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부를 강타한 허리케인과 같이 곤욕스럽던 미국의 선거가 지나갔다. 국민 대다수가 민주 공화 양당으로 갈려서 고집, 편견, 과장, 거짓을 섞어가며 서로 헐뜯던 공인행사(公認行事)가 민주당의 승리로 결말을 보았다. 양당이 60억 달러의 거금을 소모하며 일 년 이상 수천만 명의 인력을 동원하여 치른 선거의 결과는 권력분배 관점에서 전과 별로 다름이 없다. 새로 구성된 연방정부는 전의 권력구조와 같이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산하에 공화당 다수 하원과 민주당 다수상원으로 양분됐다.
금년 대통령 선거는 오바마에게 제 2기를 주지 말자는 보수주의 공화당 백인 부유층과 그들을 저지하려는 진보주의 민주당 유색인 중산 및 저소득층의 대결에 있었다. 흑인 대통령의 낙마를 주장하는 공화당은 하나같이 목을 돋워 나라를 약화시키는 무능한 대통령을 몰아내고 “변화 change”를 가져오자고 외쳤다.
그러나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1기에 이룬 공적은 적지 않았다. 그는 공화당 부시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최악의 경제속에서 초기 2년 동안 대기업체 횡포방지 경제재건안을 가동시키고, 전체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성사시켰다. 또한 8년이 넘은 이라크 전쟁을 종결시키고 9.11 테러의 대장 빈 라덴을 사살했다. 집권 3년에 이르자 오바마 정부는 중간선거에서 새로 구성된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의 반대를 받기 시작했다. 그런 중에서 오바마는 파산에 가까운 자동차 산업을 재생시키고, 불체자 자녀의 출국명령을 정지시키며, 더디 회복되는 경제권에서 450만에 이르는 새 일자리를 창출하여 실업률을 7.9%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행정부가 직면했던 가장 큰 난제는 과거 십여 년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때문에 짊어진 나라의 채무금 14조 달러를 상환하여 적자를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결국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 다수 하원의 반대로 인하여 재정적자감축 협상에 실패했다. 결과로 정부는 소위 경제절벽(fiscal cliff)이라는 임시 대책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대책은 올 연말까지 행정부와 국회가 협상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강제적으로 연방정부의 지출액을 1조2,000억 달러 삭감하고 온 국민의 세금을 대폭 인상해 국정의 안전을 기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제화 되면 이 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 경제에 큰 공황을 가져올 것이 명백하다.
그런 상황에서 금년 선거가 치러졌다. 공화당은 매사추세츠의 전 지사이며 사업가인 롬니를 대통령 후보로 세우고 그의 영도 하에서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를 회복해야 된다고 나섰다. 롬니는 20억 달러를 대권쟁취에 투자하며 박빙, 백중지세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선거를 일주를 앞둔 10월 31일에 허리케인 샌디가 동북부를 강타하며 120여명의 생명을 빼앗아가고 뉴욕시의 일부와 뉴저지 주의 여러 도시를 침수 파괴하는 일대참사를 일으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유세를 중지하고 재해지역인 뉴저지 주로 찾아가서 이재민구호와 파괴도시 재건에 정력을 쏟았다. 뉴저지의 주지사 크리스티는 대통령 후보 롬니를 지지하는 공화당의 간부로 오바마의 이름난 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는 정적인 크리스티 주지사의 손을 굳게 잡고 당면한 국난극복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에 크리스티 주지사는 대통령의 탁월한 인격과 지도력을 칭찬하며 주민을 대표하여 감사를 표했다. 이 광경을 방송으로 목격한 국민들은 민주당 대통령과 공화당 주지사가 초당적으로 국난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찾게 되었다. 일 주 후에 실시된 선거에서 진보적인 백인들과, 대다수의 흑인, 라티노, 동양인, 여성, 청년들이 대거 투표해 오바마에게 재선의 영광을 안겨 주었다.
만약에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오바마를 버렸더라면 세상은 미국민이 아직도 흑인을 차별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마음속에 많은 돈을 투입하는 후보가 선거에 승리하더라 하는 오류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국민이 선거하는 미국의 공직은 돈으로 사는 것이라 성실한 인물이 얻는다는 원리를 이번 선거가 역력히 보여주었다.
오늘의 미국은 백인만이 잘 사는 사회가 아니라 독립선언문이 명시한 대로 만백성이 모여서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공화국이다. 세태의 변화 속에 새로워가는 미국에는 희망이 있다. “최선의 길이 눈앞에 보인다. 다 함께 힘써 전진하자” 하며 새로 출발하는 오바마 정부와 만민평등을 국시로 삼은 미합중국에 하나님의 자비로운 가호를 기원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