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병렬(교육가)
“많이 컸구나, 늠름한 모습이 보기 좋다.” 현재 재학 중인 학교에 입학 당시 본 그를 상기하면, 김한솔의 성장이 대견스럽다. 그의 첫 인상은 구김살 없이 자란 밝음을 느끼게 하였고, 그 또래 학생들의 몸짓이나 표정과 전연 다름이 없는 소년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본 그는 달랐다. 겉모습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의 생각이 성숙해졌음을 느끼게 한다. 필자는 그가 입학하던 날 ‘반갑다, 김한솔’의 제목으로 글을 썼다. 일곱 가지 그 이유 중에 평양을 벗어나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음이 다행이라고 했다. 다른 문화권의 여러 곳에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었다. 자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소중한 것이고 넓은 세상을 보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손자이자,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의 핀란드 TV인터뷰가, 어떤 정치적인 복선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그를 인터뷰한 엘리자베스 렌 핀란드 전 국방장관이 말한 “김한솔은 영리하고 성숙해 보였어요.”라는 지적에 주목한다. 그는 “남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였다. 이어서 “마카오에 있을 때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고향 얘기를 하자...우리는 같은 말, 같은 문화를 가진 친구들이고...남한에 갈 수 없고...그곳에서 친구를 만날 수 없는 게 너무나 슬프기 때문에 나는 통일을 꿈꾼다.”고 말하였다. 얼마나 귀중한 깨달음인가.
이번 김한솔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학교 교육의 영향이 큼을 새삼 깨닫는다. 첫째는 그를 위한 학교 선택이 좋았다. 즉 보스니아의 유나이티드 월드칼리지 모스타르 국제학교(UWCiM)는 그에게 필요한 커리큘럼을 제공하였다. 둘째는 학생들의 구성이 다양하다. 거기에 모인 학생들은 분쟁지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왔다고 한다. 셋째는 학습방법이 좋았다. 거기서는 인도적 문제와 평화에 대해 깊게 토론한다고 알려져 있다. 김한솔은 다문화 환경에서 공부하고 토론할 때는 제약 없이 생각을 밝힐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한 가지 일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의 차이가 있음이 자연스러움도 깨닫게 될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김한솔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받는 제일 큰 혜택은 자연스럽게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과 함께 어울려서 생활하는 현실이다. 소위 끼리끼리 놀고, 공부하고, 작업하고, 연구하고, 여행하는 것은 편안한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편안하다는 것은 활력을 잃기 쉽다. 주위에서 받는 자극이 약하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에 몸과 마음이 푹 잠긴 상태가 되고 만다. 만일 새로운 집단에서 놀라운 자극을 받게 되면 첫 단계는 아픔으로 움츠릴지 몰라도, 서서히 그룹에서 자기 나름의 특색을 찾게 된다. 김한솔은 이질적인 그룹에 속하였지만 그 분위기에 적응하여서, 자연스럽게 자기의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힘껏 노력하였을 것이다.
여기에 따라서 그가 정신적으로 커가는 모습이 언어 동작에 나타난다. 김한솔은 북한에 여러 모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할아버지인 김정일을 만난 일이 없었다는 것은 의외이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나의 존재를 아는 지 궁금해서 만날 날을 기다렸는데...” 하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독재자였음은 과거이고, 나중에 북한에 돌아가 주민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학교를 마친 후 공부를 계속해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김한솔의 꿈은 미래로 향하고 있다.
한국의 통일은 한민족의 염원이다. 세계제2차대전 후, 걷잡을 수 없는 국제정세의 역학으로 분단된 국토는, 우리의 지혜로 통일할 수밖에 없다. 그 기본이 되는 것이 개인들이 뜨거운 마음으로 뭉치는 것이다. ‘김한솔, 꼭 만나자’는 통일로 이어지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를 만나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는 그의 할머니 대신 김한솔을 한 번 안아주고 싶은 것이다. 그녀는 필자가 근무하던 학교의 다른 학년 학생이었다. 이래저래 순탄치 않은 일생을 보낸 그녀를 생각하며 손자를 꼭 안아주고 싶다. 이것이 김한솔에 관한 두 번째 글이다. 세 번째 글은 ‘김한솔, 드디어 통일이 되었다!’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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