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임 논설위원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가 미동부 일대를 휘젓고 간 후폭풍이 출근길 교통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며칠째 신문사 옆에 위치한 퀸즈보로 브리지는 걸어서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평소 30분 거리가 4시간 걸리는 곳도 있다보니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서 맨하탄으로, 퀸즈로 일하러 간다. 버스와 일부 개통된 전철은 승차료를 받지 않는 일도 생겼다. 전기가 안들어오는 주유소는 문을 닫았고 영업 중인 주유소는 개스를 넣으려는 차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나마 개스도 동이 나고 있다.
전기가 나가고 물이 끊어진 곳이 부지기수다보니 신문사로 들어올 원고도, 전화도, 팩스도 안되는 곳이 많다. 급히 연락할 곳이 있어 그저께는 편지를 부쳐야 했다.
뿐인가, 로어 맨하탄에 있는 대학 기숙사에 있던 작은아이는 전기와 물이 끊겨 식사도, 샤워도 못하다가 룸메이트와 함께 집으로 피신, 우리집은 3일째 피난민 수용소가 되었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지 며칠이 지나도 침수된 집에 못들어 가고 전기가 복구되지 않은 가구가 많아 생활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듯 모두가 천연재해를 당해 혼란스러운데 치기와 이기심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허리케인이 한창인 시각,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비롯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911구호센터에서는 개개인의 셀폰과 TV 뉴스를 통해 누누이 당부했다. 강풍으로 위험한 물체가 날아다니고 땅바닥에 떨어진 전깃줄과 쓰러진 나무 등으로 위험하니 외출을 삼가고 자동차 운전을 하지 말고 집에 안전하게 있으라고 계속 말했다. 서핑도 하지말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 긴급상황에 꼭 일을 더 크게, 구호팀의 아까운 힘을 속절없이 쓰게 만드는 자들이 있다.
롱아일랜드 라커웨이 비치 지역 경찰들은 해변가 주민들에게 태풍이 불어오기 전에 피난을 가라고 경고했음에도 피난 안간 사람들이 80%였다고 한다. TV 중계차가 보도블럭을 넘어오는 바닷물과 기록적으로 높은 파도가 치는 현장을 취재하는 카메라 속에 동네사람들이 십여명 나와 밀려오는 물살을 구경하고 있었다.방송 중인 아나운서도 강한 물살에 쓰러지고 바람에 모자가 날리는데 그 옆에서 히히 웃으면서 구경하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코니 아일랜드 해변가에도 바람 부는 바닷가를 산책하는 구경꾼들이 제법 있었다. 개는 물론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다. 맨하탄에도 전기가 나가고 물이 끊어지고 차량이 없는 도로를 ‘다닐만 하다’며 몰려다니는 젊은 아이들이 있었다. 강풍으로 인해 머리위로 건축 구조물이 떨어질 상황인데도 그저 평소 복잡한 도로가 텅 빈 것이 신기하다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태풍이 온 강에서 파도를 타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서핑하는 사람들은 높은 파도를 즐길 수 있는 태풍이 오면 흥분한다지만 이번에는 너무 지나쳤다. 그들 눈과 마음에는 집이 물에 잠겨 맨몸으로 빠져나와 셸터에서 추위와 공포에 찌든 피난민들은 보이지 않나보다.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일손이 달리는 구호대 손길을 빌릴 것이 아닌가. 구조대원들은 목숨 걸고 들어가 조난당한 이들을 구해내야 하고 그 시간과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만일의 경우 자연환경과 모험을 즐긴다는 한 사람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다. 어린애도 아니면서 유치하고 철없는 감정이나 기분에 휩싸여 있을 때가 아니지 않은가.
또한 재난상황을 틈타 바가지 상술을 일삼고 있는 상인들이 있다한다. 식료품과 물, 개스 등 생활필수품, 그외 발전기와 각종 건전지, 손전등 등의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한다니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기도 하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천연재해시에는 다들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고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그리고 재난 상황본부에서 지시하는 대로 집에서 안전하게 머물며 빈대떡에 호떡 부치고 라면 끓여먹으며 평소 재미있어 하는 비디오를 보면 된다. 만일 전기가 나갔다면 그동안 밀린 잠이나 실컷 자든지, 그것이 다른 사람 폐 안끼치고 조용히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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