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선(독자)
드디어 한 권의 책이 출간 되었다. 뉴 잉글랜드 지역에 사는 동안 수년에 걸쳐 쓴 글이 거의 500여 편이 되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심정으로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해마다 그만한 분량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다면 앞으로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이 일은 진정 과거로부터 가치 있는 미래로의 진행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선우 미디어에서 편집과 제본을 맡아 주었다. 선우 미디어는 출판하는 책이 해마다 국내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그 실력과 품위를 인정받는 출판사라고 한다.
제가 등단할 즈음 순수 문예지 편집부장으로 열심히 일하던 이선우 사장은 지금도 수필전문 출판사 선우 미디아를 운영하는 성공한 기업인이 되어 있다. 이렇게 과거에서 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현상이나 인물을 만나게 되면 이 세상은 참으로 살아 볼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2-30여 년 전에 제가 발표한 작품의 내용은 물론 함께 나눈 음식 이름도 잊지 않고 있는 이선우 사장은 저의 귀국 소식이 전해지자 숙소로 한 걸음에 달려 올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이번 작품집의 삽화를 그려준 저희 둘째 딸 ‘정의진’이라는 이름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녀는 저의 출판 의뢰에 기분 좋게 응해 주었다. 출판에 드는 제반 비용은 큰딸 부부가 기꺼이 담당했고, 미국에 있는 남편은 자료 사진을 보내주는 등 총감독의 역할을 충실히 해 냈기에 이번 작품집은 엄밀히 말해서 ‘민유선 가족의 작품집’이나 진배없다 하겠다.
편집과 교정 디자인 등 실무를 책임진 편집실 직원들 또한 미국 촌사람(?) 민유선의 수 없는 수정작업 요청에 피곤함을 달래느라 수고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책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이선우 사장님과 스텝들은 좋은 글로 좋은 책을 만든다는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무더운 장마철을 거치며 최대의 노력과 인내심을 발휘했다.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루니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충만한 작업이었다만 막상 만들어 놓고 보니 부족한 것이 너무 많이 눈에 보인다.
‘“책 한 권을 만드는 일은 해산의 고통과 같다.’고 한 어느 선배의 말에 공감하며 여러분 앞에 삼가 ‘민유선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 한 권의 책을 내놓는다.
오래 전에 저는 ‘들깨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문단에 인사드린 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여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동안 우리 가족은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남편은 미 국무성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도 하였으나 잘 회복하고 지금은 한적한 교외에서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다. 고국을 떠나던 당시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던 큰딸은 이제 의젓한 의사가 되어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작은 딸은 영어교사가 되었다.
저 역시 매 순간 열심히 살며 아이들 교육을 끝내고 보니 어느새 노년이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보스턴 지역 한미 노인회에 소속되어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독자들이 이미 아는 바와 같이 노인대학의 홍보를 시작으로 노인회 회장 임무를 마친 후 현재 노인회 고문으로 있으면서 주로 뉴잉글랜드 한인회보에 글을 쓰고 있다.
부족하나마 저의 글이 동포들에게 작은 즐거움이 되고 희망과 위안이 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수년에 걸쳐 쓰고 있는 칼럼은 지난날에 대한 추억과 외국에서 경험하고 느낀 사연들을 가슴에 품고 있다가 내 것으로 만들어 형식에 얽매임 없이 붓 가는 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의 글쓰기는 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풀어주고 생활에 활력이 되었으며 제게 보람과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바로 제 삶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저의 작품집에는 저와 저희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이 정직하고 꾸밈없이 그려져 있다. 그 동안 격조하였던 친구나 친척 그리고 저희 가족을 알고 있는 모든 분들께 오래간만에 드리는 소식이 되리라 믿으며 항상 애독하여 주는 독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된다면 좋겠다.
일정 부수는 출판사 보관용으로 그리고 서울을 위시한 전국 도서관과 교보 문고 등 서점에도 배포 될 것이며 나머지는 미국으로 운송하여 독자들과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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