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에서 특수교육(special education)을 가르치는 한 선생님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학교 일선에서 일어나는 얘기들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한인 부모님들이 미국인들에 비해 특수교육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특수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을지 한 번 적격심사를 해봄직한 한인 학생들을 주위에서 보아도 부모님들에게 그런 건의를 하기가 무척 망설여진다고 했다.
작년 12월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군으로 여겨지는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24,727명이었던 것으로 나와있다. 이는 전체 학생 수의 거의 14%인셈이다. 그런데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인종 분포 비율을 보면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아시아인 학생들은 훨씬 더 낮다.
사실 그냥 좀 낮은 정도가 아니라 아시아인 학생들이 전체학생 중 차지하는 비율과 비교를 해도 거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아시아인 학생들이라고 특수교육의 필요가 다른 인종과 다를 이유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이는 아시아인 가정들이 특수교육을 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미국에서 특수교육은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IDEA-장애자교육법) 라고 불리는 연방법이 관장하고 있다. 특수 교육의 종류는 다양하다. 신체 부자유 학생들의 교육을 돕기위한 프로그램부터 시작해 자폐증, 학습장애, 지적장애, 심리장애, 주의력결여장애 등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는가는 모두 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IEP-개별교육프로그램)에 의거해 결정된다. IEP는 해당학생들의 학부모를 위시해 전문가들로 팀이 구성되어 각 해당학생의 교과과정, 학업성취, 수업태도 등을 검토해 작성된다.
그리고 매년 검토, 조정되는 이 IEP에 따라 22세까지 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직업이나 사회 적응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일반 학생들과 달리 여름방학 기간에 서비스를 제공 받기도 한다. 공립학교 내에서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는 외부기관과 계약을 맺어 제공하기도 한다. IEP 내용에 부모가 동의치 않을 경우 이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되어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훼어팩스에서는 학교급식비 보조를 받는 학생들 가운데 특수 교육을 받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높게 나와 있다. 그러나 여러해 전에 보았던 또 다른 통계자료에 의하면 학교급식비 보조를 받지 않는 학생들 가운데 부모들의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가정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특수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분석되지 않았지만 그 당시 추측으로는 교육과 소득이 높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에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노력에 아마 좀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는 것이었다. 특수교육이 자녀들이나 부모들에게 어떤 오명의 낙인을 찍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여기고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사실 특수교육 서비스 중에는 성적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도움이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IEP에 따라 시험을 볼 때 추가 시간이 주어질 수도 있다. 즉, 다른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 내에 시험을 마쳐야하는데 반해 학교 수업이 다 끝난 후 남아 시간 제한 없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추가로 시간을 허용 받는 것은 SAT등 대학 입시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시험들에도 적용 될 수 있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철저히 준비해 IEP 설계 때 이러한 부분을 반영시키도록 노력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추가로 시간을 허용 받기 위해서는 그러한 필요를 뒷 받침할 수 있는 증거들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증거들은 하루 아침에 준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한 꼭 이러한 이유로 특수교육 서비스를 원하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자녀가 제대로 교육을 받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든 서슴치 않고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녀들의 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특별히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제공하는 특수교육을 혹시 주위에서 누가 수근덕거릴까봐 피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부모로서 직무유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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