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CMA 내년6월까지 스탠리 큐브릭 특별전
대본·사진·의상·소품 등 1,000여점
천재 영화인의 40년 궤적 고스란히
주요 영화별로 꾸민 전시장도 눈길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중의 하나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Space Odyssey)는 인류의 달 착륙 1년 전인 1968년 만든 작품이지만 지금 보아도 놀라운 SF영화다. 우주여행에 대해 지극히 제한된 정보와 기술을 가지고 있던 시대에 예리한 과학적 상상력으로 만든 이 영화는 스토리나 세트, 디자인, 촬영, 음악은 물론이고 인류역사와 기계문명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모던하고 난해해 아직까지도 영화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역작이다.
이 영화를 만든 스탠리 큐브릭(1928-1999) 감독은 영화사상 가장 혁신적인 영상을 만들어낸 거장으로 손꼽힌다. 완벽주의자였던 그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미학과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추구했으며, 늘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촬영기법과 미려한 영상으로 수많은 영화감독에게 영향을 끼쳤다. 영화마다 비범한 줄거리 전개와 독특한 위트가 반짝였고, 몇 작품은 특수효과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테크놀로지에 대한 큰 관심과 열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LA카운티 뮤지엄(LACMA)과 영화예술아카데미(AMPAS) 공동주최로 11월1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열리는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특별전은 20세기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천재 영화인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 회고전이다. 200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영화박물관에서 시작돼 베를린, 브뤼셀, 멜버른, 겐트, 취리히, 로마, 파리, 암스테르담을 거쳐 LA에 왔는데 관계자들에 따르면 라크마 전시는 규모와 디자인 면에서 완전히 다른, 가장 큰 전시다.
약 40년동안 큐브릭 감독이 남긴 영화의 작품과 제작배경을 대본, 사진, 영상, 의상, 카메라, 세트 모델, 소품 등 1,000여점을 망라해 보여주는 전시로, 수많은 영화 스케치와 촬영 스케줄, 대본에 적힌 상세한 메모들을 살펴보노라면 한편의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비했는지 혀를 내두르게 된다. 큐브릭은 모든 자료를 버리지 않고 모아뒀는데 그 박스가 800개에 이른다고 한다.
라크마의 아메리카 빌딩 1층에 꾸며진 엄청나게 넓은 전시장은 대충 돌아보는 데만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방대한 전시이며 주요 영화별로 꾸민 전시장은 인스톨레이션과 디자인이 아주 탁월하다. 영화와 TV 프로덕션 디자이너 패티 포데스타가 전시장을 디자인했는데 서로 완전히 다른 큐브릭 영화들의 특징을 잘 살려낸 디스플레이가 또 다른 감상 대상이다.
큐브릭은 나폴레옹에 관한 영화를 만들려고 오랫동안 준비했으나 제작비를 지원받지 못해 포기한 적이 있다. 이 전시에는 그때의 준비과정과 자료들, 그가 읽었던 나폴레옹 관련 책 수십권이 진열된 큰 책장도 포함돼있다. 한 가지 주제를 잡으면 얼마나 철저하고 집요하게 준비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라크마는 11월부터 큐브릭 회고전 관련 프로그램을 시작해 내년 봄에 영화 시리즈를 상영할 계획이며, 라크마와 함께 영화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인 영화아카데미는 11월7일 스탠리 큐브릭에 경의를 표하는 특별행사(Academy Salute to Stanley Kubrick)를 거행할 예정이다.
■ 스탠리 큐브릭
고교시절까지 학교생활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겉돌았으나 아버지의 권유로 취미삼아 사진을 시작, 16세 때 그의 사진이 잡지사에 채택돼 5년간 사진기자로 일했다. 영화에 관심을 가진 후 독학으로 공부해 23세에 첫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25세때 첫 장편으로 주목받았다. 대표작으로는 ‘영광의 길’(Path of Glory, 1958), ‘스팔타커스’(Spartacus, 1960), ‘롤리타’(Lolita, 1962),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1963), ‘시계 태엽장치의 오렌지’(A Clockwork Orange, 1971), ‘배리 린든’(Barry Lyndon, 1975), ‘샤이닝’(The Shining, 1980),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cket, 1987) 등이 있으며, 부부였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주연의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1999)의 촬영과 최종 편집작업을 하던 중 70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는 13차례 오스카상 후보지명을 받았으나 수상한 것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특수효과상 단 한 개였다. 매우 프라이빗한 삶을 살았던 그는 1960년대 영국으로 이주한 후 죽을 때까지 그곳서 살았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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