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에서 롬니 공화당 후보의 패인을 놓고 많은 분석과 뒷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의 분석들을 종합해 보면 여성과 라티노, 그리고 젊은 층 유권자들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던 것이 실책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아시안 유권자들의 표심에 대한 롬니 선거진영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아태 커뮤니티 개발연합회(CAPACD)와 아시안 아메리칸 법률 및 교육 펀드(AALDEF)가 실시한 투표 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바마 지지가 72%로 롬니 지지 26%를 압도했다.
더욱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 응답자 중 민주당원은 41%라는 점으로 결국 공화당원과 무당파의 상당수가 오바마에 지지를 보낸 셈이 된다. 그리고 이 조사결과는 거의 비슷하게 실제 투표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리사 하세가와 CAPACD 사무국장은 “롬니 후보가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길 수 있는 룸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은 오하이오 주를 중심으로 한 8개 경합 주에서의 싸움이었다. 다른 주들은 이미 거의 승부가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아시안 유권자들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서부와 뉴욕 및 뉴저지 주의 동부에 집중돼 있다. 그리고 이들 주들은 대부분 민주당 우세 지역이다. 한 예로 우리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공화당원들의 표는 대선에서 ‘사표’나 다름없다. 아무리 투표를 많이 해도 민주당을 이길 수 없다. 승자 독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대선에서 한 표라도 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오바마는 여러 번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지만, 민주당의 확실한 우세지역에서 그는 단지 선거자금만 거둬들이면 그만이었다. 반면 롬니는 이미 결과가 뻔한 주에 막대한 선거자금을 투입할 이유가 없었다.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경합 주에 쏟아 부어도 부족할 실탄을 낭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을 것이다. 대신 그는 사활이 걸린 경합주 주류 유권자들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쳤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백인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한 선거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과거 부시 후보가 대선을 치를 때와 달리 이번에는 아시안 등 소수계를 끌어안을 수 있는 조직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점을 들며, 박빙의 승부처에서 이들을 제대로 잡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시안 유권자들의 표가 이번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정확히 분석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하세가와 CAPACD 사무국장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다.
아시안 커뮤니티의 정치력은 그동안 많은 성장을 해왔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0년 사이에 미 전국의 아시안 유권자는 95.3%나 증가했다. 또 한 표를 행사한 실제 투표 참가자도 같은 기간 86.25%나 늘어났다. 캘리포니아 주만 봐도 같은 기간 유권자 수는 87%, 투표 참가자는 86%가 늘었다.
더욱이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2050년에는 아시안과 라티노, 흑인 등 비백인계 인구가 51%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아시안 유권자들의 표가 대세를 결정짓지는 못해도 스윙보트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째든 2012 대선은 이제 막을 내렸다. 그렇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한인사회를 비롯한 아시안 커뮤니티의 목소리는 정치를 통해야 하고, 정치는 참여에서 힘을 얻는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참여는 역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높은 투표율을 가장 중시한다. 그리고 그 표가 결집을 이룰 때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된다. 때문에 아시안 커뮤니티는 투표율을 계속 올려야 한다.
앞으로도 선거는 계속된다. 정치력 신장은 유능한 인재를 통해 이룰 수도 있지만, 가장 분명한 방법은 소중한 한 표를 버리지 않고 행사하는 것이다. 정치인들, 선거 전략가들이 생각하는 표에는 색깔이나 모양이 없다. 단지 수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황성락 특집 2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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