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애증의 교차로 점철돼 왔다. 19세기 청국 말엽에 영국, 법국(불란서), 덕국(독일), 로국(러시아) 등 대국들과 더불어 미국도 잠자는 사자에게 접근한 것은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나라에 미국 생산품들을 팔아 경제적 영향력은 물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래도 아편 전쟁으로 홍콩을 먹어치운 영국과는 달리 미국은 중국에 대해 영토야욕은 없었거나 미미했기에 손문과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 시절 중국과 미국은 대단한 우방이었다. 세계 2차 대전 말 카이로 회담 참석자가 루즈벨트, 처칠과 장개석이었던 것만 봐도 그 점이 분명해진다. 또 장개석의 부인 송미령이 미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것도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감의 발로였다.
문화적으로도 지근 관계를 유지했었다.‘대지’의 작가 펄 벅이 선교사의 딸로 중국에서 출생했다는 사실은 그 비슷한 많은 실례들 중 하나일 뿐이다. 또 19세기 말엽에 하버드대학에 세워진 연경학회의 역할도 미 중 관계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개석 정부가 모택동의‘ 공비’들에 의해 점점 패퇴하다가 대만으로 쫓겨나
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선포된 1949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이 중공 정부가 아니라 장개석 정부가 중국 전체를 대표한다는 착각의 정책을 고집한 때문에 두 나
라 사이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전쟁 당시‘ 중공의용군’의 개입으로‘ 미 제국주의’와 인산인해의 ‘붉은 떼 무리들’ (Red Hordes)은 교전국의 나락으로 떨어진 기간도 있었다.
닉슨의 핑퐁외교를 시발로 양국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미국학자들의 중국 방문조차 미국 정부가 장려도 만류도 않던 시절이 있었다. 자본주의 경제 도입이
공공연해진 1980년대에 들어서야 미국의 투자와 양국 무역관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중국 경제 규모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둘째로 커져 미국과 더불어 G-2 반열에 올랐다. 중국이 무역 흑자액으로 미국 국채를 매입하기 때문에 더 악화된
다는 미국의 부채 문제는 두고두고 미국의 골칫거리일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도 미 달러가 세계 제1의 안정성이 있어 중국이 계속 미국 국채를 매입하니까 큰 걱정거리
는 아니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미국 정부의 적자 예산 문제와 연결시켜 얼마 안 있으면 큰 일이 날 것이라는 견해도 있어 설왕설래다.
중국이 아시아의 맹주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온 21세기 초부터미국이 제동을 걸려는 시도로 두 나라 사이는 계속 긴장과 완화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
다 갔다 한다.
미국과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과의 상호방위조약 때문에 만약 댜오위다오 열도
에 대한 분규로 중국과 일본이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미군이 개입할 시나리오가 설명하듯이 중미 관계는 소위 우방이 아니다. 게다가 천안문 데모 진압 사건, 티베트 사
태,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에 따른 미국 정부의 논평은 중국 쪽에서 보면 내정 간섭이다.
중미 관계가 한마디로 복잡다단하다는 사실은 최근 미국 상무부의 중국산 태양전
지판에 대한 결정에서도 볼 수 있다. 상무부는 중국의 태양전지판(이하 태판) 제조업자들이 정부의 불법 보조금을 받아 생산가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덤핑을 하
기 때문에 관세를 높이겠다는 결정을 했다는 보도다.
그런데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에서 미국 태판 제조업자들의 제소로 시작된 상무부
의 그 같은 결정이 누구의 유익으로 끝날지가 분명치 않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중국
태판 제조업자들은 미국에서 태판의 원료인 폴리실리콘과 아울러 태판 제조기계를
수입하는데 관세 인상으로 생산이 줄어들면 미국의 관련업체들이 손실을 입게 된다
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태판이 비싸지기 때문에 태판 설치를 주춤하게 된다는 지적이
다. 그에 더해 미국에서 태판 관세를 높이는 최종 결정을 실행하면 중국도 보복적으로
미국 물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게 될 것임으로 무역 전쟁으로 확대되어 두 나라와 손해
니까 상무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부가 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될 문제라는 게
그 논설의 요지이다.
긴장과 완화의 줄다리기가 시진핑을 축으로 하는 공산당의 새 통치 권력 아래 어
떤 곡예를 연출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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