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허리케인 아이린의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불어 닥친 샌디의 위력 앞에 누가 감히 고개를 뻣뻣이 들고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겠는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허리케인 카타리나(2005) 다음으로 단숨에 2번째로 큰 피해를 입힌 태풍으로 등극한 샌디의 피해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한동안 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개 등급의 태풍 중 최하위 1등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토록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었을까. 이 지독한 태풍에게 누가 샌디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줬는지 궁금하다.
샌디는 끔직한 화재와 홍수 피해는 물론이요 버스, 지하철, 항공, 뱃길 등 그야말로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철저하게 무력화시켰고 뭐니뭐니 해도 가장 고통스러운 피해 중의 하나는 바로 정전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암흑 속에서 바라보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나무들과 마치 독사의 혀처럼 너울거리며 밀려오는 홍수의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먼 옛날 저 멀리 등잔불만 보아도 반가웠던 시대처럼 암흑천지 속에서 밝은 빛을 밝히고 있는 집이 간혹 보이곤 했는데 이는 준비성 있는 가정에서 틀어놓은 발전기의 찬란한 불빛이었다. 일반인들에게 발전기는 생활수준을 높여주는 부가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던 게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정전 후 웬만하면 하루 이틀 사이에 전기가 들어왔던 터였고, 하루 이틀 때문에 발전기를 구입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존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샌디를 통해 또 하나의 생필품으로 그 위력을 떨친 발전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는 실상 많이 부족한 편이다. 발전기가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 샌디가 새삼스럽게 일깨워 준 정보는 발전기의 발전 원료는 극심한 기름전쟁을 유발한 바로 자동차 기름이라는 점이다. 물론 도시가스나 프로판가스를 사용하는 발전기도 있다. 이러한 가스를 사용하는 발전기는 가격이 비싼 상업용급의 대형이어서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의 전기가 필요한 일반가정에서는 자동차 기름을 사용하는 소형발전기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일반인들은 기왕이면 큰 용량의 발전기 구입을 원한다. 넉넉한 게 좋다는 의미다. 그러나 넉넉하다함은 그만큼 더 발전 기름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발전기는 요즘과 같은 기름 전쟁 속에서는 오히려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발전기 구입전 먼저 유사시 전기가 필요한 냉장고, 보일러, 전등, 컴퓨터 등의 목록을 작성한 다음 해당가전제품의 총 전기소비용량(와트:Watts)을 살펴봐야 한다.
휴대용 발전기는 출력용량(와트:Wattage)에 따라 그 발전 크기를 구분하고 있다. 보통 일반 가정용 소형은 3,000-4,000와트, 중형은 5,000와트 이상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용도에 따라서는 1,200와트 혹은 2,000와트의 저출력 소형도 사용되고 있다. 작금의 기름 전쟁을 고려할 때 적은 기름으로 장시간 작동할 수 있는 저출력 소형발전기의 사용 또한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이는 비상시 냉장고, 보일러 등 전기소비가 높은 가전제품에 전기선을 따로 연결하여 교대로 전기공급을 하는 방식이다. 물론 번거롭지만 기름절약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정용 발전기를 구입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다음 두 가지다. 발전기의 실질적 소비출력을 의미하는 러닝와트(Running Watts)와 모터를 사용하는 냉장고, 보일러 등의 작동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순간 최대출력을 의미하는 스타팅와트(Starting 혹은 Surge, Peak Watts로 표시)의 구분이다.
여기서 순간 최대출력인 스타팅와트의 이해가 필요하다. 스타팅와트는 전기모터를 탑재한 기기에만 필요한 사항으로 모터는 정지 상태에서 작동 시작시 처음 2-3초 동안 러닝와트보다 2내지 3배 더 많은 순간 고발전 출력을 필요로 하고 물론 연료를 더 소비한다. 이후에는 지속적 작동에 필요한 저출력 러닝와트로 전기기기가 작동하면서 발전연료를 덜 소비하게 된다. 한 예로 냉장고의 경우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모터의 정지와 작동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순간 최대출력과 지속적 작동에 필요한 실질적 저출력이 반복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그렇다면 전기기기의 소비와트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냉장고나 보일러, 오일버너 등에 부착되어 있는 라벨(Label)에 기기작동에 필요한 전력양이 볼트(Volts)와 암페어(Amps)로 표시되어 있는데 볼트와 암페어를 곱하면 와트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설명서에 기기의 러닝와트와 스타팅와트의 구분이 명확히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제품 설명서 혹은 전문가, 제조사에 문의하거나 구입시 구입처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유의할 점은 발전기는 가능하면 창문이나 출입문에서 멀리 떨어진 실외에 설치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발전시 발생하는 연기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반드시 발전기의 사용설명서에서 기술하고 있는 용량의 전기선(Extension Cord)을 사용하도록 하고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전기히터 등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