원 명단이 확정되는 것은 아직 몇 달이 더 걸릴 것이다.
그러나 비워지는 민주당 의석은 민주당이 다시 채울테니 이변이 없는 한 새 회기 민주당의 수퍼머조리티는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전국이 주시할 것이다 : “민주당은 새롭게 얻은 이 절대권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보수진영의 반응엔 비아냥이 담겼다. ‘캘리포니아의 리버럴 수퍼머조리티’라는 제목의 월스트릿저널 사설은 대선에서 패한 공화당에게 “굿 뉴스가 있다 - 최소한 여러분 대다수는 캘리포니아에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란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제 캘리포니아 주민은 1당 독주, 노조가 운영하는 진보 통치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고 야유한 이 사설은 ‘원색적 야망으로 가득 찰 무책임한 리버럴 노조운영 주 정치’가 “하나의 정치적 실험으로 교훈을 남길 것”이라면서 “캘리포니아 주민은 아직 네바다나 아이다호로 탈출할 수 있다”는 충고까지 덧붙였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절대권력의 함정을 우려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엄청난 기회와 엄청난 책임을 동시에 느낀다”면서 “강하게, 겸손하게, 목표를 확실하게 갖고 접근할 것이며 남용의 위험을 항상 경계할 것”이라고 다짐은 했다.
그러나 이런 다짐을 흔드는 압력이 수없이 가해질 것이다. 쓰지 않는 권력은 사라진다는 닦달도 나올 것이고 지난 몇 년 대폭 삭감되어온 서비스 예산을 복원시키라는 요구도 줄을 설 것이며, 부족한 기금을 놓고 당내 이해그룹들이 밥그릇 싸움을 벌이면서 주 의회가 전혀 다른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공화당의 존재가 무의미해진 이제 새크라멘토의 과다지출에 제동을 거는 중재역은 아마도 제리 브라운 주지사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미 주지사는 선거 다음날 민주당을 향해 절제와 검약을 강조하는 한편 “주민들의 신뢰를 얻고 유지할 수 있겠는가…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주도권에 도취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이번 선거로 민주당과 주지사는 예상보다 많은 정치적 자산을 얻어냈다. 새크라멘토를 불신해온 유권자들이 허용한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캘리포니아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정책수립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순전히 민주당의 책임이다. 탓할 공화당은 이제 없다. 유권자들의 인내심은 강하지 못하다. 다음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주어진 2년은 금방 지나간다.
<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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