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자(호스피스 상담인)
얼마 전 신문에서 이승은 양의 존엄사에 관한 논란을 접하고, 이 사안에 관한 심각성을 절감하였다. 존엄사 논란은 승은 양 가족만의 일이 아니고, 한인 모두가 ‘완화의료와 호스피스’에 대한 올바른 정보에 관심을 가져야 겠다. 가족 중에 불치병, 급성, 만성병 등으로 병원 입원 시에는 반드시 환자 결정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Health Proxy로 정하여 이승은 양 경우처럼 가족들이 의료수혜 결정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 미국 살면서 적절한 의료 행위를 받는다 하더라도 미국 현재 실행 의료 체제와 우리가 살아온 문화적, 법적 체제가 한국인 환자 가족에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완화의료(Palliative care)와 호스피스(Hospice care)가 범세계적 의료 활동으로 행해지고 있지만, 이번 이승은 양의 경우와 같이 환자와 환자 가족에 대한 법적 범위와 책임과 권리의 준비 미비로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사후장기 기증도 미국은 18세 이상의 성인일 때는 장기 기증과 의료 수혜 결정을 본인이 결정할 수 있으나, 한국은 본인과 가족들 동의가 꼭 필요하다. 특히 미국은 개인 의료기록이나 의료수혜 정보보호가 철저하여, 가족이라 해도 Health Proxy로 서류화되어 있지 않으면 사랑하는 내 가족의 의료 수혜 범위를 결정할 수가 없으며, 때로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하는 경우, 절박한 의료 수혜중인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받는 아픔은 단순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완화의료 (Palliative care)와 호스피스(Hospice care)일선에서 일해 온 사람과 직접 불치병 말기 환자 간병인(Care giver)을 해본 가족들은 그 위기와 고통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지난달 필자가 출간한 ‘호스피스’에 관한 책에 설명하고 있는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면 건강을 지키는 일에서 우리 모두는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고 알고 교육해 왔다. 근대에 이르러서 웰빙(Well-being) 바람으로 한동안 우리를 신선하게 움직여 주었고 이에 더하여 웰다잉(Well-dying)이라는 진지한 발전에 다달았다.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명제와 교육이 이제는 편안하고 품위있는 생을 마감하기 위한 ‘죽음의 권리’까지 생각하게 되었으며, 엄연히 미국 교육 과정에 포함하고 있다. 어린 아이에서 노인까지 그들의 나이와 사회적 배경에 따라 죽음 교육을 하고 있는 이 나라에 살면서, 우리 한인들이 영위하는 일상생활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의료 전문 단체 시스템과 협의하여 호스피스 저서와 커뮤니티에 호스피스 홍보를 결심하게 되었다.
이민 와서 언어, 문화, 사회, 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응하며 살기에도 얼마나 힘겹고 낯설었던가, 이제 우리가 개개인의 생애 마지막에 이르러 이 미국사회의 시스템에 미국인들이 만든 의료법에 환자와 가족 권리에 그대로 대입하기가 너무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미리 알고 적절한 준비를 하여 합법적이고 현명하게 대처해야겠다는 것이 완화의료와 호스피스 리서치를 시작하게 된 동기였다.
우리가 이 땅에 사는 한, 미국법과 사회체제를 존중함과 동시에 미국인 가족 시스템과는 문화가 다른 우리 한인들 권리도 우리 자신들이 정립해야 한다. 우리가 감정만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과 자신과 소중한 가족을 위해 준비해야 할 필연적인 것이 바로 호스피스에 대한 교육이고 한인은 우리 한인의 손으로 보살필 수 있는 단체 설립이 시급하다.
우선 중병으로 진단받은 불치 환자와 말기 환자가 자신이 받고자 하는 의료행위 수혜 범위와 한계를 자신이 의사결정이 가능한 한 미리 정할 수 있고, 환자 자신이 판단 능력이 불가능할 때를 대비하여 ‘사전 의료 결정 지시서’ ‘Health Proxy’ ‘의료 결정 대리인’ ‘Power of Attorney 법적 대리인’ ‘Living will’ ‘will’ 등을 준비해야 한다.
이승은 양의 존엄사 논란과 병원과의 갈등이 일단락되었으나 이를 계기로 우리 커뮤니티에 중요한 명제가 되었다. 열심히 살고, 즐겁게 지내며, 돕고 나누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 사회에 아름다운 것을 남기고 떠나기 위해 살아가는 일과 떠나갈 일을 조심스럽고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시간이다. 단풍들어 고운 나뭇잎들이 저리 가볍게 떨어져 흩어지는 이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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