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거의 절반씩 집권했다. 1960년 선거에서 이긴 민주당의 케네디와 그 뒤를 이은 존슨이 8년, 그 다음 공화당의 닉슨과 포드가 8년, 다시 민주당의 카터가 4년. 공화당의 레이건이 8년, 아버지 부시가 4년, 민주당의 클린턴이 8년, 그리고 아들 부시가 8년을 했다. 6일 선거에서 예상대로 오바마가 이긴다면 2016년까지 총 56년을 공화당, 민주당이 정확히 28년씩 나눈 셈이 된다.
이 기간 동안 어느 쪽이 집권했을 때가 좋았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힘들다. 한인들이 별로 경험하지 못했던 60년대를 빼면 닉슨 말기부터 포드, 카터 때는 나빴고 레이건, 클린턴 때는 좋았다. 아버지 부시 때는 별로였고 아들 부시는 초반에는 괜찮다는 말년에 엉망이 됐다. 오바마는 지금까지는 별로였다.
이렇게 보면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는 미국인들의 삶과 별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한 당이 백악관을 차지한다고 해도 의회까지 장악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행정부가 정책을 집행하려 해도 의회가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또 의회까지 장악했다 해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70년대 같이 중동 산유국이 석유 값을 올려 버리면 누가 집권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지난 50여년의 미국 정치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특징은 대통령 집권 2기가 1기보다 훨씬 나빴다는 사실이다. 케네디가 지금까지 많은 미국인들의 우상으로 남아 있는 것도 집권 2기를 맞기 전 사망해 ‘그가 다시 집권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련한 기대를 남겨줬기 때문이다. 케네디 향수에 힘입어 64년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존슨은 불과 4년 뒤 월남전 개입에 따른 후유증으로 인기가 추락하며 재선 도전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68년 대선에 승리한 후 72년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된 닉슨은 불과 2년 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사상 처음 탄핵 직전 사임한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80년 대선 승리에 이어 84년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레이건은 집권 후반 이란-콘트라 스캔들에 휘말려 온갖 청문회에 시달려야 했다.
1992년 대선에 승리한 후 96년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된 클린턴 또한 르윈스키 스캔들로 고통을 겪었으며 사상 두 번째로 연방 하원에서 탄핵당한 후 가까스로 상원 표결에서 살아남아 정치 생명을 부지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0년 선거에서 간신히 대통령에 당선된 아들 부시는 2004년 선거에서도 겨우 재선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카트리나 늑장대응과 이라크 전후 처리, 부동산 버블 붕괴와 대공황 후 최악의 금융 위기로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정도 전례면 대통령을 두 번 하는 것을 사양하는 사람도 있을 법 한데 아직까지 그런 인물은 없다. ‘대공황 이후 가장 느린 경기 회복’이란 성적표를 갖고 있는 오바마 또한 예외가 아니다. 4년 전 ‘변화’와 ‘희망’을 외쳤던 그는 지금 ‘롬니보다는 낫다’를 유일한 구호로 내걸고 미국인의 표를 다시 한 번 호소하고 있다.
6일 대선에서 오바마가 이긴다 하더라도 표차는 근소하며 2008년 선거 결과에 못 미칠 것이 확실시 된다. 그렇게 되면 그는 지난 50년래 처음 두 번째 선거에서 처음보다 표를 적게 받고 당선된 대통령이 된다. 2008년 그는 미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고 민주당은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처럼 유리한 고지에 서 있었음에도 지난 4년간 그의 성적표는 매우 초라하다. 그가 정치 자본을 탕진한 오바마케어에 대해서는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별 언급도 하지 않고 세제 개혁도, 교육 개혁도, 메디케어 개혁도 말하지 않는다. 오바마 집권 후 매년 1조 달러씩 늘어온 국가 채무는 GDP의 100%인 16조 달러를 넘어섰다. 그리고도 앞으로 4년간 매년 1조 달러씩 늘어갈 전망이다.
그리스에 ‘신이 인간을 벌하려 할 때는 그 소원을 들어 준다’는 속담이 있다. 예상대로 오바마가 이긴다면 지지자들은 쾌재를 부르겠지만 전임자들의 사례를 보면 그다지 축하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4년 뒤에도 그들이 계속 박수를 치고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