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활 4년간 학업에 충실하고,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과외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제법 괜찮은 스펙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입학을 원했던 대학으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면 실망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그리고 이런 사례들은 주변에서 적지 않게 접하게 된다.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지난 20일 본보 주최 대학 박람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학부모들을 위해 본보가 제작한 지원서 해설집 정보 페이지에 실렸던 김인희 아이비에그 대표의 글을 정리했다.
단순한 봉사활동·시간 채우기는 무의미
다문화 사회 독특한 경험·교류 바람직
■ 보이지 않는 5가지를 챙겨라
명문 사립대학에서는 지원서에 기재된 성적과 활동내역, 수상기록 만으로 당락을 결정하지 않는다. 대학마다 각 지원자들의 능력과 장래성 등을 다각도로 점검하는데, 특히 다음의 다섯 가지를 갖추고 있는지 살펴본다.
1. 학업 성취 능력
학생의 성적증명서에 나타난다. 그러나 학생의 평균학점, 즉 GPA는 입학관문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현재 미국에 있는 10만개 이상의 공립 고등학교에서 평점을 산출하는 방식이 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즉 자녀의 성적표에 나타난 숫자를 절대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안 된다.
때문에 대학들은 학생이 공부한 클래스들과 각각의 클래스에서 받은 성적, 수준을 자세히 살펴본 뒤 과연 학생이 대학의 수준 높은 학과목을 소화해 낼 수 있는지를 예측하게 된다.
2. 독립성
“자녀가 스스로 사고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나?” “과외활동이나 봉사활동의 기록이 부모의 생각과 요구에 의한 것은 아닌가?”
이따금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았던 학생이 오히려 예일이나 프린스턴, 스탠포드 같은 명문학교에 입학을 하는 일이 있다. 이런 학생들을 발견할 때 부모들은 매우 혼란스러워 지곤 한다.
여기에 두 학생이 있다.
한 학생은 재정적으로 풍부하고 인맥이 탄탄한 부모의 힘을 빌려 방학동안 워싱턴에서 인턴십을 했고, 또 다른 학생은 부모가 일하시는 평일에는 동생들을 돌보면서 방학에는 스타벅스에서 돈을 벌어야 했다.
첫 번째 학생은 부모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턴십을 따낸 운이 좋은 경우이고, 두 번째 학생은 별로 주어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학생 모두 각각 방학동안 얻은 경험과 지혜를 잘 표현하는 에세이를 썼다고 가정하자.
인턴십도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입학사정관의 눈에는 두 번째 학생의 여름방학도 첫 번째 학생의 인턴십 못지않게 훌륭한 경험으로 비쳐진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학원이나 해외 프로그램에 다닐 수가 없었던 이 학생은 여름방학마다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다. 학생은 대입 에세이에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면서 관찰한 것, 즉 손님들이 주문하는 커피 드링크와 손님의 사회 경제력의 연관관계를 나름대로 정리하여 썼다. 사려 깊으면서도 유머러스한 에세이 덕분에 하버드에 입학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 학생의 독립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3. 학문간 연계 학습 능력
한인 부모들이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항목이다.
한국의 경우 학생이 어느 대학교의 어느 학과에 합격했다면, 그것이 곧 학생의 레이블/정체성이 되곤 한다. 즉 서울대 의예과나 고대 법학과에 합격했으면 그 학생은 곧바로 ‘서울대 의대생’ ‘고려대 법학도’가 되는 것이다. 또 이는 학생의 삶과 미래가 학생이 입학한 대학의 전공과 일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학생이 그동안 공부하고 경험한 다양한 분야의 조합과 축적이 학생의 모습이다.
입학 사정관은 학생이 클래스에서 배운 것들을 자신의 취미나 관심분야에 어떻게 적용하고 접목시켰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면 단순히 자신이 과학과 수학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이 문학이나 역사, 미술 클래스에서 배운 개념과 사상을 공학부분에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또 학문들 간의 공통점에 대해서나, 혹은 음악이나 법, 심리학을 공학에 도입하는 방법은 없는지, 등등에 흥미를 보이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틀에서 벗어난 생각,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학생에게 이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능력을 중시하는 우수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된다.
4. 다양한 문화 이해력
최근 열린 전국 대입 카운슬링연합회(NACAC)에서 수험생들의 변화와 성향, 그리고 입시 관련 동향 변화 등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들이 이어졌는데, 칼텍의 입학사정관이 다음과 같이 강연했을 했다.
그는 “여러분,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멕시코에는 집도 다 지었고, 고아원의 아이들과 홈리스들도 다 먹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학생들을 멕시코에 보내지 마십시오”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 것은 물론이다.
그의 강연은 멕시코를 비하하거나 멕시코의 현실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많은 학생들이 멕시코로 봉사활동을 간 이야기를 대입 에세이에 쓰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이런 글에 식상한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이다.
다양한 문화의 이해가 반드시 국제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LA 한복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회경제적인 불균형이나 성별이나 인종 간의 차이에서 오는 문화 인식이 다르다는 깨달음은 곧 학생이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 안에도 서로 다른 문화가 공존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과 연결된다.
스타벅스를 오전에 찾는 사람과 저녁에 들르는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분석하는 것 또한 문화 이해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해외로 나가 외국인과 교류하는 것이 이질적인 문화를 경험하는 확실한 길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다른 문화와의 만남과 교류를 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다. 생각의 전환, 고정관념의 틀을 깰 수 있어야 한다.
5. 사회적 책임의식
멕시코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줌으로써 자신이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는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웃을 돕고 싶다면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자신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단체에서 꾸준하게 봉사하는 것이 정답이다.
대체적으로 봉사활동은 3가지의 ‘H’로 나뉜다. ‘도움’(Helpful), ‘노숙자’(Homeless), ‘배고픔’(Hungry).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교회에 조직된 오케스트라나 그룹에 들어가 봉사활동을 다닌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너무 일반적이거나, 참가자 본인들이 만족하는 정도에서 그치기가 쉽다. 또한 학생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한 주말에는 환경미화 활동에 참여하고, 또 한 주말에는 노숙자에게 점심을 주는 일을 한다고 가정하자. 이런 일들 자체가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학생이 환경보호 관련 일이나 사회복지 정책 분야에 관심이 없다면, 단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는 수준에 머무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이 진정으로 관심을 갖고 시간과 재능, 또한 지속적인 노력까지도 쏟을만한 것을 찾아보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창의적인 일이라면 더욱 좋지만, 남을 돕거나 좋은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며 학생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은 활동이기 때문이다.
<황성락 기자>
원서 리뷰어 10가지 기준
유명 대학들은 지원서를 검토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문할까. 이를 알면 입시준비를 할 때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앰허스트와 예일대의 원서 리뷰어들에게 강조하는 10가지 핵심사항은 다음과 같다.
1. 학생의 학업기록에 높은 수준과 도전의식이 나타나는가? AP나 IB, 아너 클래스 과목을 선택했는가?
2. 성적이 점점 좋아지는 트렌드인가?
3. SAT, SAT2, ACT, TOEFL 등의 점수가 우수한가? 시험점수와 성적이 일관성이 있는가?
4. 과외활동 면에서 리더십과 진취성을 보이는가? 열정이 보이는가?
5. 교사나 카운슬러 추천서에 학생의 정직성, 특별한 능력, 긍정적인 성격, 배움에 대한 흥미 등이 드러나는가?
6. 에세이에 자신의 독특성, 가치와 목표를 담고 있는가?
7. 대학에 들어온 뒤에 동료 학생들과 학교에 이바지할 특별한 재능과 경험을 갖고 있는가?
8. 리더십이 있는가?
9. 학업뿐 아니라, 독서와 취미활동 등에서 학생의 지적인 호기심이 나타나는가?
10. 입학하고 싶은 열망이 나타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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